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시조시인 윤광제의 탐진강 이야기

‘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걸어본다. -편집자 주-

1. 탐진강의 발원지점을 찾아서

사람이 성장하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본다는 생각이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조상은 누구이며 지금의 내가 탄생하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가?’라는 것이다. 사람 사는데가 다 그렇듯이 강진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생각해봤을 ‘병풍처럼 서 있는 뒷산의 시점은 우리 집 마당부터 라면 저 앞에 유유히 흐르는 탐진강의 시점은 어디인가? ’ 라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래도 대충 어디인지 알아보기나 하고 출발해야 헛걸음을 덜하겠지? 친절한 컴퓨터씨에게 길을 물었다.

검색어 “탐진강!” 엔터 ‘탁!’

탐진강(耽津江)

탐진강 전남 장흥군 유치면과 영암군 금정면의 경계에 있는 국사봉에서 발원하여 장흥군, 강진군을 흘러 남해로 흘러드는 강. 길이 51.5㎞. 일명 납양강이라고 한다. 전라남도의 3대강의 하나로, 유역에는 용반평야, 부산평야, 장흥평야, 강진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세상에 한 가지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출발하기는 그렇고 해서 다른 곳을 이용해 검색해 봤다.

영암군 금정면 기동마을과 나주시 봉황면 덕곡리가 경계하고 있는 해발 486m인 궁성산(弓城山)에서 발원한다. 성터샘....(하략)

“오호! 궁성산, 그리고 성터샘이라. 그렇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갈 수 있겠군”

발걸음도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은 ‘궁성산’을 검색했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네비게이션 정보에 의하면 군동면 시목마을 집에서 출발하면 40km정도 나오는데 시골길이라 빠른 길로 가도 50 여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 쯤이야, 탐진강의 원류를 찾는 것은 거의 앉아서 밥 먹기(누워서 떡먹기 보다 쉬움-누워서 떡 먹다가는 떡고물에 눈이 난리가 날테니) 수준이구만“

9시 30분에 집을 나선 나의 오만은 하늘을 찔렀고, 약 50분간의 드라이브는 아주 쉬웠다. 그러나, 한참을 가다가 도착 3km를 남기고 보니 내 차는 아크로CC로 가는 외길 입구에서 멈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머뭇거리다가 다시 장흥 방향에서 궁성산을 가는 길이 있는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스티어링 휠(일명 핸들, 우리말로 운전대)을 힘차게 돌렸다. 10분정도 달리고 보니 어느새 영암군 금정면에서 장흥군 유치면에 도달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궁성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에 두 번을 더 왔다갔다 했는데도 등산 입구는 찾지 못했다. 네비게이션은 그저 야속하게 아크로CC 앞에서 깜박일 뿐이었다.

그렇게 금정면과 유치면을 왕래하다가 점심때가 되고 말았다. 결국 오전에 등산을 마치고 차분하게 오후를 즐기려 했던 나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어쨌거나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금정면소재지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영암군 금정면은 대봉감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가로수도 대봉감으로 심었고 집집마다 대봉감이 가득했다. 대봉감 수확이 한창인 모습을 보니 영암군에는 지명을 딴 과일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못내 부럽기만 했다. 삼호의 무화과, 금정의 대봉.....

점심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만난 금정 주민.

그 어르신께 길을 여쭸다.

“궁성산에 성터샘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궁성산? 저 짝으로 쭉 가씨오!”

식당을 나오면서 식당주인에게도 물어봤지만 어르신도 그 식당주인처럼 친절하게 아크로CC를 가리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의심이 들어 할 수 없이 지도를 직접 확인했다. 지도상으로는 ‘봉황동’이라는 지명이 등산로 입구로 제격일 것 같아 ‘봉황동’을 입력하고 다시 한번 길을 달렸다.

한참을 꼬불꼬불 달리면서 창 밖을 보니 우리 옆 동네 산이지만 그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대도시를 향해 큰길로만 다니다보니 이런 길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내리막길 끄트막에 이정표가 있어 잠시 차를 세워두고 두리번거렸더니 봉황동 마을 입구에 설치한 표지석과 하늘색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렇게 찾아 해맬 때는 안보이더니.

때로는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앞서기도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궁성길 이정표가 나타나면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탐진강 발원지 방향으로 가서 3.2km 정도 들어가면 발원지를 찾을 수 있다. 원류를 찾고 싶다면? 전라남도 영암군 금정면 궁성길 18-7 봉황동마을을 검색하면 된다.

이정표가 나타났으니 이제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운전을 더욱 즐겁게 했다. 그렇게 외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마을도 나오고 논도 나오고 떠억하니 ‘골프장’도 나왔다!

“아! 아크로CC"

그렇다. 아크로CC를 넘어오면 나오는 길이 바로 이 마을길이었던 것이다. 식당 주인과 마을 주민이 얘기한대로 궁성산은 아크로CC 쪽에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저수지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 마을 입구에서 3.2km 지점에 도달하고 보니 2번째 이정표가 나타났다.

탐진강 발원지 두 번째

더 이상 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이라서 본격적인 등산 준비를 했다. 바람도 차갑고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무를 헤치고 이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산길을 걸어서 3분 정도 지나니 길을 잡초들이 덮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편한 길을 찾아보려고 주변을 살폈더니 눈 앞에 성터샘이 나타났다.

탐진강 발원지 두 번째 이정표가 나오고 왼쪽으로 약 90미터 정도 걸으면 탐진강 발원지, 성터샘이 나온다.

날도 추운데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쉽게 찾아서 실망감도 엄습했다.

출연자의 고생이 적으면 주말 예능프로그램도 촬영분이 안 나와 PD들이 고민한다던데......

“난 어떡하지?”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