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도암 망호마을 이장 박정배
탁 트인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을 바라보자면 문뜩 외로움이 밀려온다.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일까. 망호선착장에서 해안을 타고 마을로 들어서자면 사방 유리문으로 지어진 정각이 있다. 이 정각에 다다르면 멈추어 바다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지나치지 못할 풍광이 펼쳐져 있다. 섬의 형국이 소 멍에 같다하여 가우도라 부르게 되었다는 섬이 바다 한가운데서 나그네의 지친 마음을 쉬어가게 한다.
“가우도는 제 작년에 망호마을에서 분구되어 가우도마을이 되었어요. 군에서 바닷가에 정각을 지어주었는데, 금년 여름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지요. 상수도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어요.”
망호마을 이장인 박정배(67세)씨는 고향마을을 지키고 있는 고향지킴이 이다. 쪽빛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만큼 푸근한 인상을 가진 박정배 이장은 바닷가의 정각과 마을회관 앞에 잘 지어진 정각 자랑부터 시작했다.
“여름에 추워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시원해요. 마을사람들이 정각에 모여서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기 때문에 마을의 보금자리지요.”
망호마을은 도암면 신기리의 신기, 용암과 함께 3개마을 중 하나로 앞쪽으로 넓은 간척지와 바다가 펼쳐져 있다. 가구 45호에 90여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망호마을은 55세 이하가 11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두 개의 정각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말하는 박이장의 모습에서 참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자가 지나던 시간에도 바닷가 정각에는 나그네 한 사람이 대금연습을 하고 있었다. .
“금년에도 집 두 채가 늘어났어요. 두 집이 이사를 왔어요. 타 마을은 인구가 줄어도 우리마을은 다른 마을에서 이주해 오고 있어요. 물론 빈집은 하나도 없고요.”
정각에 앉아서도 갯벌을 지나 수평선 사이 조각배가 둥둥 떠다니는 자연을 만끽 할 수 있는 마을, 그래서 바다를 바라본다 하여 망호라 하였음 직 하다.
“예전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지요. 왼편은 천일염전의 생산지였고, 오른쪽 정각이 세워진 곳은 가매등이라고 해서 소금을 구웠던 곳이에요. 그래서 우리마을의 지하수는 염기 때문에 나무와 물이 귀한 마을이기도 하지요. 지하수는 농사용으로만 쓰며 상수도는 뒷산에서 끌어다 쓰고 있는데, 타 도시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물이 참 좋다고들 해요. 정말이지 높은 산에서 끌어오는 우리마을 상수도가 좋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한테서 듣고 있어요. 군에다 1년에 한번씩 수질검사를 의뢰하고 있고요.”
삼면이 바다였다는 망호마을은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으나 일제시대 이후 간척을 하여 농토가 만들어졌고, 1980년 제방을 막아 만든 영동농장의 경지정리로 변화되었다.
“농사와 바다소득이 주소득이나, 농사가 적은 사람은 바다에 많이 종사하지요. 주로 고막과 굴을 생산하고 겨울에는 낚지를 잡아요. 모든 어패류는 물심으로 생기기 때문에 간척지를 막기 전과는 달라졌지요. 간척지를 막은 뒤로는 뻘이 차져서 많은 어종이 없어졌다고 봐야지요. 예전에는 차떼기로 판매를 했었는데, 바다를 막은 뒤로는 물심이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많이 줄었어요.”
상수도를 끌어왔다는 뒷산이 꾀 높아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바다에서 얻어지는 수입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인지 매우 정갈해 보이는 마을이다.
“뒷산을 지땅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제당산이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제를 지냈던 산이기 때문이에요. 옛날 어장한 사람들이 제를 지내고 신을 모시는 단자가 있었어요. 태풍이 불었다하면 우리마을이 첫 번째 요새에요. 태풍이 불 때면 콩잎 등 농작물까지 싹쓸이 하듯 쓸고 가는데, 산속에는 언제 바람이 불었냐 싶을 정도로 조용하지요.”
박정배 이장은 어쩌면 전혀 시골티가나지 않는 얼굴에 부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마을소개를 했다.
“망호선착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곳에 우뚝우뚝 솟은 바위들이 있었는데 그 바위를 전어바위, 송학리 선착장에 있는 바위를 농어바위라고 불렀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많이 잡혔어요. 올해도 모두 알차게 해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인데, 이때 많이들 와서 전어맛좀 보라고 해요.”
옛 조상들은 풍어제를 통해서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였다. 5회째를 맞고 있는 강진만풍어제는 신기 용암 망호 용산 송학 가우도의 5개 마을 어촌계 어민들이 준비하고 있으며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다지며 다함께 나누어야 할 풍어제가 몇몇 어민들의 잔치로 되어서는 안 된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보면 날씨가 맑은 날은 제주도 한라산까지 다보여요. 사방이 탁 트여서 다도해가 다 보이지요. 그래서 산꼭대기에 정각을 하나 지으면 참 좋겠다는 말들을 하기도 하지요.”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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