2025.2.3. 정관웅 칼럼니스트와 함께 하는 사과 하나로 시작된 전쟁

  • 은유로 가득한 또 하나의 인간 역사 신화

  •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묘사된 것은 전쟁의 발단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간 것에 그리스인들이 분노해서 벌어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리스 측 기록과 페르시아측 기록이 조금 다르다. 트로이도 만만치는 않았는데, 강력한 성벽을 두른 데다가프리아모스왕의 장남인 명장헥토르, 헥토르의 사촌 아이네이아스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무려 10년 동안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10년 동안 전면전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 다른 설에는 트로이 부근에 쳐들어가긴 했지만 곧바로 트로이로 쳐들어가진 않고 주변의 국가들부터 약탈하고 박살내고 나니 9년째였더라 하는 말도 있다. 펠로폰네소스를 저술한 투퀴디데스도 이 설을 지지한다. 바다를 건너가 전쟁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트로이전쟁은 그 당시 있었던 어떤 전쟁보다 대규모이기는 했다. 그러나 병참 문제 때문에 대군을 보내지 못했고 바다를 건너가서 약탈을 하든가 농사를 하든가 하면서 시간을 끌었을 것이며, 그렇기에 투키디데스 당대의 전쟁보다는 규모가 확연히 적었을 것이라고 한다.

    트로이전쟁과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쟁Trojan war. 이 전쟁은 신들의 체면과 엇갈린 지지가 맞물리면서 10년 동안 이어졌다. 이 전쟁과 관련이 있는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스」와「오디세이아」는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의 원류가 되는 그리스 최고의 민족 대 서사시이기도 하다. 트로이전쟁 내용 중에서 「일리아스llias」는 영웅 아킬 레우스Achilleus와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Agamemnon이 불화를 일으킨 날부터 트로이 총사령관 헥토르Hektor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날까지 약 50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오디세이아Odysseia」는 그리스군의 지략가인 오디세우스Odysseus가 전쟁을 끝내고 귀국하는 도중 겪는 항해와 고난을 그리고 있다. 

     

    사과 하나로 시작된 트로이전쟁 

     

    인간 세상의 최고 미인이라 칭해졌던 스파르타Sparta의 공주 헬레네Helene, 그녀를 얻기 위해 각국의 구혼자들은 죽음까지도 마다치 않는 분위기였다.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Tyndareo

    s는 구혼자 중 한 사람을 택하면, 다른 구혼자들에게 위협을 당할까 두려울 정도였다. 이에 구혼자 중 하나였던 오디세우스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헬레네가 누구를 선택하든 원망하지 말 것”. 헬레네의 남편으로 선택된 자가 해를 입을 경우에는 구혼자들 모두가 나서서 도와줄 것. 그 결과 헬레네는 강국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이며 왕자인 메넬 라오스Menelaos를 선택했고, 그가 틴다레오스 왕을 이어 스파르타의 왕이 되었다. 그리고 이 부부는 별 탈 없이 잘살고 있었다. 문제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가 평화 사절단으로 스파르타에 입성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프로디테는 그에게 최고의 미인을 선물로 준다고 약속한 상태였고, 헬레네가 바로 최고의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은 파리스는 헬레네를 꼬드겨 트로이로 몰래 도망쳐버린다. 졸지에 자신의 왕궁에서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서둘러 이전의 구혼자들에게 계약을 지킬 것을 요청하고, 형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에게 원정군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방에서 많은 군대들이 몰려왔고, 형 아가멤논이 원정군의 총사령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 원정군에는 그리스 최고의 지략가 오디세우스와 용장 아킬레우스가 있었다. 

    * 파리스의 심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 사과를 차지하고자 헤라, 아테네, 아프로 디테가 경쟁했다. 이때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는데, 파리스는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는 제안에 이끌려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보통 '파리스의 사과' 또는 '파리스의 심판'이란 말은 불화를 일으키는 씨앗을 의미한다.

    *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 

    제우스는 아름다운 테티스를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만일 테티스가 신의 아이를 낳는다면 아버지를 능가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는 예언이 있어 이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던 인간 펠레우스와 테티스를 결혼시킨다. 이 결혼으로 태어난 아 버지보다 위대한 아들이 바로 아킬레우스다. 

    아킬레우스는 여신 테티스Thetis와 인간 펠레 우스Peleus 사 이에서 태어났는데, 아킬레우스가 출정하면 죽는다는 예언이 있었기 때문에 테티스는 아들의 출정을 만류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의 끈질긴 요청에 못 이겨 아킬레우스는 결국 출전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영웅들을 비롯한 10만 병사들을 태운 1,000척의 함대가 트로이를 향해 출항했다. 이때 예언자 칼카스Kalchas는 트로이를 함락시키는 데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트로이전쟁의 최고 영웅들을 노래한 「일리아스」 전쟁은 예언처럼 10년을 끌고 있었다. 첫 전투에서부터 아킬레우스의 활약으로 그리스군이 승기를 잡았지만, 트로이군의 성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그리스군은 트로이를 공략하지 못하는 대신 인근의 국가들을 공격하여 식량, 가축, 여자들을 약탈했다. 문제는 어느 날 포로로 잡아온 크리세이스Chryseis에서 시작됐다. 「일리 아스」 이야기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아폴론 신궁의 딸이었는데, 아가멤논은 그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얼마 후 크리세이스의 아버지가 아가멤논을 찾아와 막대한 몸값을 지불할 테니 딸을 돌려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이를 냉정하게 거절했고, 크리세이스의 아버지는 아폴론 신께 그리스군에게 보복해줄 것을 기원했다. 아폴론은 이를 받아들여 그리스군에 전염병을 돌게 했고, 병사들이 하나둘 죽어나갔다. 

    * 신들과 인간들의 이해관계가 뒤섞인 트로이전쟁 

    트로이전쟁은 인간들뿐 아니라 신들도 두 편으 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었다. 신의 제왕 제우스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 했고, 황금 사과를 얻은 아프로디테와 애인 아레스는 트로이 편에 섰다. 트로이 사람들은 주로 아폴론을 모셨기 때문에 아폴론과 동생 아르테미스도 트로이 편에 섰다. 반면 황금 사과를 얻지 못한 헤라와 아테네, 아레스를 미워 하는 헤파이스토스, 트로이 왕가에 원한이 있었던 포세이돈이 그리스군을 지지했다. 

    예언자 칼카스가 그 원인을 알아내고 크리세이스를 돌려보낼 것을 주장했고, 아킬레우스가 이를 지지하게 된다. 이에 아가멤논은 마지못해 승낙하지만, 심통이 난 나머지 아킬레우스가 아끼는 여종 브리세이스Briseis를 빼앗아버린다. 명예가 훼손된 아킬레우스는 전투에서 몸을 뺐다. 아킬레우스가 전선을 이탈한 것을 안 트로이군은 더욱 격렬하게 공격해왔고, 그리스군은 점 차 패전을 거듭했다. 이에 아가멤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킬레우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에게 참전할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쟁에 참전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Patroklos가 아킬레우스로 변장하고 헥토르와 싸우다가 전사했기 때문이다.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복수를 위해 다시 창을 든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전쟁터로 나아가 트로이군을 전멸시켜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트로이의 총사령관 헥토르와 결전을 벌였다.

    헥토르는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4주나 버텨냈다. 끝내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양발 뒤꿈치에 구멍을 낸 다음 가죽끈으로 전차 뒤에 매달아 트로이 성 주위를 세 바퀴나 돌았다. 그러고는 그 시체를 며칠간이나 자신의 막사에 방치해두었다. 어느 날 밤, 트로이의 연로한 왕 프리아모스Priamos가 막대한 몸값을 갖 고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았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아킬레우스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아들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유해를 돌려주었고, 헥토르의 장례 기간동안에는 휴전까지 약속했다. 헥토르의 장례는 열흘 동안 계속됐으며,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된다. 참고로 이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다. 

     

    트로이의 목마 

     

    트로이는 함락 직전의 위기에 몰렸지만 계속 저항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를 돕기 위해 몰려든 동맹군들까지 모조리 물리쳤다. 트로 이의 함락은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영웅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가 까이 와 있었다. 어느 날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성문까지 적들을 밀고 들어 갔는데, 이것을 본 아폴론이 파리스에게 화살을 쏘도록 했다. 파리스의 화살은 공교롭게도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를 명중시켰고 아킬레우스는 전사한다. 아킬레우스를 잃었지만, 그리스군은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디세우스의 계략이 더해졌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목마 계략이다. 

    * 스틱스 강에 아들을 담구는 테티스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 스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명계의 스틱스 강(Styx River)에 담갔다. 그런데 이때 발뒤꿈치를 손 위로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은 불사의 몸이 되지 못했다. 결국 이 부분에 활을 맞 아 아킬레우스가 죽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강한 자의 유일한 약점'을 뜻하는 '아킬레스건'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그리스군은 마치 퇴각한 것처럼 모든 진영을 불태우고, 성문 앞에 거대한 목마만을 남겨두었다. 트로이를 떠난 함대는 트로이에서 보이지 않는 근처 테네도스Tenedos 섬에서 대기하고, 목마 안에는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50명의 정예 병사가 숨어 있었다. 트로이 사람들은 텅 빈 그리스 진영과 성문 앞의 거대한 목마에 놀랐다. 목마에는 '고국으로 귀향하는 뜻에서 이 선물을 아테네 여신께 바칩니다'라는 문구까지 새겨져 있었다. 트로이 사람들은 그리스군이 물러간 사실에 기뻤지만 곧이 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었다. 그때 그리스군의 한 병사가 붙잡혀왔고, 그를 추궁하자 목마는 그리스군이 아테네 여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며, 목마를 성안에 들이면 트로이가 번성할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목마를 성안에 들이자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하지만 아폴론 신궁의 사제 라오콘 Laokoon은 그리스군의 계략이라며 이를 막아섰다. 트로이의 공주이며 예언가인 카산드라Cassandra도 목마 속에 병사들이 숨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해상에서 큰 뱀 두 마리가 나타나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의 몸을 감아 죽여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것을 본 트로이 사람들은 라오콘의 주장이 틀렸다고 확신했고, 목마를 성에 들이게 된다. 

    * 카산드라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에게 반한 아폴론이 구애를 하자, 그녀는 아폴론에게 예언 능력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예언 능력을 받은 카산드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아폴론은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도록 그녀의 예언 능력에서 설득력'을 제거해버렸다. 결국 사람들은 그녀의 예언을 불길한 일의 시초로 여기게 된다. 

    승리에 들뜬 트로이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향연을 베풀며 즐겼다. 그리고 그들이 잠들자 매복해 있던 목마 속의 병사들이 튀어나와 성문을 열고, 숨어 있던 아군을 불러들였다. 이렇게 트로이의 병사들은 손 한 번 써볼 겨를도 없이 전멸하고 만다. 10년이라는 길고 긴 전쟁이 막을 대리는 순간이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노래한 「오디세이아」 트로이를 함락시킨 그리스군은 막대한 전리품을 챙겨 고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항해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험난한 여행의 시작은 그리스군을 지지했던 포세이돈이 그들의 잔혹한 약탈과 살육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트로이 함락의 공로자 오디세우스는 10년 동안이나 표류를 계속해야 했다. 

    이 표류기가 바로「오디세이아」이다. 오디세우스는 포상으로 받은 전리품을 12척의 배에 싣고 부하들과 함께 고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은 트로이와 동맹을 맺었었던 키코네스족을 약탈하기 위해 이스마로스Ismarus로 갔고, 그곳에서 그는 많은 부하를 잃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련을 본격화시킨 것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Cyclops 족의 폴리페모스Polyphemos를 장님으로 만든 사건 때문이다. 

    항해 도중 그들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족이 사는 나라에 정박했는데, 어쩌다가 그중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히게 되었다. 오디세우스가 사람을 잡아먹는 폴리페모스의 눈을 찔러 멀게 하고 동굴에서 탈출했는데, 문제는 그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다는 것. 포세이돈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 일행의 항해는 순탄할 리 없었다. 그 결과 오디세우스는 라이스트리곤 섬의 식인 거인들을 만나 많은 부 하와 배를 잃어야 했고, 한 척만 남은 배를 가지고 마녀 키르케Kirke의 궁전에 들어갔던 일행은 마녀가 따라준 술을 마신 뒤 모두 짐승으로 변하기도 했다. 다행히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가 준 약초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 부하를 구할 수 있었다. 또한 신비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흘려 물 위로 뛰어들게 하는 사이렌 Siren을 만나기도 한다. 이때 그는 부하들을 귀마개로 막게 하고, 자신을 돛대에 묶어 살아남게 된다. 심지어 오디세우스 일행은 헬리오스Helios의 소를 잡아먹는 죄를 저질러 하나 남은 배마저 부서지고 오디세우스 홀로 남게 되는데, 이때 오기기아ogygia 섬에서 님프 칼립소Calypso를 만나 7년간이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고향 이타케 thaca로 돌아온 오디세우스, 그는 그가 없는 동안 몰려든 아내 폐넬로페Penelope의 구혼자들을 활로 쏘아 죽임으로써, 아내와 20년 만에 감격의 재회를 하게 된다. 그리고 영웅 오디세우스의 파란만장한 모험을 그린「오디세이아」도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된다.                     

    정관웅 본지논설주간                                            

    • 강진고을신문 goeu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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