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필요한 11명의 친구들’ 이라는 글을 읽었다.
1.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친형제보다 더 든든한 선배 하나
2. 무엇을 하자해도 믿고 따라오며 날 챙겨주는 후배 하나
3. 약 되는 쓴 소리로 냉철하고 정확하게 충고하는 친구 하나
4. 나의 외모와 젊음을 자극하는 유행을 알고 톡톡 튀는 친구 하나
5. 어떤 일과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 편인 친구 하나
6. 여행할 핑계를 만들어주는 먼 곳에 사는 친구 하나
7. 언제라도 불러내면 항상 나오는 친구 하나
8. 가끔 힘들 때 도피처를 제공할 수 있는 싱글친구 하나
9.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부담 없이 돈 빌려주는 부자 친구 하나
10. 멋진 추억을 함께한 귀금속 같은 친구 하나
11. 연애 감정이 절대 생기지 않는 동성보다 편한 이성 친구 하나
과연 이런 친구가 나에겐 몇 명이나 될까? 또, 유안진 작가가 쓴 ‘지란지교를 꿈꾸며’ 라는 책의 첫 대목에서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글들이 가슴 한켠을 뜨거워지게 하는 나이, 어느덧 나는 중년을 넘어 회갑을 맞을 나이로 다가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삶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고, 그 삶을 뒤돌아볼 때마다 친구들의 소중함을 매번 느끼게 된다. 같은 또래의 나이가 친구라고 하면, 깨복쟁이부터, 초등, 중등, 고등,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라 할지라도 언제어디서나 반갑다. 그래서 동창모임에 나가면 우리는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 시간가는 줄 모르는 힐링의 웃음보따리를 터트린다. 헤어지고 나면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는지 가물가물 하나도 기억 남지 않은 때도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고 함께 실컷 웃었다는 자체만도 우리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란 말인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오가는 사이 우리의 얼굴에 자글자글 주름을 발견하고 희끗희끗해진 흰머리를 보면서도 우리는 금방 애들이 된다.
친구들아, 내가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약간은 쑥스러운 나이를 느낀다. 벌써 우리의 나이가 회갑이 되어가는 것은 우리만이 느끼는 아쉬움일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아프지 말자’ 라는 단어가 되고, 그래서 틈틈이 운동도 해야 한다는 말이 오가고, 그리고 재미없어도 같이 열심히 좀 놀아보자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도 우리가 친구라는 것만으로도 그냥 즐겁다는 것을 이해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생각하자면, 같은 시기에 때어나 동시대의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가 본다. 우리 서로 모자라면 받쳐주고 넘치면 나눠주고 힘들 때 서로 동행해주는 그런 사람, 친구가 되자. 냇가에서 허물없이 물장구 치고, 이산 저산 신발이 달토록 올라 댕기던 때를 그리며 서로 외면하지 않고 언제나 반가운 친구가 되자. 어쩌면 가족과 함께 나누지 못하는 말 못한 사연도 친구에게 쉽게 털어놓아도 걱정되지 않는 그런 사이가 되자.
이제는 나이를 생각하며 천천히 가자고 말하고 싶다.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보폭으로, 어린아이의 숨결처럼 고운 숨으로 재촉하지 않는 삶이 필요하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욕심 부리지 말고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순간부터 우리는 똑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아름다운 동행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소중하게 생각하자.
우리의 삶 속에 존재했던 많은 시기와 질투를 후회하자. 그리고 이런 것들을 사그리 몰아내려 애쓰는 진짜 어른이 되는 나이를 느끼며 늙어가자. 구지 어려운 고사성어를 하나 예로 들자면, <취모멱자(吹毛覓疵)>를 떠올린다. 즉 털 사이를 불어가면서 흠을 찾는다는 것으로 남의 결점을 억지로 낱낱이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결국 그런 행위는 친구간 마음을 멍들게 하고 서로 불협화음을 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지 않는가. 친구가 그리워짐은 분명 나이도 한 몫을 하는 것인가 보다. 친구들이여, 옛날처럼 두 주먹을 쫙 펴고 서로 가위바위보 게임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만들며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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