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여연스님 인터뷰
小分知足(소분지족)
“적은 분수를 지키며 만족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부처님께서 왜 왕궁을 떠나 출가를 했느냐구? ” 백련사에 주석하고 계시는 백련사 주지여연 큰스님은 기자가 만나려고 했을 때에도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대에 선다일여(禪茶一如)를 실천하면서 동국대학교 대학원 강의 등 하루하루를 바쁘게 소화 해 내고 있는 여연스님은 너무 쉬운 질문이 아닌가 의아해 했다. 그러나 불교의 출발은 곧 싯다르타의 출가가 아니겠는가.
“부처는 왕궁에서 사시면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모르셨지. 항상 춤과 노래와 쾌락 밖에 보이지 않는 왕궁이었으니까. 그러나 왕궁의 네 개 문을 통해 생로병사를 알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상여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 출가하신 게지. 당연히 부처님의 아버지이자 국왕은 극구 출가를 반대했지만 부처님은 죽지 않는 방법만 안다면 출가하지 않겠다고 하자 끝까지 반대할 수가 없었지. 부처님은 이렇듯 사는 것과 늙는 것과 병드는 것과 죽는 것에 큰 의문을 품고 출가를 했지.”
스님의 말씀은 속도가 빨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보성으로 달려가 녹차관련 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자 역시 바쁜 마음에 엉뚱하다 싶은 질문부터 던졌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생사일여(生死一如)란 무엇입니까?
“이 세상 가장 어려운 게 태어난 것도 제 마음대로 못하고 죽는 것도 제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지. 우리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 요소로 되어 있는데, 모든 우주의 이치가 이 4대 요소로 되어 있어. 각자의 사물들이 모여서 집이 되듯이,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없으면 살 수가 없어. 서까래가 없거나 창문이 없다면 집으로서의 기능을 잃듯이 사람의 몸도 지수화풍으로 되어 있고, 결국 다시 지수화풍으로 돌아간다는 게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오래살고 싶은 집착을 부리고 있어. 백년 미만의 몸뚱이를 가지고 말이지.”
--그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집착을 끊었을 때 가능하지. 그럼 그 집착을 어떻게 여읠까? 그래서 수도를 하는 것이지. 사성제, 육바라밀, 팔정도를 통해 집착을 끊는 것이 곧 열반이요, 깨달음이 되는 것이지.”
--고통은 사람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데, 왜 고통은도 생기는 걸까요?
“고통에는 네 가지가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즉 애별리고가 있지. 사실 사랑이라는 것도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생긴 것으로 자기 욕심이 생겨서 싸움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만이 아니라 물건도 잃게 되면 고통이 뒤따르지 않겠어?”
스님과 만경루 찻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두 사람이 무작정 들어와 뵙기를 청하는 눈치였다. 이렇듯 스님을 찾는 사람은 평소에도 많은데, 특히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잠깐 사이 핸드폰이 울렸는데, 오후 4시에 강진원 군수가 방문하겠다는 전갈이더니 모 판사가 또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스님은 정치인들도 많이 찾아오지만 유독 사법부에 있는 분들이 많다. 대법원의 모 판사는 아예 메시지를 보내오니까 즉각 전화를 걸기도 하는 스님이다.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그리고 사법부 등 스님을 찾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여연 큰스님은 기자가 만난 날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이 사회에서 가장 큰 고통이 구불득고(求不得苦)”
“애별리고 다음으로는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어. 싫어하는 사람이나 원수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괴로운 일이 어딨겠어?. 나는 싫은 데 상대방은 좋다고 하면 이 또한 고통이지. 그 다음으로는 오음성고(五陰盛苦)야. 오음성고란 뭐냐? 인간의 구성요건인 색(色), 수(受), 상(想), 식(識상)의 오온이 치성해서 오는 고통이지. 즉 오온이 불길처럼 일어나서 생긴 이 고통은 바로 번뇌망상 때문이야. 번뇌도 많아서 108번뇌 외에도 8만 번뇌가 있지. 마지막으로 구불득고(求不得苦)란 구하고자 하나 구할 수 없는 고통이지. 뭔가 얻고 싶으나 얻어지지 않는 고통. 이 고통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가장 큰 고통이 아닌가 싶어. 명예나 권력이나 돈을 구하고자 하는데 구해지지 않는 고통은 특히 오늘 날이 더 심한 것 같아. 예를 들어 백화점에 가서 좋은 물건을 구하고자 하나 못살 경우 싸우게 되고 끝내 파국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두고 구불득고라고 하지, 애별리고, 오음성고, 원증회고 이 모두가 고통이지.
--고통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팔정도면 능히 해결할 수가 있지. 바른 인생관의 정견, 바른 판단의 정사를 지혜로 하고, 바른 말의 정어, 바른 습관의 정업, 바른 생활의 정명을 계율로 하며, 바른 노력의 정정진을 공통으로 하고, 바른 목표의 정념과 바른 선정의 정정을 선정(情)으로 해서 수행을 하면 본래 있는 열반을 확인할 수가 있지.
--누구나 늙기 마련인데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모기가 하루살이한테 내일 만나자고 하면 하루살이는 내일을 모를 수밖에 없지. 매미가 일주일 사는 모기한테 다음 주에 만나자 하면 모기는 다음 주를 모를 수밖에 없고, 철새가 매미한테 다음 철에 만나자 하면 매미는 다음 철을 모를 수밖에 없지. 인간에게 100년은 길지만 1000년 사는 선인에게는 100년이 아무것도 아니지. 여기에서 덜 늙는 방법은 감정을 잘 컨트롤해야 돼. 나이가 들수록 남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입을 닫고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하며 남보다 먼저 돈을 지불해야 돼. 그러면 병에 안 걸리고 곱게 늙어갈 수가 있지. 특히 감정을 증폭시키지 말고 빨리 그것을 끊어야 돼.”
--윤창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그 또한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금가루도 눈 속에 들어가면 독이 되고 보약도 넘치면 고춧가루나 김치보다 못하지. 칼을 잘 쓰면 보검이 되지만 보검도 잘못 쓰면 작두칼이 되듯이 명예나 권력도 잘 써야 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중생들에게 한 말씀 내려주십시오.
“덜 먹고 덜 듣고 덜 욕심 부리면서도 더 많은 것을 느끼는 소분지족의 마음으로 살 때 덜 늙게 돼. 부부사랑에 있어서도 큰 선물보다는 작은 것에 칭찬해 줄 때 더 감동을 받기 마련이거든.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큰 것을 얻으려 하지 말고 작은 것에 감동하는 적은 분수를 지키는 것, 또한 덜 먹고 덜 듣고 덜 욕심부리고 덜 느끼되 이러한 것들은 더 많이 느끼는 소분지족이야말로 극락이 아니겠어?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부인이 ‘스님은 덜 늙게 보이는데 당신은 더 늙게 보인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김총리가 하는 말이 ‘당신이 속을 썩이니까 내가 더 늙게 보이는가보다’고 대답했어. 부인이 그 말을 듣고 ‘내가 언제 당신 속을 썩였느냐’고 화를 냈어. 결국 농담 같은 말 한 마디에 감정이 증폭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잖아. 우리는 바로 이 감정만 컨트롤 잘 해도, 그리고 작은 것에 칭찬하고 작은 것에 감동할 때 극락은 바로 우리 곁에 있게 되는 게지.”
끝까지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던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스님과 껄끄러운 사이일 수밖에 없는 만덕광업 관계자들이었다. 용혈암 보존사업 추진으로 인해 만덕광업과는 사이가 원만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 스님은,
“어서 와요. 잘 왔어. 용혈암 일로 이해관계는 있었지만 우리가 풀고 살아야지.”
여연 스님은 자신이 쓴 책에 서명을 한 후 책과 차를 선물로 주고 나서 자리를 떴다. /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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