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을 살다보니 1
오늘의 나를 확인하는 삶의 여정
40여 년 전쯤 저와 첫 만남이 하늘 위 비행기 속에서입니다.
무역업으로 한창 바쁘게 나들이하던 때 일본 오사카 행 같은 좌석에서 두 시간 여 잠깐 만난 인연의 분인데 지금까지도 마치 연인처럼 보고파지는 유다르게 친숙한 사이입니다.
이 분을 보고 싶을 때면 이따금 자주 연락해 중간 대전쯤에서 만나 하루 유성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인생사를 자주 나누던 그런 분이지요. 유명한 탈렌트 아버님이시기도 합니다.
요즘 어찌 지내나싶어 안부 인사도 겸해 핸드폰을 했으나 되지 않아 혹시나 해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그 부인의 대답이 두 달 전쯤에 부산에 볼일이 있어 가던 중 고속도로변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인명은 재천(在天)이라하지만 그렇게 허무한 이별에 난 한동안 서러움 속에 지내야 했습니다.
부인에게 말로만 위로를 해 드리고 말았지만, 마음을 달랠 수 없어 일부러 용인 장지에까지 다녀와서야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그러나 이따금 외로움과 공허한 허탈감을 느낄 때마다 이 분의 독특한 경상도 어투에 그리움이 겹치며 함께 허심탄회하게 나누던 기억이 떠올랐고 먼저 간 이 분을 생각하며 세상사가 이러다 저러다 그냥 가는 건가? 라는 생각에 파묻혀지는군요.
누가 말하기를 “인생은 만남이요, 이별의 장이다“라고한 말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의 삶의 여정이 마치 만남이요 헤어짐의 반복인 듯 여겨지기에 언젠가는 이 세상에 없어질 당신과 내 사이를 종종 다시 확인하고 생각해보면서 사랑을 키워보는 것은 오직 아직도 우리는 생존이 값지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그 분과의 만남에서 그리움이 깊이 남아있는 대화중 첫마디가 “야 이 산적아 뭐하노? 아직도 안 죽고 잘 사나? 왜 연락 좀 안하노? 바쁘나?” 하면서 듬직한 경상도 사투리에 껄껄 웃고 나누던 그 몇 마디 인사가 이렇게 가슴에 못이 박혀 남아있을 줄이야 몰랐습니다. 이 세상에 보내와 다시 볼 수 없는 여운을 남기고간 이 분과 지금의 나의 심정은 아름다운 마침표가 아닌 쓸쓸함의 상처로 아쉬움만이 너무 깊을 뿐이랍니다.
살아있기에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아픔의 이별을 감내하고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얼마 전에 고인이 되신 ‘최인호’선생이 쓴 상도(商道)라는 소설 속의 말이 기억납니다. “모든 사람은 일대일의 관계의 만남이지만, 기억에 남는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사람도 꼭 있게 마련이다” 는 말이 떠오릅니다.
한 세상을 살다보면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또 해야 할 있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날 필요로 해 만나주는 곳이 있고, 내가 갈 곳이 있다는 것에 그 감사함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이 몸이 나약하지도 않고 아무 곳에나 아무 이상 없이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상관없이 갈 수 있고, 슬플 때 가슴에 담아둔 분들을 생각하며 느끼면서 울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행복함의 나 자신의 확인으로 삶의 여정을 만들어봅니다.
하루하루 삶의 여정에서 따뜻하게 몸을 푸는 내 복음자리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아내의 상긋한 웃음에 나는 온 피로가 녹아내리지요. 이 한 몸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매주 내가 쓰는 신문의 칼럼을 기다려주는 소중한 독자님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리고 지금 집 사람과 노년의 건강을 확인하며 누리고 있는 하루하루의 즐거움. 새벽 산책길에 동행하는 아내와 동트는 태양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감사로 맞는 그 기쁨, 새벽마다 인사로 주고받는 분들과의 대화 속에 건강하십시오. 오래만입니다 등등의 순수한 나눔의 행복감. 보고프거나 그리운 분들이 지금 쯤 어떻게 지낼까? 안부 묻는 전화로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목소리를 확인하며 들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일상이 내겐 정말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그리하여 한 세상을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시작하면서 사랑의 인사로 주위 자식들이나 친인척, 친지와 해맑은 손주 녀석들의 미소가 눈 안에 밟히는 때면 으레 먼 이국으로 떠난 아들자식의 기별이 없으면 무슨 탈이 없나 걱정되고, 그렇게 사는 날들을 확인하면서 그저 건강 무사하기를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깊이 드려볼 뿐입니다.
정말로 옛날에 살아가던 어린 시절에는 없이 살았어도 순수하게 그저 행복을 느끼며 살았는데 요즘 세상은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합니다. 만나보면 다들 폭 쉬고만 싶다고들 말합니다.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게지요. 내가 글 쓰는 신문사 송 국장님도 어쩌다 한 번씩 나누는 술좌석에서 이야기 나눌 때가 있는데 피로가 쌓인 지친모습을 보며 위로의 잔을 주고 받다보면 집에 들어가 다 잊고 그저 잠드는 것이 가장 편안한 시간이라고 말하더군요.
하루를 산다는 것, 그것이 별것이당가라고 하겠지만 하루를 무사히 넘긴다는 것같이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추진하며 해결해 나간다는 것, 내가 지금 볼 수 있거나, 만질 수 있으며 느낄 수 있고 오늘을 확인하는 여정이 다 그렇게 사는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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