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았습니다>
유영효(68) 이상숙(67)씨 부부는 지난 2012년 2월 28일 칠량면 영동리 연곡마을로 귀농했다. 연곡마을은 남편 유영효씨 고향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에서 귀금속 공예학과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후 곧바로 귀농한 유씨 부부는 고향집에 정착하여 농업에 솔솔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유씨는 강진군농업기술센터 귀농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의 길을 공부하면서, 여러 귀농인들을 만나 정보교환도 하는 등 농촌에서의 새 삶을 배워가고 있다. 남에게 맡겨왔던 논 5,000평을 직접 경작하고 또 노후를 위해 과수원도 조성했다. 과수원에는 석류나무 200주, 은행나무 200주, 매실 60주를 심어서 키운다.
그러나, 농업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는 유씨다. “농사에는 꼭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유씨는 “석류나무를 심으면, 그 토양이나 병충해관리 등 전문적인 농업지식을 공부하지 않으면 헛수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농업기술센터를 다니면서 꾸준히 농업교육을 받아 그대로 시행한다.
유씨는 귀농 후 첫해 논에다 양파를 계약 재배했으나 실패한 경험을 들었다. 당시 1포대당 8,000원씩 4천 평을 계약했으니 3천2백만 원의 판매를 예상했다. 한 농민이 가르쳐준 양파 재배 방법을 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유씨의 방법은 제초제를 전혀 안하고 하얀 비닐을 씌우는 방법이었다. 그랬더니 하얀 비닐 안에 독새풀이 양파와 함께 생겨나 비닐이 위로 둥 떠버렸다. 비닐 속으로 가득 찬 풀을 매려니 도저히 맬 수가 없었던 유씨는 하루 50명의 인부를 사서 양파구멍으로 올라온 풀만 매주었다. 그러나 계속 생겨나는 독새풀을 이길 수 없어 또 사람사서 비닐을 걷어냈다. 양파가 키만 자라 뚝 자빠져 나갔다. 또 봄에 비닐을 걷어내다 보니, 동해에 걸려 죽거나 잘잘한 장아찌용 양파가 생산됐다. 유씨는 양파 밭을 엎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참고 기다렸다. 나중 알고보니 생산방법이 틀렸었다. 양파를 심기 전에 밭을 만들고 퇴비와 제초제를 뿌린 다음 검정비닐을 씌워야 하는 것이었다. 양파를 수확했으나, 계약자는 이런 양파를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할 수 없이 그는 또 사람을 사서 일일이 뽑아 망에다 양파를 담았다. 그러나 상인도 안 가져가고, 5월쯤이라 곧 장마가 시작되면 모두 썩는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그는 양파즙을 내기로 했다. 한 박스에 30,000원의 수공비를 들여 500박스를 만들었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보내 박스당 오만원씩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좋은 반응이 돌아왔다. 양파 매니아들은 무공해 양파즙을 금방 알아보고는 맛있다면서 계속 주문을 해왔고 단골 고객이 되었다. 그래서 첫해 피해액에서 2,500만원을 보충할 수 있었다. 금년에는 밭 200평에 깻묵퇴비를 써서 완전 유기농으로 양파를 재배하여 작년 고객들에게 모두 팔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유씨는 농산물은 신뢰가 없으면 꾸준한 고객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농민을 믿고 농산물을 주문하는 고객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고정고객 확보는 어려운 것이었다. 시장유통을 안하고 단골 고객에게 판매하면 속임수를 전혀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유씨는 과수원에 심어놓은 석류가 올해 많이 열렸지만 따지 않는다. 변화되는 것을 관찰하기 위한 방법이다. 병충해 예방 및 석류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책보며 석류 공부를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 후 도시로 떠난 유씨는 고향으로 돌아와 옛날과 다른 또 다른 농촌을 느낀다. 자신은 고향이라 인간관계가 어렵지는 않지만, 가끔 사고의 차이는 느낀다. 귀농인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은 배타적인 지역민의 시각도 있다고 전한다. 그것을 유씨는 사고충돌이라고 말했다. 주변 귀농인들을 만나보면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소득이 있어야 하는 귀농인과, 일정한 소득이 있어 여가생활로서 귀농한 사람의 경우다. 소득이 중요한 귀농인의 경우 땅을 사려해도 빈집, 빈 땅을 팔지 않아 힘들어 경우가 많다.
유씨 부부가 농촌생활에 재미를 붙여가자 주변에서 귀농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대부분 빈집을 팔지 않는다. 오랫동안 방치해져서 동네 미관상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동네 발전에도 장애가 되기도 하는 빈집이 많다. 노후에 내려와 살겠다거나 값이 얼마나 나간다고 파느냐는 것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 생각해서 정책적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군의 홍보도 필요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전한다. 현재 농업생활을 하는 농촌가정에는 트랙터나 각종 농기계가 있어 좀 더 넓은 땅을 필요로 하지만, 이웃으로 넓혀가지 못하는 한계점이다.
유씨 부부는 성격적으로 가만있지 못해 텃밭에 배추, 땅콩, 생강, 표고버섯 재배까지 각종 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일을 할 때면 잡생각이 안 들고 자연생활을 즐기니 좋다고 했다. 부인 이상숙씨는 처음 남편이 농촌으로 내려가자고 했을 때 오기 싫었으나, 이제 적응되어서 스스로 자기 일을 자연 속에서 찾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