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안 수중발굴품과 청자문화제
강진청자박물관 학예연구사 조은정
고려시대에 한반도에서 청자를 생산한 곳은 여러 곳이 있으나 강진만큼 오랜 기간 동안 고려왕조의 시작과 퇴락을 같이한 지역은 없었다. 고려시대 500여 년간 탐진(耽津:강진의 고려시대 지명)은 청자제작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갖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청자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고려청자의 본 고장인 것이다.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는 청자를 만들기에 좋은 원료가 생산되는 곳에서 청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로서는 가장 좋은 운송수단이 바다나 강을 이용한 해로였다. 실질적으로 고려시대 가마터들은 거의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에 분포되어 있다. 그 만큼 강진은 좋은 원료와 편리한 운송, 온화한 기후가 청자제작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 지난해 충남 태안 대섬(竹島)에서 인양된 「‘탐진’에서 서울(京:개경)로 ‘사기(沙器)’를 보낸다」는 내용의 묵서가 쓰여 있는 목간이다. 이 목간 자료는 고려시대 최초의 목간이자 우리나라 도자사는 물론 사회경제사 연구에 있어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인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목간을 비롯한 태안 수중발굴품이 900여 년만에 고향인 강진으로 귀향하는 특별전이 국립해양유물전시관과 공동으로 주최로 8월 9일부터 9월 21일(44일간)까지 강진청자박물관 도예문화원에서 열리게 된다.
이렇듯 강진은 유구한 역사와 지질학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조선시대 이후 600여 년간 단절된 청자제작기술을 다시 되살려 문화적 자긍심을 갖을 수 있도록 고려청자와 관련된 주요 사업과 관광컨텐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청자를 주제로 한 강진청자문화제가 올해로 13회째 개최되고 있으며, 8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강진청자박물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도자기는 1,300℃에 가까운 온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계절 중에서 여름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점토성형, 청자공모전, 특별전과 세미나 등 학생과 일반인은 물론 도예가와 학자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한마당이 준비된다. 또한 청자의 실용화를 위해 청자박물관과 개인요의 작품을 2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맑은 하늘, 산과 바다가 청자 빛으로 어우러지는 강진에서 따뜻한 인심과 멋을 만끽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을 값진 역사체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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