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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11,1, 중부전선을 시찰한 잔슨 미대통령(좌), 다음이 박정희 대통령, 그 우측이 수행 취재 중인 필자. |
한국경제는 미국이 일으켰다
김현철(전 언론인)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알기로는 한국군 베트남 파병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응했던 결과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거꾸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베트남 한국군 파병을 미국 측에 제안,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박정희. 케네디 정상회담 회의록에 따르면 1961년 쿠데타 성공 후 11월 14일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케네디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이 때 양 정상회담 석상에서 박의장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한국은 월남전과 같은 유형의 전쟁에 잘 훈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군에서 훈련 받았고 지금은 흩어져 있다. 출발 전 한국군 장성들과 협의한 결과 모두가 파병을 찬성했다. 자유세계의 일원으로 미국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다. 케네디 대통령께서도 이 점 군사고문들과 지속적으로 연구하신 후 결과를 알려 주시기 바란다’고 월남전 한국군 파병을 먼저 제의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케네디는 한국군 참전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나 박의장의 이러한 제의에 케네디는 예정에도 없던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박의장의 이러한 제의에는 몇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자신의 과거 남로당(한국군책) 관련 경력 때문에 아직도 자신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일부 지도자들의 신뢰를 이번 기회에 획득, 튼튼한 정권 기반 및 장기집권의 기틀을 다진다. 둘째, 쿠데타로 인한 약체 정권의 약점을 이러한 방법으로 미국 정부에 환심을 사서 정상적인 정권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 셋째, 그렇게 해서 절박한 미국의 경제 원조를 이끌어 낸다.
결국 자신의 입지를 굳힘으로써 장기 집권과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박의장의 베트남 파병 제의였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케네디 암살로 후계자가 된 잔슨 대통령은 미국 내 반전여론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미군 증파가 어려워지자 드디어 박의장의 제의에 따라 한국군 1개 사단 파병을 정식으로 요청한다.
이에 따라 한국군은 최대 5만 명 수준까지 베트남 전선에 투입되어 만 8년 8개월 간(1965~73) 연인원 약 32만 명이 베트콩(베트남 공산군)과 전투를 벌인 것이다.
잔슨 대통령은 1966년 10월 31일 증원군 파병을 요청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미 5만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의 위협을 의식해 더 이상의 파병은 위험하다는 한국 측 반응을 듣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건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 파병으로 미국은 자그마치 경비를 24억불이나 절감할 수 있었다.
한편 베트남 전 파병으로 한국은 뼈아픈 전사자(5천여 명)와 전상자(1만5천여 명), 고엽제 희생자(11만여 명) 등 막대한 피해를 보았지만 애당초의 목적이었던 국군 현대화를 위한 1억5천만불 차관, 파병군의 모국송금 2억불 등 베트남 특수로 한국은 총 10억불을 벌어들이는 달콤한 열매를 얻는다.
그 중 국군현대화 차관 1억5천만불은 오늘 날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쓰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한국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근본 동기는 무엇보다도 남한의 공산화를 겁내던 미국 정부였다. 전 세계에서 공산화된 나라들을 분석한 결과 모두가 빈약한 경제가 그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 미국은 박정희 정권이 정치자금 창출을 위해 장난을 치다 파탄을 낸 증권시장과 화폐개혁의 실패로 경제가 극악상황에 처하자 민중 봉기 등의 위기감을 느껴 미대외원조처(USOM 및 AID)를 통해 적극적으로 한국경제 성장을 위해 뛰어든다. 당시 북한이 세계 경제 순위 50위, 남한이 101위였으니 한국국민들의 봉기는 쉬 짐작할 수 있었으리라.
박정희가 매달렸던 ‘대기업 및 포스코’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절대로 한국경제가 일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은 미국이 제시한 ‘수출주도형 경제개발정책’등 미국의 제안을 무조건 반대로만 고집을 세우는 박정희에 여러 차례 실망을 했고 이러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그 때 그 때 경제 원조를 중단하는 채찍질을 했다. 미국이 예상한 대로, 그 때마다 답답해 진 박정희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문제점은 박정희가 경제에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파, 결국 박정희에게 경제학을 가르칠 유능한 경제학자까지 개인지도 교수로 파견하는 조치를 취했다.
드디어 박정희는 무능한 경제 관련 장관 등 참모들을 경질하게 된다. 미국이 제시한 수출주도형 경제개발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능한 참모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미국이 주도한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은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한국 경제를 성장시켜 나갔다.
물론 박정희 정권은 이 모두가 박 전 대통령의 작품인 듯 국민들을 세뇌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은 미국의 적극적인 제의로 이뤄진 수출주도형 개발정책을 기관차로 한 베트남 전쟁 희생자들 및 32만 참전 용사들, 또 서독에 파견돼 죽도록 고생했던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막대한 액수의 송금 그리고 구로공단 등 전국의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총 합체가 그 밑거름이 되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유능한 경제학 교수 등 알만한 인사들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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