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동백꽃을 보러 가려면
목민심서 한 권은 들고 가야 하리
시방 봄 오는 소리가
송이송이 벙그는 백련사 동백꽃에서 들리는가
고재종 시인은 ‘백련사 동백숲 길에서’란 시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누이야, 네 애틋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에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중략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보긴 걸어볼 참인가
고재종의 시처럼 시방 백련사의 동백 숲은 수천수만의 동백꽃 등이 켜져 있다.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 동백꽃은 다도해를 스쳐 불어온 바닷바람에 볼이 붉게 물들여 있는 것이다. 남도의 맨 마지막 땅 강진의 백련사 동백꽃은 그래서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도 하다.
백련사에 도착해 옛길로 들어서야만 동백 숲과 마주할 수 있는데, 최근 사천왕문일지 아니면 해탈문일지 모르겠지만 새 건물이 세워져 있다. 내부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서 빈 건물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욱 멋스럽기조차 하다.
승(僧)과 속(俗)을 구분 짓고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을 구분 짓는 이 건물이 동백 숲 속 한 가운데에 들어앉았으니 하는 말이다.
동백 숲 속에는 수천의 세월 속에서 바람과 비바람과 폭풍을 견디고 서 있는 옹이진 동백나무도 볼 수 있다. 아, 무엇이 그리도 서럽게 만들어서 사람 얼굴만큼 큰 옹이까지 만들며 서 있는가. 옹이진 동백나무를 바라다보면 우리의 삶도 실상 저렇듯 옹이진 여정을 이끌고 오지는 않았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백련사 동백 숲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이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잇는 길목에 약 5.2ha 면적에 7미터 쯤 되는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그 동백 숲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탐진만의 정경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이 길은 (사진) 다산과 초의선사가 교류하던 사색의 숲이며 철학의 숲이자 구도의 숲이기도 하다. 이곳 백련사의 동백은 2월부터 머금어 초봄인 3월 초부터 개화하기 시작하여 3월 말에 낙화한다.
백련사 사적비에는 아름다운 숲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고 조선시대 문인 성임(成任, 1421-1484)과 임억령(林億齡 1496-1568)의 시에서도 지은이가 백련사 동백 숲의 뛰어난 경치를 직접 보지 못해 한스럽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동백 숲을 즐길 때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사색하며 거닐어야 한다. 붉은 동백꽃들이 뚝뚝 떨어진 붉은 숲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면 더욱 조용히 가슴으로 꽃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아야 한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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