貪多務得(탐다무득)
김현임(수필가)
코카콜라가 생산된 이래 최초의 사태란다.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던 추세에서 돌연 축소로 돌아섰다니. 건강의 적신호인 비만, 그 주원인이 탄산음료로 대표되는 코카콜라가 주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작금으로선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코카콜라, 可口可樂이라는 중국이름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청량음료인데 그 제조비법을 아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란다. 처음에는 모두 7명이었으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5명이 죽고 단 두 명만 남은 것이다. 하루에 1억 2천만 병이 판매된다는 코카콜라. 그 원료 중 99%는 이미 밝혀졌다. 설탕, 탄산수, 캐러멜, 인산, 카페인, 그리고 코카 잎에 콜라 콩을 혼합한 것이 그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1%에도 미달하는 원료인 ‘재료 X’는 여전히 비밀이다.
그 X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화학자들과 경쟁자들이 80년 이상을 노력 했으나 헛수고였다. 코카콜라의 처방을 알고 있는 사람 중 그 비방을 잊어버리게 되면 조지아 신탁은행에 가야 되는데 그 은행의 금고 속에 코카콜라를 만드는 비밀문서가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보안수칙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할 정도인데 금고를 열기 전에는 반드시 신탁은행 이사회의 허가가 요구된다. 허가를 받은 후에도 담당자의 입회하에 비로소 금고가 개방되는데 이 또한 예정된 시간에 정확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코카콜라의 주요 원료가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 약물관리국은 콜라를 만들어내는 회사들이 특정한 주원료 제품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베일로 묻힐 코카콜라의 비법 X에 관련한 일곱 명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청해진해운, 그 실질 소유주인 유병언 세모 회장의 7인방과 겹친다. 법으로 보호받을 만큼 존중되는 음료회사의 비법과는 달리 그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가 수면 위로 낱낱이 그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검붉은 닻이 갑판에 쓰러져 누워 내게 말했네 진흙에
안겨 몸부림쳤으나 그의 심장소리 참 아름다웠다고
최근 발표한 강은교 시인의 짧은 시 ‘닻’을 읽으면서도 몸서리를 친다. 노나 닻, 갑판 같은 바다와 배에 관한 모든 어휘들에 드는 강한 거부감이다. 바다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쓸쓸한 날, 고적한 날, 삶이 신산한 날 어김없이 어머니의 품처럼 바다가 떠올랐었다. 차르락 차르락이는 파도는 괜찮다, 괜찮다 등 두드려주는 늙은 어머니의 위무의 목소리처럼 그리웠다.
소를 삼킬만한 기상(呑牛之氣)을 타고났어도 그 천혜의 축복을 잘못 남용하면 만인에게 폐해를 끼친다. 아해(굳이 음훈을 찾아 기록하고 싶지 않다.)라는 자못 신성한 이름의 사진가로 자처하며 제 자신의 정체를 위장해 갖은 비행을 저지른 유 회장이 그 대표적 예다. 청해진을 비롯해 금수원, 국제영상, 노른자 쇼핑, 다판다, 아이원홀딩스에 이어 민심일보라는 언론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었다니 종교를 등에 업은 그들의 끝없는 탐욕의 너비가 저 바다를 뒤덮을 기세다. 무엇보다 괘씸한 건 여전히 반성의 기미 보이지 않는 그들의 행태다.
탐다무득(貪多務得)은 욕심이 많아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손에 쥐려고 애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잃어버린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면 그 버금은 명예라고 햇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그 아름다운 이름을 잃으면 다시 회생하기 힘들다. 얻는 것은 작고 잃은 것은 많다는 탐소실대(貪小失大)는 그런 어리석음이 빚은 결과다. ‘어리석은 자의 불행은 자신의 지위와 직무, 재산, 사람들과의 교유에서 자신의 소명을 잊는 데서 연유한다’고 지적한 이는 스페인의 신부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다. 그는 인간을 결코 대단하게 생각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천박하여 때로 사악하고 변덕스러운 인간들과 현명하게 어울려 사는 법을 설파한 책자가 ‘세상을 보는 지혜’다. 그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혹여 빚어질 교단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책을 발간했다. 하지만 결국 옥에 갇혀 빵과 물만 먹으며 속죄를 해야 했다. 그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충고했다. ‘보다 냉철한 이성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품위를 지켜라. 마지막으로 완벽한 인간으로 대접받도록 끝없이 노력하라’고.
지금 견딜 수 없는 불행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이 난국을 극복하는 방법은 현실을 직시하는 예리한 통찰력과 정직한 의도에 있으니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노스님은 이렇게 참회했다.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함부로 살아왔다는 걸 인정하고 참회하고 반성하라고. 바다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탕탕평평(蕩蕩平平) 잠잠히 계시다가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우리의 잘못에 준엄한 호령을 내리시는 큰 어른이셨다. 누구를, 누구가 감히 지목해 나무랄 수 있는가. 머리 조아려 용서를 빌자. 우리 모두가 무릎 꿇어 사죄하는 진정한 반성만이 이번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최소한 보은하는 길이다. 그래서 우리의 부주의로 원칙, 신뢰, 배려의 배는 잃었지만 마지막 한 척 남은 희망의 배로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