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강진의 명차 ⑥

옥판차 상품표지
조옥사(蔦屋寺)의 하룻밤이 간절히 기다려졌다. 그것은 광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있다. 성전면 수양리에 있다는 ‘백운옥판차(白雲玉板茶)’의 본래 형태를 어떻든지 밝히고 싶은 것이다.

···첫번째의 자동차를 타고 해남을 떠났다. 성전의 교차점에서 차를 내려 곧장 성전소학교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학교는 쉰다고 해서 처음이기는 하지만 교장선생의 자택을 방문해서 차라든지 수양리에 대해 말하였다. 교장도 매우 찬성이어서 당장 학교 지도를 꺼내 산을 돌았을 때 본 범위의 자세한 성전면 부근의 차나무 분포를 가르쳐 주었다. 몸소 안내하겠다는 친절함이 나에게는 하늘의 도움인 듯했다. 차가 있는 지방은 지도에도 적혀 잇는 것처럼 영암군의 월출산을 잇고 있는 산의 남쪽 일대에 분포되어 있다. 가까운 월하리의 무위사 벽화는 작가 불명의 국보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전에 이 일대에는 큰 절이 있었던 모양이어서 월남사(月南寺), 백운사(白雲寺)라고 하는 본사(本寺)가 있어서 무위사와 같은 것은 하나의 말사라는 것이었다.

옥판차의 주인은 이한영(李漢永, 71) 노인이다. 조선말밖에는 말하지 못하므로 윤선생의 통역으로 찾아온 뜻을 말하고 병중의 면회에 감사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히네다 선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학생의 방문이 있어서 옥판차 상표를 선생이 보여주자 이것은 생도의 숙부님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뜻밖에 딱 들어맞는 대답이었다. 선생은 다기와 옥판차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데 수양리 부근에는 찻잎이 없으며 예전에 월남리의 사람이 한 개에 7전쯤으로 이것을 팔러 온 일이 있으니 아마 옛날의 백운사 근처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육감이 들어맞은 셈이라고 한다. 교장선생은 학생을 곧 월남리에 돌려 보내어 간이학교의 윤선생에게 안내와 조사의 준비를 부탁하였다.

교장선생과 함께 월남리의 간이학교까지 오니 학부형과 윤선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문제의 제작자 집에 안내하여 주었다.

그곳은 따뜻할 것 같은 부락으로 산 근처에 있으면서도 평탄했으며, 짙은 소나무 숲이 있는 곳을 4,5정이나 걸어 목적한 부락인 월남리에 닿았다. 비좁은 마을의 길로 들어가자 곧 옥판차 제조자 집에 안내해 주었다. 집은 보통의 조선가옥인데 남향으로 지어져 있었다. 우리들이 집에 오는 것을 알아서인지 동네사람 2,3인이 와 있었다. 주인은 건강이 나빠서 자고 있었는데 방금 일어난 참이었다. 간신히 쓸고 닦여져 있는 온돌방에는 나무 베개가 놓여 있다. 옥판차의 주인은 이한영(李漢永, 71) 노인이다. 조선말밖에는 말하지 못하므로 윤선생의 통역으로 찾아온 뜻을 말하고 병중의 면회에 감사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마을 부근의 산에는 곳곳마다 차가 자라고 있어서 노인이 어렸을 때부터 만들고 있었다. 옛날에는 차 생산이 많아서 만들어졌는데 최근에는 적었다. 노인이 만들고 있는 이외에 ‘금릉월산차(金陵月山茶)’라고 하는 목판이 옛날에 만들어지고 있었으니 영암군 미암면 봉황리의 이낙림(李落林)이란 사람이 가지고 갔다고 한다. 아마도 그 집을 찾으면 있을 것이다. (노인은 이 월산차를 바꾸어 이름붙인 것으로서, 그 시기는 백 년 전이라 말하고 있는 점이 조금 말이 맞지 않는다)

이 ‘백운옥판차’라는 것은 백운동(白雲洞)에 있는 옥판산(玉版山)의 차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한영 노인이 옥판차를 포장하고 있는 모습(1939년 7월 27일 찍은 사진이다)
이 차를 손수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찻잎은 곡우에서 입하까지 딴 것이 가장 좋다. 즉 지금의 양력으로 말하면 4울 하순부터 5월 상순(음력 4월 21일~5,6월)이다. 따는 시기 및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위 것, 가운데 것, 아래 것이 있다면서 견본을 보여 주었다. 냄새는 보통의 조선차로 풍미 같은 것은 없다. 온돌의 냄새가 난다. 대체로 차의 가늘기에 따라서 나누고 있는 것 같다. 위 것일수록 가늘게 되어 있었다. 노인이 다시 덧붙여 말하기를 차의 분류법은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① 맥차(麥茶, 보리차), 싹이 갓 돋아나오는 어린 것을 딴 것으로, 옛날 돈으로 7홉(1.26ℓ)에 한 냥쯤의 값인데 벼슬아치의 분부로 만들어 이것을 서울로 보냈다.

② 작설(雀舌, 참새 혀) 맥차를 따면 싹의 끝이 둘로 갈라져 나오기 때문에 잎을 둘 또는 셋쯤을 붙여서 딴 것이다.

③ 모차(矛茶, 창차) 맥차를 따고 싹의 뾰족한 끝이 셋 이상으로 갈라진 것을 딴 것이다.

④ 기차(旗茶) 잎이 커 넓어지고 나서 딴 것이다.

또 차는 하루 중에서 아침 일찍 시작해서 낮까지 딴다. 찻잎을 집으로 가지고 가, 가마에서 덖는(또는 시루에 쪄서 비비기도 한다) 정도는 차가 푸른 빛깔을 잃었을 무렵에 불을 멈추고 손으로 조금 비벼서 종이를 온돌에 깔고 한 시간 쯤 말린다. 그때 온돌의 온도는 보통이다. 만든 차의 저장방법은 조선항아리(김치그릇)에 넣어둔다. 깡통이라든지 도기(陶器)가 있지만 한 번에 많이 저장되지 않는다. 다음에 ‘백운옥판차’의 포장방법은 그림에 나타난 것과 같은 상표로서 소나무 재목의 틀(세로 일곱 치 엿 푼, 가로 폭 세 치 닷 푼, 복판에 세로 다섯 치 두 푼, 폭 두 치, 깊이 일곱 푼쯤의 구명을 뚫는 것)에 넣는 것이다. 틀에 넣고 포장하는 방법은 먼저 천으로 된 끈을 놓고, 그 위에 포장지를 깔고, 폭 네 푼 닷 리(12.36cm), 깊이 한 자 엿 치(48cm)의 대나무를 세로 다섯 치(0.15cm), 폭 두 치(6cm)의 비자나무에 접어서 굽힌 것을 넣고, 세로 한 자 세 치(39cm), 폭 두 치(6cm)의 바닥종이를 깐다. 그 속에 정량의 차 16돈중(60g)을 넣는다. 그러나 완전히 마른 차는 포장할 때 무너질 염려가 있으므로 솔잎으로 마른 차에 물을 조금 뿌리고 위에서 잘 눌러준다. 그리고 깐 종이를 접어서 이음새에 풀로 붙인다. 이것을 따로 만든 틀에 붙은 종이로 잘 싸고 이틀 쯤 지나서 푸른 빛깔이 강한 녹색 소분(綠色素粉)을 칠한 틀로써 포장의 겉에는 ‘백운옥판차’, 뒤에는 차꽃 도안을 눌러 찍은 것이다.

완성된 물품은 상등품이라면 15전~20전이며 하등품인 것은 10전으로 팔고 있다. 이 부근에서도 조금씩은 팔고 있는데, 강진읍에서 10리나 떨어진 영암, 나주 부근까지도 팔러 간다. 한해에 50개, 많을 때는 200개쯤 팔린다. 자가용으로는 열 개쯤만 있으면 충족되는 것이다.

‘백운옥판차’라는 것은 백운동(白雲洞)에 있는 옥판산(玉版山)의 차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 차를 마시는 방법은 탕관에 물을 끓인 속에 차를 놓고 마신다. 보통은 밥 먹은 뒤에 마시지만, 두통일 때 또는 소화불량일 때, 현기증일 때 마신다. 노인이 많이 마시지만 어린이가 아플 때 마시게 하는 일도 있다. 마시는 기구에는 단지라 해서 물을 끓이는 것도 있다. 다음에 가져간 청태전에 대해서 물어보니 이것은 5월 상순부터 5월 15일전까지 딴 차로 만든 것으로서 병차(餠茶, 떡차)라고 해서 4,5년 전까지 월하리 사람은 누구나 만들어서 마시기도 하고 팔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팔리지 않아 중지하였다. 차 치고는 나쁜 것으로서 기차(旗茶)보다도 나쁘다. 이 차는 산에서 따온 잎을 집에서 찌고, 공이로 찧고, 대나무 태 속에 끼워서 틀을 만들어(이때 천을 쓰지 않고 널빤지 위에서 만든다고 한다) 대꽂이(竹串)로 구멍을 뚫고 새끼줄로 백 개쯤을 꿰어서 집의 어디에나 매달아 두고 필요할 때 마신다.

팔러 다닐 때는 백 개에 5전 내지 10전으로 팔고 있었다.

청태전을 마시려면 그것을 몽근 불로 구워서 탕관에 물을 붓고 끓인 다음 달여서 마신다는 것이다. 앓는 몸을 일으킨 노인에게 이 이상 이것저것 묻는 것이 나로서는 견딜 수 없다. 아픈 것이 걱정되어 기념 삼아 사진 한 장을 부탁하였더니 정장을 하고 마당에 나와 주었다. 옥판차의 주인 모습은 옛날의 다인(茶人)다운데가 있지 않은가.

조선차의 재래식 제조법은 시기를 보아서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뒤 1939년의 봄, 이 노인은 처음 다시 만들어 부근에 팔러 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노인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월남사(月南寺)의 유적이 있다. 낡아서 허물어져가는 탑은 인가의 마당 모퉁이에 있고, 또 비석은 조금 떨어진 인가의 뜰 안에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이곳을 떠나 백운동을 찾았다. <끝> 정리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