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유물선기사
900년 그날의 청자보물선의 비밀이여, 도공의 슬픔이여!
12세기 탐진만에서 한 척의 풍선(風船)이 닻을 올렸다. 강진산 고려청자를 가득 싣고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개경으로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청자운반선은 충남 태안의 대섬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그리고 9백년의 기나긴 세월이 흘렀고, 2007년 가을 한 어부에 의해 그 침몰선이 발견되었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 2만 2천 여점을 실은 침몰선이어서 일러 보물선이나 진배없었다. 수중문화재는 비교적 육상보다 보존이 잘 된 편이어서 고려청자의 원형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쾌거였다. 억대를 호가하는 최상급 고려청자는 국보급이었고, 그런 도자기가 생활자기와 함께 발견된 것도 처음이었다. 그 당시의 침몰선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심지어는 해골까지 발굴되었다고 해양박물관측은 증언하고 있다. 침몰선과 함께 산화한 도공들의 영령들에게 찢어진 아픔으로 얼룩진 그날의 참상을 반추해 보면서 발굴 작업은 진행되었다. 태안문화원장은 증언을 통해 대섬 앞바다는 물살이 센 지역이어서 12세기 이전에도 사고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굴포운하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보아 많은 배들이 좌초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해저탐굴작업은 수중음파 탐지기를 사용하여 해저 속 이상물체를 디지털로 전송받게 된다. 다음으로는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사적지역으로 지정하고, 18일간 정밀조사에 들어가 발굴지역 구획 설치 등 사전작업을 한다. 유물의 출토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강력한 압력으로 흙을 빨아들이는 제토작업을 했을 때 엄청난 양의 청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청자는 두툼한 짚을 완충제로 사용했음이 드러났는데, 이러한 방식은 어지간한 배의 흔들림에도 끄떡없는 포장방법이었다. 선적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났음은 물론, 선상생활용품도기도 개펄에 박혀 있어서 아릿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오래된 나무만 골라서 3년 이상 잘 말린 다음 1/4크기로 당시의 배 모형을 만들었다. 수천년 내려온 한선의 기법이었는데, 배의 뒷부분은 공작새 모형으로 정교했다. 그리고 모형배에 1미터의 파도와 부딪치게 해보았다. 전혀 요동을 하지 않다가 약 6미터의 파도와 부딪치게 하자 모형배는 여지없이 부서지며 가라앉고 말았다.
2007년 12월 수중발굴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큰 사고 없이 발굴작업을 끝낸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900년 전 대섬 앞바다에서 침몰선과 함께 돌아가신 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제를 지냈다. 아픔의 장소에서 당시 희생당한 도공들의 처지를 반추해보는 일이었다.
서해안바다 수중박굴된 14곳 900년 전 도공들의 청자선별작업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