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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성 |
중국 사람들은 세 가지 한(恨)을 갖고 죽는다고 한다. 그 하나는 가볼 곳을 다 가보지 못하고 죽는 일이다. 조그만 대한민국에서도 가볼 곳이 너무나 많은데, 그 넓은 중국인들 오죽 하겠는가. 일주일 휴가를 받는다 해도 중국에서는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가다오다 길거리에 시간을 다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첫째가 가볼 곳을 다 가보지 못하고 죽는 일이 한이 되는가 싶었다.
둘째는 먹고 싶은 것을 다 못 먹고 죽는 일이다. 그 또한 중국 땅이 워낙 넓다 보니 그 지역마다 나오는 먹거리가 많은 탓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독을 지닌 전갈까지 튀겨서 팔고 있었다. 우리와는 그야말로 상상도 되지 않는 것까지 먹는 민족이다.
셋째는 모국어인 한자를 다 모르고 죽는 일이다. 지금 중국에 가면 모든 간판이 약자로 쓰여 있다. 한자가 어렵다보니 모든 국민이 기초 정도도 숙지하기가 힘들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한자공부를 잘해서 그 수준이 높았는데 이 수준은 중국의 학자들보다 능가했다. 선비나 학자가 조선시대에 뒤질 정도라면 국민들이 한자를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에게는 우리와 전혀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옷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자라고 해서 특별히 옷을 잘 입거나 치장을 하지 않다보니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을 옷으로 구별하기가 힘들다. 백두산 천지에 올라갔을 때에도 수수한 차림의, 어쩌면 남루하다고 보아야 할 만큼 옷차림이 별로인 나이든 할머니뻘 사람이 가마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누구나 다 걸어서 올라가는 백두산 천지를 굳이 15만원씩이나 주고 가마를 탈 정도라면 부자임에 틀림없어 보였건만 옷차림은 남루할 정도였던 것이다.
북경 공항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나타나 북경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2,200만 명이 살고 있고 600년의 역사를 가진 북경은 우리가 생각할 때 낙후된 나라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낙후된 곳은 엄청나게 낙후되어 있고 빈부격차가 심하며 장기매매도 서슴지 않는 나라라고 인식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마인드라는 거였다. 장기매매를 할 때는 무조건 사형을 시킨다고 했다. 발전을 무섭게 하고 있는 나라 중국은 2020년 정도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러나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라고도 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큰 변화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도로주변이 깨끗해졌다는 것과 또 하나는 승용차가 많아졌고 특히 외제차를 선호하며 일본차가 많이 줄어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외제차가 다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차 한 대씩을 가지는 여유의 북경시민이 되었다는 것, 그러나 미국보다 3배가 비싸고, 한국 보다 2배가 비싸다고 한다. 매년 10만대씩의 외제차가 들어오고 있는 북경의 시내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북경의 교통난 때문에 중국정부에서는 차량은 판매하되 번호판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북경 거주 5년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번호판을 아예 사버린다고 한다. 번호판 하나의 가격은 2천만 원. 우리나라에서는 소형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경 시내를 휘젓고 다니는 택시 5만대 중 4만8천대가 현대차량이고 나머지 2천대는 다른 나라 차량이라는 사실이었다. 현대차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국과 교회가 보이지 않는 나라가 곧 북경이었다. 그 대신 은행이 많은 나라였다. 한 발 건네면 은행이 있을 만큼 중국인은 저축은 할 줄 알아도 쓸 줄을 모른다고 한다. 또한 나라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큰 나라가 또한 중국이었다. 종교의 힘을 무서워하는 중국은 당을 우선시 하여 인민을 통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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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원 |
천안문과 자금성, 그리고 이화원
천안문(天安門)은 북경 사람들의 거대한 광장이었다. 대광장 주위에는 중앙관청이 모여 있고 국가적 행사가 열릴 때에는 반드시 천안문이 열린다고 한다.
자금성(紫禁城)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궁전으로 방의 개수만도 9천 개가 된다고 한다. 문 하나를 통과하면 또 문이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해서 이윽고 태화전이 나타났다. 바닥에는 3m 길이의 돌을 깔아놓아 천하의 자객일지라도 땅 속을 뚫고 황제를 시해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밀려드는 자금성은 우리가 간 날도 사람의 수는 엄청났다. 가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더운 여름철에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자금성을 찾는데, 어쩔 때는 사람에 밀려들어갔다가 밀려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제발 자금성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황제가 장가를 가면 3일간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다는 침실을 가이드가 가르쳐주어도 차분하게 눈알을 들이밀 수가 없었다. 껍데기만 보고 가는 꼴이었다. 그만큼 관광객이 많다는 뜻인데, 오죽했으면 가이드가 자금성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
자금성을 벗어나 천안문 북서쪽 19키로미터에 있는 서태후의 여름별장 이화원을 향했다. 서태후는 말년에 아주 잘 생긴 꽃미남을 침실로 불러들이곤 했다고 한다. 이제 꺼져가는 청춘에 마지막 불을 지피는 심정이었으리라. 자주 그런 일이 있던 중 어느 날 서태후는 “어벙하고 못 생긴 머저리 같은 놈을 불러 오너라” 하고 내시에게 명했다. 명을 받은 내시는 곰곰 생각하기를 “곧이곧대로 했다간 목이 달아날 지도 몰라”하고 고루고 고른 끝에 헌헌장부 꽃미남을 대령시켰다. 그 헌헌장부는 서태후가 부른다는 말에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살맛나게 살겠구나”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서태후의 침전에 들었다. 그러나 그 역시 날이 새기도 전에 참살당하고 만다. 서태후는 젊은이를 밤이면 곧잘 불러들여 방사를 즐겼지만 항상 해가 뜨기도 전에 목을 베어버리곤 했다. 서태후가 백성들의 소문을 두려워한 탓이었다. 그래서 콧노래를 부르며 서태후의 침전에 들었던 그 헌헌장부 역시 하룻밤 노리게 역할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 서태후가 죽을 때까지 거주했다는 이화원은 여름별장 정도가 아니라 자연이 빚어낸 것 같은 거대한 호수와 함께 호사스러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아득할 만큼 멀리 보이는 인공호수 저편에도 정자, 전각, 궁전, 교각 등이 호수와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또한 호수에 퍼 올린 흙으로 산을 만들고 그 위에 또 궁궐을 지었으니 서태후의 이화원 사랑도 크다 하겠지만 중국 사람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괴력을 느끼게 했다.
서태후는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스토리를 가진 여인이다. 한 여인으로 태어나 최고 권력을 누리며 살다가 죽을 때 “앞으로 여자가 권력을 가지면 안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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