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원 황상의 사회시(社會詩)는 어떤 것이 있는가?
다산의 작품과 같은 제목으로 창작한 애절양, 승발송행, 봉두부, 봉황부, 풍년탄, 여위모 등
다산은 강진에서 빚어진 폭정 속에서 신음하는 민초의 처절한 상황을 형상화했다. 다산의 1등 제자인 황상 역시 다산과 같은 제재(題材)와 제목으로 사회시를 지었는데, 애절양, 승발송행, 봉두부, 봉황부, 풍년탄, 여위모 등이 있다. 황상은 추사 형제로부터 극찬을 받았는데, 산천 김명희는 “멀리서 구해보면 두보와 같고, 한유와 같고, 소동파와 육유와 같다. 가까이에서 구하면 다산과도 같을 것이다”라면서 “두보의 시도 아니요, 한유의 시도 아니요, 소식과 육유의 시도 아니요, 아울러 다산의 시도 아니다”라고 했다. 스승 다산과 황상의 시가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히 차이가 난다는 말이었다.
⌜봉두부⌟
나그네 발길 봉두촌에서 묵는데
슬피 우는 늙은 부인
무슨 일로 저리 곡을 하여
눈물이 앞을 가리게 하는가.
부인이 말하길 관아의 문서가 기가 막혀
사람을 잡아가 끝없이 괴롭힌다오.
닦달하기를 종이며, 기병이며, 보병이며
마치 하양의 수자리로 달려가듯 한다오.
집 노인은 살 날이 다 되었고
세 아들은 금어영에서 죽었으니
노인 죽더러도 수습할 사람이 없다오.
가장 원통한 것은 자손이 끊기는 일인데
저리 올린 가짜 이름은 누구란 말인가?
일러서 세 살 난 손자라네.
노인은 병들어 너를 잡아가는데
누가 온전한 치마를 빌려 줄 수 있으리오.
해 지고 날씨는 싸늘해지는데
오늘 어찌 성을 다녀 올까나.
점깐 부엌에서 풀려 와 보니
부엌엔 아침 밥거리가 떨어졌다오.
봄 보릿고개는 언제 끝나려나
또다시 이 꼴을 당하니 목이 메인다오.
지금 당장 연못으로 달려 가 죽고 싶은데도
노인이 있어 차마 떠나지 못한다오.
두보의 시와도 비슷한 이 시는 주인공인 부인이 연못에 빠져 죽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부인의 고통과 절망을 잘 나타내고 있다.
⌜승발송행⌟
수영의 소교가 영장(營將)의 말 듣고서는
땅벌 같은 기세로 말에서 내려 문으로 들어오더니
작년에 바람에 꺾인 나무를 잡고서
이 중이 법을 어겼다고 가슴을 쥐어박네.
중이 하늘에 맹세하나 노기를 풀지 않기에
돈 일만 냥 집어주고 겨우 미봉했다네
수군절도사는 송정에 힘을 써서
막부에 누워서 엄한 호령만 하네.
용 같은 준마에 푸른 안장 걸치고
발 닿는 곳마다 포획하여 푸른 바다까지 이른다.
깎아지른 절간 누대에 신선처럼 앉아서
고침에 기대어 값비싼 연초 교만스레 빨아대고
의기는 하늘을 찔러 중들은 엎드려 기는데
누가 소나무 아래 밭에서 농사지었느냐 호령한다.
국가의 삼정 중 송정이 으뜸이니
배 만들기는 이보다 더 좋은 나무 없기 때문이라네.
뽑아 둔 소나무 뿌리 숲속에 찾았다 집어들고
이속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뇌물을 찾는다.
뜻밖에 절집에 채찍질을 당하니
합장한 산승들 살려만 달라네.
이상 두 편은 다산의 시에 대해 뢍상은 다른 입장에서 썼음을 알 수 있다. 황상은 수령을 풍자해서 지은 시도 있다. 「관점병이수」는 강진 현감이 행하는 점병을 매우 풍자적으로 형상화했다.
돌아가는 안장 위엔 기녀를 옆에 끼고
징 나발 풍악은 시절을 즐기듯 맑은 소리를 내네.
황상은 또 새로 부임한다는 현감의 소식을 듣고 「문태수신도」란 시를 지었는데 거기에서도 풍악과 기녀의 치맛자락에서 환락을 즐기는 타락한 현감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다산은 양반관료들의 무능과 부패에 대해 매우 신랄한 비판을 가하였는데, 황상 역시 같은 대상을 다르게 묘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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