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가시고기, 문어와 같은 인생사 3
잡초같은 나그네 여행길
우리 인생이 나서 죽음까지 100세까지로 친다면 그 때까지 유한의 존재로 여행하는 나그네 길 인생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집도, 가진 재산도 다 내 것이 아니요 잠시 빌려 쓰며 자고 가는 한 여인숙에 불과하지요. 죽으면 땅에 파묻고, 썩어버리는 물질 같은 한 그릇에 지나지 않기에 실상은 우리들 인생사가 죽음에서 도피할 수 없는 필연의 존재이며 고독한 여행길이랍니다. 운명이란 것이 그런 것이라 하지요. 죽음 앞엔 누구나 같은 존재이니까요.
요 몇 일전 필자가 셋째 여동생 남편인 매제가 오랜 숙환으로 임종하는 시신을 관속에 넣는 자리에 눈물로 떠나보내는 가족들 곁에 나도 한사고 들어가 마지막 보내는 얼음장같이 찬 매제의 맑디맑은 이마를 쓰다듬어보며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답니다.
꽃가루를 뿌린 그 자리에 한 삽, 두 삽 시신에 덮으며 목 놓아 우는 식구들 모습. 독일서 온 조카 내외 녀석들과 그의 손녀와 쌍둥이 두 놈들까지 그리고 매제를 떠나보낸 지친 여동생을 위로해주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진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답니다.
차창을 바라보며 한 세상을 살다간 매제와의 인연을 되뇌어보며 인생사를 논하던 젊은 시절이 어제 같은데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는 길로 떠난 매제를 가슴 속에 담습니다.
오늘도 늘 다니는 새벽길을 아내와 두 손잡고 오르다보니 이날따라 유난히도 야생 향내 가득한 이름 모를 잡초들이 틈새 여기저기에 저들 나름 끈질긴 생명력으로 비집고, 버티며 돋아나는 이름 모를 산 길 들풀들을 보며 넉넉한 마음의 여유로운 행복감을 키워봅니다.
우리 인생살이가 뉘 할 것 없이 잡초같이 짓밟히고 찢기고, 할퀴면서 살아가는 한평생 인생살이가 마치 자유를 갈구하려는 더스틴 호프만의 ‘빠삐용’ 영화장면처럼 사는 게 다 고통이요, 버거운 짊이고 지친 삶입니다. 결국 우리들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라 뒤돌아보니 덧없는 허구한 날들이 다 지친 상처투성이인 흔적의 모습들로 가득할 뿐이지요.
왜 우리 인생은 한평생을 초연(超然)한 삶으로 살아갈 수 없게 하나님은 만들어 놨을까?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이승을 가리켜 ‘삼계(三界)를 윤회(輪廻)하는 고통의 바다’로 표현했으며 “대 죄인(大 罪人) 보잘것없는 이 몸뚱이 일체 세간사 모든 애착 놓으라.”고 엄포를 놓았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다보면 그 과욕의 울타리를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맙니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 아름다움과 추함도 다 이한 공간속에 존재하기에 당신이 보는 생각과 시각의 차에 따라 변하고 달라지겠지요.
가령, 근간에 떠들썩한 전 대통령 집안 자식들까지 부정 축적자금을 들추고 이 잡듯 따져 들어가니 교통비도 없다고 딱 잡아 때던 전두환 그분이 나라 돈을 도둑질해 자식들에 나눠준 돈들을 16년간이나 긴 세월동안 숨기며 미납한 추징금 잔액 1,672억 원 모두를 토해놓겠다고 하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치한 행위를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뭐라고 평할까요?
남을 등치고, 피눈물 나게 울려서 모아 논 재산 오래가고, 대대로 잘 살아갈 것 같아도 깊이 들여다보면 반드시 크나큰 신상(身上)(고칠 수 없는 엄청난 고질병)이나 사정(事情)에 얽혀져 수십 곱빼기의 벌을 언젠가 반드시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세상사의 철칙입니다.
우리가 사는 게 꼭 무슨 법칙이 있고, 공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삶의 순리가 그렇다는 것이고, 순리(順理)를 지켜 산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중요한 과제입니다.
진정 여유 있는 삶이란 남의 뒤편에서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가진 만큼으로 자족하고, 남의 것 탐냄 없이 남의 눈에 슬픈 눈물 흐르게 하지 아니하며 구름같이 물 흐르듯 조용히 사는 삶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들은 저리도 잘 사는데 하고 부러워하지도 말고, 양보하고 덕(德) 쌓으며 그냥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바른 도리지요.
인생살이 가운데 진실한 배려란 상대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모르게 덕을 쌓아가는 삶의 진실입니다. 그런 다음 내 영혼은 언제나 자유로운 진실의 우렁이, 가시고기, 문어와 같이 자식에 뜯어 먹혀서 영원히 전설의 가시나무 새로 남아 영적인 완성을 이룩할 때가 아니겠어요.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