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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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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기자의 수첩
세월호가 주는 슬픔과 분노

이현숙기자의 수첩

세월호가 주는 슬픔과 분노

 

“할머니, 할머니, 배가 기울어져서 한쪽으로 빠지려는데, 지금 캄캄한데서 이거 하나 붙들고 있어요. 나 죽으려나 봐요”

라디오 뉴스에서 들려나오는 소리를 듣고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일요일 저녁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둘째아이를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듣게 된 뉴스에서 손주의 마지막 목소리였던 전화내용을 할머니가 안타깝게 전하고 있었다.

둘째와 똑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당한 엄청난 사고 앞에서 나는 아이를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 주면서도 몇 번이나 아이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가 자동차에서 내려 어둑어둑한 길을 걸어 기숙사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아이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는 그 모습이 오늘은 왜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일까. 진도의 저 캄캄한 바다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아비규환을 겪었을 또래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을 것만 같다.

세월호에 오를 때 신나는 수학여행에 잔뜩 들떠있었을 랑랑18세의 아이들. 집을 나서면서 가족들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가 마지막이 된 아이들. 그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이 진도 팽목항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배에서 가슴까지 울컥울컥 해지고 눈물이 저절로 주르르 흘러나온다.

세월호 사고는 지난 16일 수요일 아침 발생했지만 5일째가 된 20일 일요일까지도 그 많은 실종자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 국민모두가 안타까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고 날부터 매일매일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실종자들이 구출되기만을 기다렸지만, 20일 밤 텔레비전 화면에는 탑승476명, 구조 174명, 실종244명, 사망 58명이라는 숫자가 고정된 채 변할 줄을 모른다. 이 숫자마저도 처음부터 정확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숫자를 바꿔야 했던가. 국가의 어수룩한 재난대응과 여객선의 허술한 여객행위는 뭇매를 맞아도 싸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는 세월호의 뱃머리조차 아예 삼켜버렸으며, 그 위로는 이제 부력유지 공기주머니 2개만 덩그러니 나뒹굴고 있어 무심하고 캄캄한 바다가 야속하기만 하다.

어디에서나 사람이 모인 자리에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화제가 되었다. 배가 침몰하기까지 초동대응에서 미흡하여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에서 화가 나고, 정부의 재난대응에도 화가 나고, 실종자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우리나라의 기술력 부재에도 화가 났다.

16일 9시 24분 진도 관제센터와의 교신에서도 인명탈출을 시키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선장은 왜 관제센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가장 먼저 탈출을 했을까. 선실내부에 구명조끼를 입은 체 웅크리고 있는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방송될 때마다 시간을 되돌려 그들을 잡아끌어 빨리 탈출시키고 싶어지며 그들을 가만히 있게 만든 사람들에게 분노가 치민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라는 책 내용 중 18세를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인 나이라고 표현한 문구가 생각난다. 가장 활동적인 때를 맞은 나이,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된 그 나이의 아이들이기에 더 가슴이 미어지고 슬퍼진다.

예수부활대축일을 맞은 주말, 나는 성당의 성가가 즐겁지 못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웃음이 넘치는 인사를 서로 나누게 되지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난감하여, 얼굴에 미세하게라도 지어지는 그 웃음마저도 미안해지는 날을 맞았다. 예수 부활의 기적처럼 저 바다 속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면서 부활계란에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요’라고 쓴 아이의 글씨에도 눈물이 글썽해진다. 슬픈 부활절이다.

오늘도 밤은 깊어가고 우리의 애타는 그 어떤 소식도 얻지 못한 체 여객선의 이름처럼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왜 이름조차 쓸쓸함을 주는 세월호란 말인가. 이제 우리는 한동안 이번 사건의 슬픔 안에 갇혀서 세월을 보내야할 것 같다. 모든 축제도 취소되었으니 한동안 웃을 일도 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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