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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의 씨(42세)와 청태전 (1939년 2월 23일 촬영) |
일제 강점기인 1939년 2월 23일. 모로오까 다오쓰(1879-1946)씨는 강진에 와서 강진읍 목리의 청태전을 조사하였다. 모로오까 다오쓰씨는 사가현의 온천지인 다께오시에서 태어나 큐슈 제국대학을 졸업했다. 1921년 모교 의학부의 조교수가 되었다. 1938년 영국 왕림학사원의 특별회원이었으며, 외과학회와 절주학회(節酒學會)의 일본대표위원이기도 하였다. 1930년경부터 다업조합중앙회의소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10년 동안 일본·중국·서양의 차문헌을 수집하였다.
그런 그가 1939년 2월 23일 강진에 와서 군청 임업계원의 안내로 목리(牧里)를 방문하게 된다. 그는 이에 앞서 조선에 있는 다인(茶人)으로 정다산 선생이 여러 해 동안 거주한 만덕리 백련사를 조사하였는데, 그곳에 있는 골동가(骨董家)인 박명환(朴明煥) 씨가 물려받은 것으로 차 마시기에 쓰이는 탕관 및 찻주발은 강진에 있는 노인이 어버이로부터 물려받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백 년쯤 전부터 애용한 이 물건들은 이 찻그릇의 조사, 또 강진은 도기 애호가들이 군침을 흘리는 고려자기의 산지로써 가마터, 또 이 방면의 관계관인 해남군 임업계의 김군보 씨에게 의뢰중인 <다신전(茶神傳)>의 조사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이 생겨 세 번째 실지조사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1938년 가을, 장흥 및 해남지방을 조사한 뒤 광주(光州)에 있는 아사히여자고등학교(旭高等女學校, 현재 전남여고 전신)의 학생 한 사람이 자택(강진읍 목리 유재의씨의 딸)의 헛간벽에 예부터 드리워져 있던 청태전을 금년 정월의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다께후지 선생에게 준 청태전 중에서 2개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목리는 강진의 거리에서 4,5정(町) 떨어진 칠량면 및 대구면 방면으로 가는 큰길, 탐진강 어귀의 나무터 앞인데, 넓디넓은 무논(水田)이 펼쳐져 있었다. 유재의(劉戴義) 씨의 새집은 강진에서 가자면 오른쪽에 있고, 정미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5,6년 전에 지은 집이었다.
유씨는 청태전을 보고서 이것은 보통 ‘차’라고 해서 아버지 정열(貞烈,64)씨가 일상음료용으로 구입한 것이며 약용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생강을 넣고 마신 적도 있었는데, 차에 생강을 섞어서 마시는 것은 ‘잡화법’의 유습이었다. 마실 때 차가 누렇게 될 때까지 몽근한 불로 구워서 탕관의 물 속에 하나 또는 둘, 셋까지 넣고 달이면, 속에서 끓는 물이 진한 찻빛이 되므로 이때 첫주발에 따라서 마신다는 것이다.
먼저 살던 집은 정미소에서 큰길을 벗어나 3정(570m)쯤 서쪽으로 떨어진 마을의 한 복판에 있는데 매우 큰집이었다. 사람이 많이 살고 있었고 본채는 기와지붕이었는데, 유씨는 본가의 서쪽에 있는 헛간 속 널빤지 벽에 드리워져 있던 청태전을 가지고 왔다. 먼지투성이였고 거미줄이 처져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것은 두 드림이었는데 한 드림이 74.5개나 되었다. 동그라미에 가까운 타원형으로서 긴 기름이 한 자 닷 푼(약 4.5㎝), 짧은 지름이 한 치 서 푼( 3.9㎝), 두께 3리( 0.1㎝)쯤이 평균이었지만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이 있었다. 둘레의 가장자리가 한 푼 닷 리( 0.45㎝)쯤 뒤집어 올라갔고 표면은 조금 매끄럽지만 뒤는 거칠었다. 대체로 요철이 많은데 이것은 만들 때 수축된 것으로 짐작되었다.
빛깔은 암흑색이었으며 약간 찻빛을 띠고 있었고, 무게는 한 개 평균 1돈중( 3.75g) 안퍅이며 복판을 꿰고 있는 가는 새끼의 지름은 한 푼 닷 리(약 0.45㎝)였다. 만드는 법은 장흥 위씨의 것과 달리 대나무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통의 대통(竹筒)을 둥글게 잘라서 바닥을 대마디로 하여 거기에 눌러 대서 만든 것으로 추측되었다.
유씨와 함께 처음의 새집으로 들어가서 유씨의 아버지가 마신 방법으로 차를 마시는 대접을 받았다. 유씨는 그 중에서 3개를 들어서 숯불 위에서 구웠는데, 차다운 탄 냄새가 났다. 거기에 3홉(0.54리터)쯤의 물을 붓고 끓인 탕관에 넣고, 2-3분간 동안 끓여서 마셨는데, 담박한 맛으로서 특별히 다른 맛은 나지를 않았다. 차의 빛깔은 마차의 진한 빛깔이었다. 탕관의 모양이 제미 있었다. 손잡이가 뿔처럼 나오고, 불은 초벌구이에 잿물을 입힌 것으로서 보통의 조선독과 같은 품질의 것이었다. 주둥이는 지름이 세 치 네 푼(10.3㎝), 높이가 네 치 엿 푼(약 13.9㎝), 바닥 지름이 세 치(9㎝), 몸뚱이 복판의 불룩한 지름이 다섯 치 너 푼(약 16.3㎝), 손잡이의 길이가 두 치 엿 푼(약 7.8㎝), 복판의 지름이 닷 푼(약 1.5㎝)쯤이었다.
이것은 고려자기로 유명한 대구면의 인접지인 칠량면의 가마 일군(窯夫)가 가져왔다고 한다. 이러한 모양의 것은 가마 일군에게 부탁하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뒤 탕관을 닮은 것이 읍내의 시장에 나오지는 않을까 해서 찾아 보았는데 이러한 것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뒤 8월 5일 강진읍의 뒤편에 해당되는 고성사(高聲寺)를 찾았을 때 손잡이가 부러진 것 같은 모양의 것을 보았다. 또 이 청태전은 유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20년쯤 전부터 강진의 시장에서 파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만덕산 부근의 사람이 가져온 것으로서 한 자 쯤 꿴 것이 2-3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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