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 칼럼 119
부부의 정과 진실 (1)
동반자의 길
여보! 내가 가진 게 비록 없지만 그대의 깊이 패인 주름살을 눈여겨보면서 뭔가 하나는 꼭 줄게 있군요.!! 그건 오직 사랑보다 더 넘치고 진한 정과 기쁨, 그리고 나의 마음에 우러나 어렵게 살아온 세월을 이겨온 고마움이오. 그 소망이 마치 묵향깊은 난의 향기처럼 온화하게 내 가슴속깊이 베어드는 당신의 따뜻한 심성때문입니다.
필자는 비록 어려운 시절 학부를 마쳤으나 시골에서 당시 연애결혼이란 생각도 못해보고 부모님의 말씀을 지상명령으로 따르며 자라던 시절, 어느 날 양가 부모님 면전에서 함께 선을 보며 서로 부끄러워 얼굴도 바로 들지 못한 체 인사 나누고 헤어진 후 그게 스쳐지나가는 우연한 인연일줄 알았었는데 우리에겐 그것이 필연이 되어 한 달 만에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정월달 추운겨울 당신이 재직하던 중학교정에서 교장선생님의 주례로 무조건 식을 올려야했던 그 때가 벌써 52회를 맞는 세월이 되었군요.
참으로 앞만 보고 살아온 길이 험난했고 파란만장한 길의 가시밭 만고풍상(萬古風霜)의 세월이 지겹기도 한 고난이었습니다. 처음 서로의 성격형성이나 교제도 없이 만난 처지라 한동안 신혼 삶을 보내며 한 배를 탄 동반자로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웠으나 다행히 아내의 어진 성품이 무조건 남편을 따라줬고, 내 또한 조강지처를 버리면 벌을 받는다는 부모님의 간곡하고 자상한 명령을 굳게 따른 것이 서로 양보하는 맞춤이 된 것 같습니다.
그토록 오로지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내 하나만을 의지하는 동안 한 때 당신 모르게 젊을 때 한눈팔았던 어처구니없는 짓으로 당신을 고역(苦役)시킨 죄책감을 지금까지도 뉘우치고 있답니다. 다행히 당신의 넓은 아량으로 위기를 넘긴 우리 가정의 행복을 다시 되찾을 수 있어 감사할 뿐이오. 그러고 보니 가정교육이 그 얼마나 중요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기에 슬하에 1남 2녀를 둔 우리가 이들에게 그런 부모의 가정교육을 철저히 가르친 것이 이젠 다 짝을 만나 제 갈 길을 바르게 가고 있군요. 그러니 어릴적 가정교육은 부모가 가정에서 시키고 학교는 교육전반(敎育全般)을 가르치는 장소가 되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부부란 평상시에 우리 주위에 항상 함께하는 공기(空氣)가 곁에 널려있지만 그 고마움과 소중함을 모르듯 젊은 시절에는 사업상 외국 출장 나들이가 많아 혼자인 경우 부부간에도 같이 있을 때는 잘 몰랐다가도 떨어져 있어보면 허전하고, 보고파지는 심정이 되지요. 그런데 하물며 둘이 함께 살다가 어떤 병으로나 불의의 사고로 홀로 남게 된다면 그 아픔의 고통과 허전함인들 오직 하겠습니까? 그러니 부부란 서로 아끼고 염려하며 살펴가면서 마음 맞춰가는 동반자인 것이지요. 제의 말은 여기에서 잠깐 접어두고 한 예를 들어봅니다.
2002년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고 하는 막사이사이 상을 수상하신 ‘법륜 스님’의 강의 내용가운데 어떤 분이 “바람피운 남편을 어떻게 합니까? 바람피운 남편의 얼굴을 보자니 짜증이 나고, 마음에 들지 않고 믿음이 가질 않는다고 합니다.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말해주세요?” 라고 40대주부가 물으니 답하기를
첫째, 안녕히 계세요라고 헤어지는 방법이 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파출부를 해도 살 수가 있고, 청소부를 해도 살 수가 있는데 나 싫다는 남자와 같이 살 이유가 뭐가 있지요.? 남편에게 나보다 더 좋은 여자가 있다는데 그 여자하고 살려고 하세요. 우리나라에만 간통죄(姦通罪)가있지 외국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미워하지 마세요. 미워하면 나만 괴로워요. 남편은 다른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노는데 그런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그런데 “안녕히 계세요.” 하려니 여러 가지 조건상 어려움이 많을 거예요. 아이도 키워야하고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에게 죄송스럽기도 하지요.
그리고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 말고는 돈도 잘 벌어오고 아이들에게도 잘해주고 해서 헤어지기가 망설여진다면, 그것은 남편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입니다. 어차피 내 필요에 의해 살 수 밖에 없는데 미워하면 내만 괴롭지요. 그러니 생각을 좀 바꿔보세요. “내 남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면 결혼한 몸인데도 다른 여자가 좋아할까? 내 남편은 내가 봐도 다른 여자가 좋아할만하지 괜찮은 남자를 데리고 사니 나도 괜찮은 여자다 하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내가 남편을 버리면, 주어갈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이니 다시 점검을 해 보세요. 헤어지고 나서 나중에 아까워서 후회하지 말고 그래도 남편이 괜찮은 남편이면 일단 눈을 감고 남편의 허물을 덮어 주세요. 이것이 두 번째 길입니다.
세 번째 는 남편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나서 결정하는 길이 있습니다. 남편이 정말 나하고 살기 싫어 딴 여자를 좋아하는지? 그래서 나하고 더 이상 결혼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남편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야합니다. 만약, 남편이 나하고 사는 게 싫은데 내가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이익이라서 망설인다면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이익 때문에 함께 산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불행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나를 좋아하고 같이 사는데 큰 문제가 없고, 가정을 버릴 생각은 없으면서 바람을 피웠다면 남편에게 정신적으로 약간 결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남편을 미워하고 불신할 일이 아니라 이 버릇이 왜 일어나는지 연구를 해 보세요. 남편과 헤어지든 미워하며 함께 살든 자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부모가 서로 미워하고 갈등을 일으키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합니다. 그러니 나에게도 심각한 병이 있는 게지요. 그러기에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서 내가 행복해 지느냐 입니다. 우선 내가 편안해지기를 기도하십시오. 지금처럼 정신이 없는 것은 자기감정에 휩쓸려있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기도할 때 “내가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그냥 원망하고 미워만했지 남편이 왜 방황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구나” 그렇게 참회하고 남편과 얘기를 나눠보세요. 남편에겐 사랑이 필요합니다. 남편을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남편을 알면 해결책이 저절로 보일 것입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