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강진청자축제 기획특집
강진청자와 장보고
장도(將島)란 섬을 찾아서
장도의 주위는 간만이 차가 심하여 조수가 나가면 일대가 니토질(泥土質)의 모래톱으로 바꾸어 선박의 정박지로서는 쓰기 어려웠지 않은가 생각된다. 현재의 상황은 장도를 둘러싼 목책의 현상으로 보아 당시와 크게 변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으로 하여 장좌리 및 장도의 유구(遺構)는 고려시대 삼별초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중도리에 대해서는 평일에도 파도가 사나운 곳이다. 교역선의 발착지로서는 의문이가는 포구이다. 숭전대학교 박물관
완도에 가면 완도읍을 도착하기 전 장좌리가 있고 거기엔 장보고박물관과 함께 조그마한 섬 장도가 있다. 이른바 청해진의 본진이 있었다는 곳이다.
2000년 까지만 해도 장도 중앙부에는 초라하고 왜소한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매년 장좌리 마을 사람들이 음력 보름이면 제사를 지내곤 했다. 누가 생각해 보아도 장보고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제사를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장보고가 아니라 생전에 장보고 장군을 모신 장좌리 청년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왜 그랬을까. 1970년대에도 장좌리 청해초등학교에서는 장보고 장군의 위업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왜 장보고 제사는 지내지 않았을까. 그것은 장보고가 역적으로 몰린 탓이었다. 역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사를 지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역적이었기 때문에 제사조차 지내지 못했던 장보고. 그러기에 장보고의 발자취는 장도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 특히 도자기의 기술을 가져온 장보고였다면, 그리고 그것을 주력상품으로 삼아 무역을 했다면 강진에도 어떤 발자취가 있을 법도 하건만 일체 없는 상태이다. 역적이었기 때문에 그랬고, 청해진이 문을 닫은 후 그 많은 군사며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진 탓이었다.
어쨌든, 지금 장도에는 청해진 유적을 복원해 놓은 상태다.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장도(將島) 청해진(淸海鎭 遺跡」
사적 제308호(1984. 8.29지정
전라남도 완도국 완도읍 장좌리 309
장도 청해진 유적은 장보고대사(張保皐大使)관련 유적지로 장보고(?~841)는 완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고 당(唐)나라로 건너가 무령군(武寧軍) 군중소장(軍中小將)이 되었으며 828년(흥덕왕 3년) 이곳 장도를 중심으로 청해진을 설치하여 해적소탕과 해상무역을 통한 해양상업제국을 건설한 국제적인 인물이다.
유적지의 총면적은 482,284㎡이고 이곳 장도는 해발고도 43,5m, 면적 99,136㎡로 청해진의 중요시설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멀리 북,서쪽은 강진만과 해남 이진(梨津)의 길목이고, 동쪽은 고금, 약산을 경유하여 득량만과 고흥반도로 그리고 남쪽으로는 청산도를 지나 대양으로 중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유물발굴조사를 통하여 목책열, 판축기법의 토성, 우물터, 해무리청자편 등 장보고의 해상활동 근거지로서 청해진의 실체를 규명하는 많은 유물이 발굴되었으며 2001년부터 정비, 복원사업을 추진 판축토성 (890m)과 내성문, 외성문, 고대, 우물, 굴립주, 치 등이 복원·정비되었으며 남서쪽 해안에는 방어와 접안시설로 추정되는 원목렬(목책)이 300m 정도 남아 있다.
필자는 안내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바로 안내판 곁에 있는 ‘ㄷ'자형 판축유구 우물을 볼 수 있었다. ‘ㄷ'자형 판축유구는 해안 구조물로서 우물을 보호하고 외성문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고, 우물은 잔존깊이 5,8m였다. 결국 우물이 발견됨으로써 장보고가 거느린 군사 1만 명이 장도에 주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증거가 되는 것이지만, 과연 이 우물 하나로 버틸 수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1만 명의 군사가 장도를 비롯해서 완도의 주산인 천황봉 기슭에서 주둔했다 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도는 썰물 때는 뭍이 드러나 그냥 걸어서 갈 수 있어도 밀물 때면 배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강진의 전라병영성의 천혜요새 수인산성을 살펴볼 때, 그곳엔 우물이 사뭇 솟구치고 있는 반면, 장도의 우물터는 두레박으로 길어야 먹을 수 있는 형태였다. 그렇다면 그 많은 군사들의 먹을 물 정도만 공급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빨래며 목욕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다고 볼 때, 장도의 청해진은 보초나 서는 정도의 규모가 아닐까 의구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밖으로 먼 여행길을 떠나는 배는 물을 많이 저장해야 하는데, 우물 하나로 기천 명의 군사가 이용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섬의 구조상 높은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면적이 큰 섬도 아니어서 수량이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필자는 판축법으로 만들어진 청해진 성벽을 걸어보았다. 판촉이란 흙으로 기초 및 성벽을 쌓는 방법 중 하나로 돌을 판판하게 깔고 그 위에 흙을 고르며 다져가는 공법이다. 그런 판축토성은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능선을 따라 축조하였는데, 길이가 890m이다. 외측에 기단석렬을 깔고 기단석렬을 맞물린 상태에서 그 안쪽으로 흙을 시루떡처럼 다져 쌓은 판축토성인 것이다.
장도의 청해진에는 내성문(內城門)과 외성문(外城門)이 있었는데, 내성문은 성 내부에 있는 두 번째 출입문으로 외성문과 함께 방어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대(高臺)는 동서로 이어지는 청해진 남쪽 성벽의 높은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청해진 성의 고대는 동쪽·북쪽·남쪽 3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일본과 중국 등 외국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연안의 상선과 해적을 감시하기 유리한 곳이다.
필자가 장도를 둘러본 느낌으로는 첫째, 장도 내에서는 1만 명의 군사가 주둔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것, 둘째, 상황봉 기슭에 군사가 주둔했다고 볼 때 장도와의 교통은 배로 이동해야 되기 때문에 매우 불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상황봉에서 장도까지의 거리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무리굽 청자’와 강진
강진군 일대는 9~14세기경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 가마터가 180기이다. 이중 신라시대 때 해무리굽 청자가 생산되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1990년 용운리 가마 63호이다. 강진군에서는 그 때 해강도자미술관에 의뢰를 했었는데, 중국 웨저우요 청자와 유약성분이 비슷한 특징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착색재료는 웨저우요 청자와는 달랐다고 한다. 그것은 흙 성분이 중국과 달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거였다.
장보고에 의한 중국청자의 수입과 기술의 도입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청자변조기술이 전파되었다. 특히 강진은 청해진이 있는 장도에서 1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청자를 만들기에 적합한 태토, 물, 나무 등이 풍부했다. 지금도 용운리 부근의 가마터를 살펴볼 때 물과 나무를 얻기 쉬운 지역으로 판단될 뿐 아니라, 청자를 운반하기 용이한 훈정강으로 인해 해상을 이용, 청자를 경주와 기타 지역으로 운반하기가 편리했던 것이다. 고려 건국 후에는 개경까지 연결되어 청자운반선이 오간 기록이 나오고 있어 강진가마터는 관요로 집중 운영되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장보고는 당시 최고의 전력상품인 도자기를 강진에서 직접 만들어 글로벌 무역상을 이루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장보고로 인해 강진청자가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청해진이 있는 장도란 섬 하나를 가지고 중국, 일본 등을 연결하는 해외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장보고가 해상 교역로를 통해 해무리굽 형태를 띤 중국의 웨저우요 도자기 생산 기술을 들여옴으로써 고려청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학자들은 장보고에 의해 중국 청자의 수입과 청자기술의 도입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청자기술이 전파되었고, 이곳 강진은 장보고의 청해진과 가깝기 때문에 청자를 만들어 해상의 수군들이 운반하기가 편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선박학자인 완도의 마광남씨는 청해진에서 강진 미산 앞바다까지는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청자를 실은 배가 곧장 중국이나 일본으로 출발했을 가능성이다. 그렇지 않고 청해진까지 운반 한 후 다시 내리고 올리고 했을 리는 만무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숭전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장도 등의 유물을 심사한 결과 고려 시대로부터 조선시대의 토기, 도자기 밖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비록 단기간이라고 하지만 장보고의 근거지로서는 일본의 박다(博多), 겸창(鎌倉) 등의 예정으로 보아 중국제 도자기의 출토예가 있어도 무방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 “장좌리가 청해진으로서 유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장도의 해안 주변에 둘려 있는 목책은 노출되어 있는 상황으로 보면 방어면이 육지측으로 향하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5,000명 가량의 군사를 움직일 세력이 있는 장보고가 과연 자기의 세력범위 안에서 이같은 시설을 설치했을 것인가. 장도의 주위는 간만이 차가 심하여 조수가 나가면 일대가 니토질(泥土質)의 모래톱으로 바꾸어 선박의 정박지로서는 쓰기 어려웠지 않은가 생각된다. 현재의 상황은 장도를 둘러싼 목책의 현상으로 보아 당시와 크게 변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으로 하여 장좌리 및 장도의 유구(遺構)는 고려시대 삼별초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중도리에 대해서는 평일에도 파도가 사나운 곳이다. 교역선의 발착지로서는 의문이 가는 포구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해신>의 작가 최인호 선생은 “완도의 주산인 천황봉의 기슭이 청해진의 군사가 주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장도에 우물이 발견되었으므로 장도는 많은 군사가 주둔했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 장도는 필자가 직접 살펴본 결과 많은 군사가 주둔하기에는 지형적으로 맞질 않다. 따라서 적의 동태를 살피는 경계진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다른 학자들도 주장하고 있다.
숭전대학교 박물관에서는 결론적으로 “9세기 전반 혜덕왕 시대에 발발한 천재지변에 의해 생활의 수단을 잃은 민중이 노비로 월주요가 있는 절동지방으로 건너갔고, 그후 그들은 도자기 제작에 종사했는 바 이를 장보고가 구출하여 용운리에 이주시켰다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장보고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후원자를 잃은 도공들은 다시 부활할 때까지 소규모의 요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보고와 차
중앙일보는 장보고가 청해진 대사가 된 뒤에 차가 재배되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심국유사는 흥덕왕 3년(828년) 국내에서 처음 차를 재배하는 것과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때가 거의 일치해 흥미롭다고 말했다.
당시 장보고의 핵심 품목은 도자기로서 차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서강대 조범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굴되는 상당수 도자기가 찻잔이라는 것은 그 만큼 차문화가가 발달했다는 방증이다”며 “장보고의 교역물품 중 차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론된다”고 말했다.
이와 반면, 차 문화 역시 남해안 일대는 물론 강진에도 보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강진과 보성의 차가 유명한 것도 무관하지는 않는 것이다.
장보고는 강진사람?
장보고는 강진사람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선후기까지도 완도의 일부분은 강진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강진의 학자들은 “장보고가 도자기와 차를 주력 물품으로 무역을 했을 때 그 생산지는 어디까지나 강진이었다”며 “특히 정수사가 본영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임진왜란 때 염걸 장군이 미산 앞바다를 이용한 것도 정수사의 산세가 요충지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적의 어떤 공격에도 막아낼 수 있는 곳이 정수사가 있는 천태산이요, 또 그 많은 도공들을 길렀고, 도자기를 만든 터전이 곧 천태산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사실은 확인할 길이 없다. 승용차로도 연륙교를 거쳐 강진의 용문까지는 1시간 거리요, 돛단배로도 1시간 거리인 장도와의 가까운 거리라는 사실이 설득력을 가져다 줄 뿐이다.
그러나 장도는 1만이든 5천명이든 주둔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여러 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파악해도 충분히 입증이 될 만큼 장도는 지리적으로 요새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큰 숙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청해진의 본영이 강진이라는 것을 밝히는 일과 장보고가 강진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일이다. 어쩌면 영원히 숙제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진이 청자의 발상지인 것만큼은 사실이고, 장보고가 그것에 지대한 공을 세운 것만큼은 확실한 사실인 것이다.
장보고는 왜 역적으로 죽었나
장보고는 죽어서도 제사를 받아먹지 못했다. 장보고의 본영이라고 일컬어진 장도에서조차 사당은 있었으나 정작 장보고의 기제사는 없었다. 고려 말 장도에서 삼별초 장수 ‘송징’과 완도에서 불교를 일으킨 혜일 스님을 위한 제사는 있었다. 그러나 마을의 수호신이자 완도의 수호신이며 바다의 수호신일 수도 있는 장보고의 기제사는 없었다고 완도 군청 학예사는 밝히고 있다.
이곳 장좌리 주민들에게는 정작 장보고란 사람이 잊혀진 인물이었다. 왜 천 년 동안 청해진에서 잊혀진 인물이 되었을까.
장보고는 옛 부하의 칼에 의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했다. 염장이란 사내의 칼에 의해서였다. 염장은 장보고가 838년 12월 김우징을 도와 인애왕을 물리칠 때의 장수였다. 그런 염장이 거짓 투항을 해오자 장보고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고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염장은 장보고가 술에 취하자 단박에 칼로 찔러 사살한 후 신라왕의 교지를 펼쳐들고 군사들에게 호령했다. 천하를 호령하던 청해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신라 정부에서는 장보고가 만 명의 군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늘 불안 해 했다. 한 때 김우징을 도와 쿠데타를 성공시킨 이후 기득권층인 귀족들의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옛 전우였던 염장을 보내 자객으로서 그 역할을 하게 만든 것이었다.
싸움은커녕 호령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장보고를 역사는 반역자로 낙인찍혀 버렸다.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자기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지 않는다 하여 분개한 나머지 청해진에서 모반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모반의 증거는 없다고 일부 역사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신라정부에서 역적으로 모는 판이었으니 장보고의 털끝 하나라도 그 흔적이 남아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청해진은 완전히 해체되어 역사의 물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글: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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