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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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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문의 인생교양칼럼 181
노인들은 한없이 슬프고 외롭다 (1)

고목에도 꽃은 피려나?

필자도 나이가 들고 글 쓰는 작가이다보니 가끔 서울 나들이하는 때에, 볼일을 다 마치면 꼭 빼놓지 않고 들려보는 두 곳이 있습니다.

한 곳은 종로3가 ‘명성기원’인데 그곳에 가면 바둑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바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자주 들르는 곳입니다. 또 한곳은 종묘 앞 노천거리나 노숙자 노인들의 쉼터 같은 만남의 장소인데, 그곳에 가보면 자신의 하소연을 실감나게 뱉어내는 사람, 모르는 사람인데도 체면치레 하지 않고 서로 스스럼없이 어려움을 실토하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유달리 잊혀지지 않고 아픔이 오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려오는 고속버스 속에서 차창에 기대어 안타까운 사연들이 생각날 때 남의 일 같지 않게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중에 70대 초반의 한분과 나눈 말이 자꾸 남의 말 갖지 않아 새록새록 생각이 납니다.

교직생활로 정년을 한 그는 2남 2녀를 다 결혼시키고, 해보지 못한 외국여행을 아내와 둘이 유럽구경을 오붓하게 잘하고 돌아와 자식네 집들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딸과 사위의 불화로 인한 언쟁을 말리다 쇼크를 받은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병을 앓아눕더니 그길로 치매현상까지 생겨나 3년차 고생하다가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홀로 마음을 달랠 길도 없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으면 아내의 다정했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 밤에 잠자리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낮에는 종묘놀이터에 나와 그냥 멍하니 시간 보내며 있다는 하소연을 들어보니 200년 전에 시인괴테가 “노년의 가장 큰 적은 소외와 고독”이라고 한말이 느껴지며 남의 일 갖지 않아 아픔을 달래며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그곳에서 하루를 빈둥거리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멍하니 장기 두는 곁에서 구경하는 사람, 바둑 놀이에 작은 돈을 걸고 살벌하게 두는 분들, 외로이 홀로 고독을 삼키며 땅만 보면서 근처를 왔다 갔다 서성이는 사람, 그러다 점심시간이 가까이 오면 저마다 재빨리 줄을 섰다가 무료급식소에서 밥과 국을 받아 나와 서로 어울려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필자도 어렵게 지내던 날을 생각해 거기에가 가끔씩 기억을 더듬으며 먹어봅니다.

개중에는 부유한 삶을 살다가 지병으로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갈 곳 없이 방황하다가 시간 때울 양으로 온다는 노인이나 또 어떤 한 노인은 시골에서 자식 다 장가 시집보내고 홀로되어 며느리 잔소리가 싫어 돈마저 거덜이 나니 자식들이 괄시하는 꼴을 참다못해 나온 사람이나, 어쩌다 미모가 반듯한 꽃뱀 여자 분의 달콤한 꼬임 수에 빠져 재미는 커녕 돈만 날렸다고 하소연하며 탄식하는 사람도 있고, 한쪽 구석에 자리 깔고 대낮부터 술에 취해 골아 떨어진 멀쩡한 사람도 있습니다. 거길 오는 노인들 대부분이 시간 보내는 데는 그래도 좋다는 분들입니다.

배움이 많아 보이는 한분의 호소는 독자 자식 하나를 미국에 유학시켜 석 박사까지 마치고 결혼까지 시켜 직장이 미국이라 집까지 마련해 함께 살도록 해 보냈는데 부모에게 전화 연락이 1년에 한두 번 정도라 너무 보고 싶어 아내와 5년이 되던 해 미국 아들집에 가보니 자식 둘과 장인 장모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친 부모를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지나친 차별에 견딜 수 없어 보름쯤 후에 말없이 짐을 싸 아내와 나왔다며 어릴 때 품안에 자식이지 이젠 내 자식이 아니라며 눈물짓는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습니다.

그런 장소에서 자신이 과거 잘 나갔다는 자랑 늘어놓거나 배움이 많다거나 돈 자랑하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입니다. 조용히 쉬었다가 어두워지면 철새들 마냥 저마다 뿔뿔이 제갈 곳을 가는 이나 아예 자리 깔고 노숙하는 분들도 많은 휴식공간입니다. 그러나 날씨가 더운 때는 별 문제가 없으나 추운 겨울이면 참으로 보기가 딱하도록 안타깝지요. 제일 아픔을 많이 겪는 분들 대부분이 부인과 사별하고 갈 곳 없고, 마음 둘 곳 없어 외로움에 지친 독거노인 분들이었습니다.

이 시대 6,7,80을 넘은 분들은 참으로 고생이 많았고, 부모의 효(孝)사상을 알고 어쩌면 부모를 모시며 지켜온 마지막 세대이지만, 그에 딸린 자식들은 부모님들의 아픈 마음과 동정심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없는지? 참으로 부자간의 정(情)마저 메말라버린 한심스런 현실입니다.

어느 한 노인의 한숨 섞인 하소연을 들어보니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가는지도 모르게 가더니, 할 일없고 쇠하니 날도 지겹게 가질 않는다고 한탄합니다. 정신 맑아 혼자 지내면 뭐하고, 자식 많으면 뭐하냐고요? 한 놈도 오질 않으니 말입니다. 차라리 경로당에서 홀로 멍하니 앉아정신 놔버린 저 할아버지처럼 세월이 가고 있는지, 그리운 자식들이 왔다 가는데도 몰라보고, 사랑마저 기억에서 다 지워버리고 천진난만하게 주는 하루 세끼 밥만이 유일한 낙이라는 저 노인이 차라리 부럽습니다.

이 시대 노인들이 과연 언제부터 이렇게 돼 버렸을까요? 자식 십여 남매 있다한들 무엇 하리오, 저 한 몸 거처할 곳, 찾아갈 곳조차도 없이 홀로 흘러 흘러서 여기까지 와 있으니 말입니다. 허리띠 졸라매고 먹고 싶은 것 참으며 농사지어 대학에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한들 무엇 하리오. 이젠 작디작은 이 한 몸뚱이, 자식 아닌 남의 손에 매인 것을… 효자자식이란 말조차 없어져버린 오늘날 우리나라의 실상입니다.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나 지금 내 곁에는 같은 사람들의 모습만이 보일뿐 타들어가 말라버린 아픈 마음하나 따뜻이 나눌 곳조차도 없이 외롭더이다. 고목에도 어느 날쯤에 꽃이 피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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