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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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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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의 기자수첩
“사의재 아욱국이 관광자원이다”

이현숙의 기자수첩

 

“사의재 아욱국이 관광자원이다”

 

며칠 전 점심때 사의재에서 아욱국을 먹었다. 왜 그동안 사의재에서 아욱국 먹을 생각을 자주 못했을까. 가까운 곳에 있는 사의재를 특별한 이유 없이는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먹어온 아욱국이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아욱국에서 풍기던 독특한 향만은 못했지만, 미끌미끌 보드라운 아욱이 혀에 척척 감기면서 살살 녹아 넘어갔다.

사의재로 점심 한 끼를 같이 하자면서 데리고 간 선배님 두 분과 아욱국을 먹는 내내 아욱국 애기를 했다. 모두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아욱국에 대한 향긋한 추억이 있었다. 우리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아욱국에는 다슬기가 있었다고 내가 말하자, 두 분도 이구동성으로 다슬기 아욱국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풀어 놓았다. 아욱국에 다슬기가 들어가면 약간 쌉쌀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돌았는데, 그것은 이미 옛 추억의 음식 맛일까. 혹시나 다슬기가 뚝배기 밑바닥에 몇 개라도 있을까 하고 숟가락으로 바닥을 긁어보았다. 다슬기는 없었다.

사의재 주막에 아욱국이 메뉴로 등장하게 된 연유는 지역 음식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있는 현 박균조 강진 부군수님의 아이디어에서였다. 그 내용은 박균조 부군수님의 저서 ‘시골 부군수의 음식이야기’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강진 부군수로 부임하여 강진의 10년 후 먹을거리를 찾던 중 음식+관광 차원에서, 옛 문헌에서 찾아 스토리텔링한 음식이다고 소개되어 있다.

사의재는 1801년 강진으로 유배를 오게 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4년간 머물렀던 주막을 2007년 재현하여 강진의 관광코스가 되었다. 정약용 선생님이 이곳 주막집 주모 할머니의 도움으로 골방 한 칸을 얻어 거처로 삼고 사의재라 이름 지은 것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며, 교육과 학문연구에 헌신키로 다짐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자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생각과 용모와 언어와 행동이 일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생각을 맑게 하되 더욱 맑게, 용모를 단정히 하되 더욱 단정히, 말을 적게 하되 더욱 적게, 행동은 무겁게 하되 더욱 무겁게 해야 한다는 다짐을 자신에게 주문하며 경계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사의재에서 아욱국이 등장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사의재라 이름 붙이고 스스로를 다짐하듯, 자신이 길러낸 제자에 대한 애틋한 정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인 것이다. 정약용 선생님이 사의재 주막에 머물고 있던 이듬해에 15세 더벅머리 소년이 찾아왔는데, 그가 훗날 다산선생의 애제자 황상이다. 나중 황상이 좁쌀 한 톨 만한 작은집이라는 뜻을 가진 ‘일속산방’에서 시를 짓고 있던 중 다산이 찾아오자 황상은 기장으로 지은 밥과 아욱국을 끓여 아침상을 내 놓았는데, 후에 다산선생이 이에 대한 답례로 ‘집 앞 남새밭의 이슬 젖은 아욱을 아침에 꺾고 동쪽 골짜기의 누런 기장은 밤에 찧는다’라는 시를 황상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장으로 보아 다산은 필시 아욱국을 즐겨 먹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그날 선배님 두 분과 아욱국을 먹으면서 사의재에 대한 이런저런 아쉬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사의재가 관광지로서 재 구실을 하려면 아욱국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애기도 오갔다. 요즘 오천 원짜리 밥이 어디 있던가. 거기에 맛깔스런 아홉 가지 남새 반찬이 나오는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또한, 사의재를 방문한 관광객이 아욱국을 먹고 싶어도 관광차 한 대의 숫자가 들어갈 방도 없었다. 실제로 80여명 문학인들이 강진으로 관광을 오게 되어 사의재에서 아욱국을 먹게 하고 싶었지만, 주인으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지금처럼 사의재를 그냥 놔둔다면, 앞으로도 그냥 사의재가 이런 곳이구나 하며 지나쳐가는 하나의 관광코스 역할 밖에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산 선생님이 즐겨 먹었다는 아욱국도 맛보고 밥풀이 동동 떠 있는 동그란 동동주 잔을 맞대보는 것이 사의재 체험도 될 것이다. 그러다가 다산선생의 애잔한 애민정신이 깃든 애절양을 읊어보는 것, 그것이 이곳 사의재에서 다산선생님의 유배생활을 체험하는 것이고 관광의 가치 아닐까.

사의재가 지니고 있는 관광 가치는 다산선생님의 사상과 초가집의 운치만 가지고도 이곳에서 먹는 아욱국은 일품요리가 될 수 있다. 현재 사의재는 세 채의 초가집이 있지만, 오십여 명 이상 함께 앉을 수 있는 초가집 한 채가 없다는 게 아쉬움을 준다. 그렇게 널찍한 초가집이 마련된다면 단체관광객을 통해 사의재 아욱국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민속촌처럼 강진의 주막거리로 만들어가거나, 사의재 거리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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