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 9급 공무원 합격을 자랑할 것까지는 없다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는 지난 해 2012년 국가지역 인재 9급 일반직공무원 전국최대합격이란 내용과 강진군청 공무원 최종합격이란 내용의 두 개 현수막을 오랫동안 걸어놓고 있다. 그러나 4명의 9급 공무원이 합격했으니 학교로서는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겠지만 자랑까지 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4명 중 1명은 특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적어도 이 나라 이 땅의 농업을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의 꿈이 기껏 9급 공무원에 매달리고 있는 듯한 인상 때문이다.
강진출신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 부회장은 최근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제8째 강의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 88만원 세대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3저(低)와 3고(高)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3저는 저금리, 저성장, 저소득이고, 3고는 고령화, 고부채, 고세금이다.
결국 전남생명과학고는 88만원 세대에 대해 부축이고 있는 듯한 인상인데 , 물론 공무원 봉급이 88만원에 미치지는 않겠지만 봉급자가 최고임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전남생명과학고의 이 같은 자랑은 학교내에서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서까지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첫째,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가 지향하는 목표가 9급 공무원이 되어서는 안 되며, 둘째, 우리나라 농업은 젊은이들의 수혈이 몹시 급하고 그들이 뛰어들었을 때 열심히 하면 결코 실패할 일이 없다는 구조적 기반이 있다는 것이고, 셋째 농업전문학교가 9급 공무원 합격을 자랑으로 늘어놓을 때 우리나라에는 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귀농자금도 주고 인구를 농촌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귀농교육, 축산교육 등이 다 그것 때문인데, 미래의 농업을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십대 일이 넘는 공무원 합격은 성공예감과도 같이 큰 것이다’란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국가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특히 농업분야만큼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능력 있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뛰어 들어 젊은 시절부터 1억 소득을 올리는 창업적 정신은 젊은이들 자신의 앞날에도 좋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 농업경제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에 묻고 싶다. 학비 면제와 기숙사 생활, 실무적 외국어교육, 군 입대시 특기병 복무, 산업체 복귀 등을 매개체로 전문계 특성화고등학교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은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가 한국 농업을 이끌어낼 원대한 포부와 꿈을 위해 더욱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굳이 9급 공무원 합격을 자랑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자랑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농업을 꿈꾸는 단 한 사람의 학생에게라도 마음의 흔들림을 느끼지 않도록 학교측의 신중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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