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역사에 무지해 중국인들에게 수모를 당한 분은 김구 선생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 안호상(1902~1999) 박사가 재직 시 중국의 저명한 작가요, 평론가였던 린유탕林語堂(1895~1974)을 만났을 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 놓아 우리나라에까지 문제가 많다’고 하자 린유탕은 ‘그게 무슨 말이죠?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東夷族이 만든 건데 그것도 모르셨소?’라고 하는 핀잔을 들었단다. 린유탕이 더 이상 말은 안 했겠지만 속으로는 ‘한국 정부의 다른 부처도 아니고 역사교육을 주관하는 문교부장관이라는 자가 저 정도로 무식하니... 쯧쯧 ’하지 않았을까?
또 한글재단 이사장 한갑수(1914~2004) 박사가 젊은 시절 미 공군지휘참모대학에서 공부할 때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중국(대만)의 역사학자 슈량지가 찾아와 ‘귀 한국민족은 우리 중국민족보다 역사가 길고 더 훌륭한 위대한 민족인데 우리 중국인이 한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포박자抱朴子(신선방약神仙方藥과 불로장수의 비법을 서술한 도교서적)를 감추고 중국 역사를 조작하는 큰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나 슈량지가 중국을 대신해서 사죄하는 의미로 절을 올리겠으니 받아 달라’며 큰 절을 했을 때 속으로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중국 서북쪽에 있는 감숙성 무위시는 원래 흉노匈奴의 영토였다. 현재 이곳 인민공원에 말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흉노족의 후손 투후秺侯 김일제金日磾(전한시대인 BC 134 ~ BC 86, 중국 감숙성 무위시 서북쪽을 다스리던 흉노국 휴도왕休屠王의 태자)의 석상이 있다. 김일제는 흉노가 한을 침략했을 때 한의 포로가 된 후 마부로 전락했다가 한무제가 적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자기 목숨을 구해 준 공로를 인정받아 한무제 다음 가는 직위인 투후 작위를 하사 받은 인물이다. 무위시 외곽에 김일제 후손 7백여호(그 중 김씨가 6백여호)가 살고 있는 김가장이라는 마을도 있다.
중국 섬서성 시안 홍양현 농촌에는 투후 김일제(김씨라는 성도 금인金人으로 제사지낸다 해서 중국 최초로 하사받은 성씨)의 입상과 무덤, 묘비가 발견되고 1,300년 전(682년)에 세운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문무왕릉 비석의 탁본과 문무왕의 동생 김인문의 묘비에는 투후 김일제가 ‘신라 태조 성한왕’이라고 기록돼 있다. 우리가 배운 역사, 즉 ‘신라 시조는 박혁거세‘라는 내용과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물론 백제와 고려의 도읍임을 인정할 근거가 희박한 부여와 개성과는 달리 경주는 왕릉에서 여러 부장품이 발견돼 경주가 신라의 고도임을 입증한다고는 하지만 문무왕 비석 탁본에 나와 있듯, 흉노의 후신이라는 신라 역시 대해양백제국의 위상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실은 대륙에도 있었다는 근거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한반도 동남부의 신라는 후대에 세워졌거나 백제처럼 대륙에도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신라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흉노의 왕릉 부장품과 신라의 왕릉(서봉총) 부장품 중 왕관의 장식에 봉황이나 새들이 너무 똑같고 백제나 중국 왕실이 금보다는 옥을 더 귀하게 여긴 것과는 달리 흉노와 신라는 금을 훨씬 귀하게 여겼다는 등 유사성이 너무 많다는 점을 들고 있어 신라는 흉노의 후신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원래 우리 한민족을 가리키는 동이東夷 의 뜻은 ‘동쪽의 오랑캐’가 아니라 이夷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동쪽에 사는 큰활을 쏘는 사람들, 또는 만상萬象을 꿰뚫어 보는 도인道人이라는 뜻인데, 옥스퍼드 대사전에는 ‘동이’를 TUNG-I뚱이 라고 쓰고 그 뜻을 ‘걸출, 저명, 탁월한 민족(Eminent, Prominent, Excellent Tribe)’이라 풀이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서 ‘동이’란 말의 뜻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는 뜻이다.중국인들이 자기네 이외의 민족을 모두 ‘오랑캐’(夷)라며 얕잡아 보듯 우리 ‘동이’ 역시 ‘동쪽 오랑캐’라 말하고 있을 뿐 중국의 고대사를 아는 지식층일수록 ‘동이족’ 즉 한민족을 경외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슈량지가 그 후에 쓴 저서에서 밝힌 내용을 보고 우리 조상 동이족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다시금 확인해 보자. ‘회색 질그릇의 문화는 동이족 문화다’. ‘배, 노, 활, 화살은 모두 동이족이 창시했다’. ‘중국의 역법曆法은 동이에서 창시된 것이다’. ‘동이의 음악교육은 중국역사 이전에부터 있었다‘. ’황제족은 부족연맹시대에 동이로 스며들었다‘. ‘오제五帝(다섯 제왕) 중의 전욱颛顼은 동이에서 출생했다’. ‘오제 중의 우순虞舜은 맥족 (예濊,우리말‘새’·맥貊,우리말‘밝’·한韓 우리말‘환·桓’으로 구성됨) 및 동이 도자기의 개량자이다‘. (사마천의 "사기", 오제본기에 따르면 황제黃帝, 전욱顓頊, 제곡帝嚳, 요堯, 순舜 등 임금을 5제라 칭한다). ‘순舜임금은 제풍諸馮에서 출생, 명조明朝에서 돌아가시니 동이 사람이다’. ‘은나라, 주나라 이전 시대부터 동이는 그 활동면이 실제로 오늘의 샨뚱(산동) 동서 전부를 포괄했고 허베이(하북)성, 부어하이(발해)연안, 허난(하남)성 동남, 장쑤(강소)성 서북, 안휘성 중북, 허베이(하북)성 동쪽 모퉁이, 랴오뚱(요동)반도 한반도 등 광대한 구역임을 알수 있다’. 등...(계속) kajh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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