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가진 결핵, 감염․발병 예방이 최선입니다.
군동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조민근
결핵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증상만 가지고는 다른 양성 호흡기질환과 감별하기 어렵다. 치료기간이 보통 6개월 정도로 길고, 환자 관리도 까다로워서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분야에서도 결핵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이다.
빌 게이츠와 같은 거부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부하며 결핵과의 전쟁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결핵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결핵균이 발견된 3월 24일은 매년 세계 결핵의 날로서 세계적으로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
우리나라도 지자체마다 무료결핵 검진, 건강 상담 등 또한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결핵 퇴치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기준 신고된 결핵 환자를 기준으로 5만 명에 이른다. 결핵 관리지침에 따르면, 2015년에는 전 인구의 감염률은 28%, 30세 미만은 2.6%로 다행히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 결핵의 역학적 특성이 변해감에 따라 국가 결핵 관리 사업도 조금씩 변화를 겪어왔다. 현재, 결핵의 ‘감염예방’과 ‘발병예방’의 2가지로 구성된 국가 결핵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감염예방’이란 조기에 결핵 환자를 발견하여 관리하고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결핵의 증상이 의심되어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중에서 결핵 환자를 진단, 치료하는 일에 역점을 둔다. 이러한 전략은 이전의 집단검진에 비해 비용대비 효율적이며, 치료 순응도 역시 높아 현재의 환자 발견사업에 기준이 되고 있다. 결핵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더 일찍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결핵 진료의사들이 초기에 필요한 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하는 과정이 이루어지면 결핵 전염을 더욱 일찍 차단할 수 있다.
둘째, 발병예방이란 생후 4주 이내 시행하는 BCG 접종 등이 해당하며, 1995년부터 발병예방조치로서 잠복결핵감염의 치료를 추가하였다. 잠복결핵은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결핵균이 존재하나, 증상이 없으며, 균이 배출되지 않아 전파되지 않는 상태이다. ‘잠복결핵환자’는 항산균 검사와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정상소견을 보인다. 그래서 잠복결핵의 진단을 위해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 혈액을 통한 인터페론검사를 필요로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잠복결핵의 치료 대상자에 학교 집단 발병에서의 감염자, 결핵 발병 고위험군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결핵에 대한 인지도와 지식이 향상되어야만 한다. 다음과 같은 점들을 알아두면 우리들도 국가 결핵 관리 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먼저, 적극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결핵을 의심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핵의 유병률이 높으며, 결핵 관련 검사가 고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고, 소극적은 대처로 결핵을 놓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사이에, 인근 시군 학교에서 결핵의 집단발병이 보고된 바 있다. 이른 시일 안에 퍼질 수 있으니, 학교나 집단수용시설, 요양기관에서는 더욱 발 빠른 대처와 함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결핵 발생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보자. 노숙자, 수용시설 거주자, 면역억제제로 치료받는 환자,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감염자, 결핵이 많은 국가로부터 온 외국인 등이 결핵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대처해야 한다.
위의 과정을 통해 결핵 환자가 발견되고 치료를 시작하였다면, 이제 주변의 접촉자에 대한 검진을 유도해야 한다.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기침, 가래와 같은 결핵의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결핵감염검사와 단순흉부방사선사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접촉 후 결핵의 증상이 있거나 단순흉부방사선사진 소견상 결핵이 의심되면 객담 결핵균 검사를 포함하여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일부 어르신들께서는 “기침만 하면 마을회관에 출입금지를 당한다”고 하소연하시기도 한다. 이런 잔혹한 현실에는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결핵의 트라우마도 분명 한몫을 하였으리라 생각된다.
막연한 두려움과 주변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검사와 진단을 꺼리는 것은 큰 걸림돌이다. 이제는 감추고, 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결핵 의심증상을 숙지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보자. 이것은 자신에 대한, 이웃에 대한, 나아가 우리들의 후손들과 국가경쟁력에 대한 중대한 투자이다. 후손들이 이어갈 문화유산등재에 노력하는 것처럼, 물려주지 말아야 할 결핵도 퇴치하고자 노력할 시기가 도래했다.
*참고: 결핵 진료지침, 2011 결핵 진료지침 개발위원회/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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