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귤동 마을을 찾아서
기타8경
양광식 문사고전연구소장
귤동 마을에서 다산 초당으로 오르는 입구의 집 댓돌 앞에 4개의 판석이 있었다. 예전에는 관심 밖으로 지나 다녔으나 1985년 8월 27일에 조사하니 8경이 새겨져 있어서 임시로 귤동 8경이라 하였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읽으면 계량진(해창과 구로사이)의 밀물이 들어오는 소리(계량명조桂梁鳴潮), 작은 대섬(칠량 봉황 서쪽)의 돌아오는 돛단배(죽서귀범竹嶼歸帆), 금사봉(군동 하신)의 비 개인 뒤에 떠오른 달(사봉제월沙峰霽月), 천태봉(대구 항동)의 해질녘 구름(천태만운天台晩雲), 용포(도암 용산 포구)의 물고기 잡는 횃불(용포어화龍浦漁火), 가우도(도암 가우도)의 밥짓는 연기(우도취연牛島炊煙) 다산(도암 귤동)의 맑게 갠 날 산속에 낀 이내(다산청람茶山晴嵐) 관악(장흥 관산면 천관산)의 겨울에 쌓인 눈(관악적설冠岳積雪)이다. 불염당 8경과 대조하니 같은 것은 천태만운 1수밖에 없다.
차 불염당 8경운과 차 귤원 족종운의 시를 지은 윤효관(1745~1823. 5.20)은 죽록유고(竹麓遺稿)를 남겼다.
전체를 조사하여 강진 관련 제목들을 가려 보니 다음과 같았다.
만덕사 8수, 수도암 4수, 정수사 1수, 무위사 1수, 대은암(정수사) 3수, 송대(정수사) 1수, 조계암(정수사) 1수, 만덕사 스님 망해 철경 홍선 응혜 월인 9강 1수, 송학 1수, 월곶 1수, 홍교 1수, 보등 1수, 칠은정 1수, 우락정 1수이다.
그리고 차신이 살았던 소호정(蕭湖亭) 8경과 반구정(伴鷗亭) 8경도 있다. 그 위치는 확인해서 표석이라도 세워두어야 마땅하겠다.
또 문장으로 1799년 1월에 지은 청원계서(淸源契書)와 1815년 11월 10일에 지은 문안서(門案書)는 강진군과 해남 윤씨에 대한 자료이다.
그는 1783년에 벼슬을 하다 고향에 돌아왔고 1814년에는 퇴임하여 돌아와 보동에서 살았다.
그런데 송 정승지부곡산이란 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다산과 서로 안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더 이상의 자료가 없어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읍내에 살던 다산을 맞으러 간 윤규로에게 지어준 시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차귤원족종 문거운 次橘園族從 文擧韻
묘년재예성존존 妙年才藝性存存
흡해장경토부탄 吸海長鯨吐復呑
수호문장전팔두 繻戶文章傳八斗
태선도덕수천언 胎仙道德受千言
선장잠약여사벌 羨將潛躍與私閥
괴미연애보성사 愧未涓埃報聖思
문설괴황기불원 聞說槐黃期不遠
저간인앙태산존 佇看人仰泰山尊
차, 귤원 족종 문거(文擧)의 시운에 따라
이름은 규로(奎魯 1769-1837)이다
죽록 윤효관 지음
젊은 나이에 재능과 기예를 성품에 보존하여 육성하니
바닷물을 들이 마신 큰 고래가 삼켰다 뱉는다.
아름답게 꾸민 방의 글월은 조식(曺植)처럼 시를 잘 짓는 재주요
학을 닮은 사람은 지켜야할 윤리와 준칙을 수천마디 받았다.
나머지는 장차 뛰어오르고 잠기면서 사사로운 집안과 함께하고
부끄러운 실개천과 먼지가 아니라서 임금을 깊이 생각한다.
전해 말하는 것을 들으니 과거 기한 멀지 않았고
오래서서 바라보니 사람들의 우러름이 태산과 같다.
윤규로는 읍내에 살던 다산을 맞아 갔으며 두 아우와 함께 초당을 개축할 때 전력을 다해 도왔다.
그리고 집안의 대소사 때는 항상 다산을 모셔다가 대접했고, 모임 때는 함께 하던 학자 가장이었다.
본인의 아들 4형제 아우 아들 2형제를 초당에 보내어 제자가 되게 하였으니 다산의 초당 살이를 책임진 미더운 이였다.
이 같은 역사성과 상징성이 깃든 집터이니 불염당을 복원하여 그 뜻을 이어가자.
귤동마을 기타 8경 중에서 좀 더 깊게 알아두어야 할 곳이 있으니 계수나무계 다리 량의 계량, 차나무 다와 뫼산의 다산, 개일 청과 이내 람의 청람 등이다.
첫째 계량은 강진읍의 덕남리와 도암면의 만덕리에 위치한 해창에 있다. 그곳은 만덕리의 신평에서 동쪽 건너 칠량 송로리 구로를 오고 가던 나룻배가 있었고 바닷가에는 양쪽에 모두 주막이 함께 했다.
강진에 유배 온 정약용(1702-1836)운 탐진어가를 10장으로 지었는데 그 첫째에 이처럼 읊었다.
계량(桂浪)에 잎이 피면 뱀장어 잡기 물때가 좋아 그를 잡으러 활배가 푸른 물결에 헤엄쳐 간다. 이 대목의 설명에 배 위에 그물을 장치한 배를 활배(활궁 배선곡 궁선)라고 하였다. 주민들은 뜰배라고도 하나 현재는 거의 없다. 높새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배를 띄웠다가 마파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그때는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여기서 높새의 새(새조)는 을(새을)이고 새을은 동쪽을 말하므로 동북풍을 일컬어 높새바람(높을고, 새조, 바람풍)이라 한다. 마파람의 말(말마)은 오(낮오)이므로 남풍을 일러 마파람(말마. 아이아 바람풍 즉 마아풍)아라는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전체의 뜻은 동북풍에 배를 띄워 장어잡이하고 남풍에는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곳의 강진만에서 가장 좁은 물목이고 썰물이 되면 특산품인 대합을 잡던 곳이며 다리 량과 물결 랑의 글자는 다르지만 밤에 떠오른 달이 건넌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 같다.
1936년 경의 간척이 되기 전에는 군동 관덕에서 부터 구로까지 수 십리의 모래 사장은 쇠금 모래사의 금사였는데 없어진 모래사장이 아쉽다.
둘째 다산은 중국의 강서성 사요시 북쪽에 있으며 당나라 때 육우(뭍육 길우 ~1804)가 이곳에 살면서 차나무를 심고 다산어사 라고 한데서 비롯되었는데 귤동 마을은 윤취서가 심고 가꾸면서 다산 초당이라 하여 불러오고 있고 장흥과 해남에도 다산이 있으니 서로 연계해 봄직하다.
맑게 갠 날 산속에서 이는 이내나 안개가 걷혔다는 청람은 당나라 정곡의 화산시와 송나라 주방언의 도강운사에서 처음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 글에서 빌려다 사용했다.
귤동의 본명은 유자유 씨앗자 고을동 즉 유자동이며 만덕리라 하면 마점, 보동, 귤동, 덕산, 신평이 한 권역이므로 다산기념관이 건립되면 5개 마을마다의 특색을 살리는 일을 꼭해야 되겠다.
시의 순서를 북쪽에서 동쪽으로 나열해 보면은 다산청람, 계량명조, 사봉제월, 관악적설, 천태만운, 죽서귀범, 우도취연, 용포어화의 순서가 맞다.
해창의 계량에서는 배를 띄워 울릉도와 소련 그리고 서해를 더듬어서 중국까지도 다녔으나 배를 만들던 선소도 함께 했고 강진의 다산은 이제 세계지도에 기록되어 있으니 청자와 천태종의 그 시절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강진에서 태어나고 살아오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모두가 함께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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