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에 ‘발끈’
상임이사 의무도입은 시기상조
지역농협 중복 허용은 혼란 가중만 가져올 뿐
거센 반발, 지켜본다 엇갈린 반응
농림수산식품부가 9월 입법예고한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조합장 비상임화와 지역농협 구역중복 허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협동조합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도 현실과 거리가 먼 조합장 비상임화를 꾀하고 있다며 탄식에 가까운 반발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농협 구역중복 허용 역시 조합의 부실화를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영 규모화를 통해 조합을 활성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전지역 한 조합원은 “조합장 비상임화와 상임이사 의무제도는 잘한 일이다. 상임이사는 어디까지나 임원으로서 전문경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하면서도 “그러나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야할 일이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행정력이 아무래도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 상임이사가 일을 추진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조합에서 20년간 전무를 지낸 박모씨도 “찬성한다. 왜냐하면 앞서가는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임이사에게 경영권을 주어야 옳다”고 전제하고, “그 대신 조합장은 인사권과 대외적인 대표성을 가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권을 가진다고 해도 능력이 없거나 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인사권 역시 상임이사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 조합원은 “전국에 있는 조합장 8-90%는 반대할 것이다”라고 예상하면서 “조합장은 민의에 의해 선출되었는데도 무시한다면 안되고 현행대로 자율권에 맡기면 될 일”이라는 의견을 내보였다.
한편 관내 모 조합장은 “조합장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조합은 행정만 하는 곳이 아니고 조합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조합이 있는 것이니만큼 조합장의 역할이 대표성만 가지고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한“조합장 비상임과 상임이사제 의무도입은 솔직히 반대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관내 다른 지역 조합장 역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를 꺼려하면서도 “소규모 조합일 경우에는 경영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에 맞질 않다”고 말하고 “조합장은 허수아비꼴이 될 가능성이 많고,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은 조합원의 요구를 들어주기 쉽겠지만 상임이사는 조합원과 조합장의 의사와는 다르게 운영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조합장은 “조합장은 선거로 당선된 선거직이니만큼 조합원을 대표하는 사람인데도 경영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조합원을 무시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농협관련 한 간부는 “현재 여건으로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상임이사를 둘 정도면 어느 정도 사업 규모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전무제도로도 충분히 역할을 해내는데 상임이사를 둘 경우 최고 책임자가 둘인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 간부는 이어 “조합경영이 천차만별인데 크고 작고를 무시하고 확일성을 바란다면 어불성설이다”라고 의견을 제시하면서 특히 지역농협 구역중복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합병을 위한 포석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되면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철새조합원이 생겨 무조건 배당률이 높은 조합만을 찾게 될 것이고, 조합은 결국 출혈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중복투자가 늘어나고 사업성이 있고없고가 아니라 고정투자확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경영의 압박을 받을 경우 결국 그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잘라 말했다.
농민회 사무국장은 “상임이사 의무도입은 자칫 이중으로 인건비가 들기 때문에 과다 운영비가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설령 그 제도를 도입했다 할지라도 조합원이 선출한 조합장의 의견이나 생각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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