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탐방
남을 죽이면 내가 죽고 남을 살리면 내가 사는 상생의 원리가 불교입니다
보은산 금곡사
금곡사 주지 보각스님
앞날을 훤히 내다본다는 스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하고 물었다. 스님은 때마침 지나가는 노인을 가리키며 답했다.“30년 후면 저 모습이 될 것이다”
젊은 사람이 늙을 줄 안다는 것, 살아있는 사람은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것만 깨달아도 이 세상은 미혹의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자살은 분명 罪입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에 충격도 크지만 모방 자살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종교계에서는 자살방지 캠페인을 벌이거나 세미나를 통해 그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불교계의 원로인 법정 스님도 길상사 법회에서 “절이나 교회를 찾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하루는 제게 죽고 싶다는 여인이 찾아왔습니다. 부유하게 살다가 가산은 기울어지고 자식 키우는 일도 너무나 힘들고 세상사 귀찮아서 죽을 결심을 하고 있다. 산다는 것에 눈곱만치도 미련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자살을 하고도 남을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을 때 죽더라도 딱 하루만 나하고 기도를 하자. 죽을 사람이 하룬들 못참겠느냐 하면서 내가 기도하는 곳이 있으니 떡과 과일과 음료수를 준비하고 나를 따라오라 했습니다. 그 여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녹동에 있는 소록도를 데리고 갔습니다. 기도란 반드시 석불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 가는 것도 기도라고 하면서 나환자촌에 중에 하나인 동성리로 데리고 가서 나환자들에게 떡과 과일을 나눠주라고 했습니다. 내가 여인에게 말했습니다. 자, 봐라. 손이 뭉그러지고 눈이 보이지 않고 살이 썩어가는 천형에 시달려도 이렇게 살고 있지 않느냐. 저들은 오히려 천형을 당함으로 부처를 알게 되었고 예수를 알게 되었다며 감사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몸이 성해서 건강한 사람이 왜 죽으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죽겠다고 했으니 이제 죽어도 좋다. 비록 날 찾아왔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제서야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스님, 열심히 살겠습니다. 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죽을 약을 먹고 3일 만에 가까스로 깨어난 여인이 찾아왔습니다. 비록 살아나긴 했지만 아예 삶의 의지와 의욕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자살하게 된 동기를 물어봤더니 시어머니의 학대 때문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수시로 전화질을 해대며 성가시게 했고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못살게 한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그만 약을 털어먹고만 것이었습니다. 결혼부터 결사반대를 했던 시어머니는 결혼하기가 무섭게 핍박을 해대자 3년간 영국유학길을 떠나고 말았는데 그 후로는 더더욱 무섭게 미워하고 핍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고급장교여서 사는 것은 걱정 없는 상태였고, 자식들 또한 무럭무럭 자라고있는데도 지나치게 시어머니를 의식한 나머지 자살을 하려 했던 것입니다. 여인은 아무리 방법을 찾으려 해도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하면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체만법이 부처님 법인데 안 되는 것이 어딨겠느냐며 내가 시키는대로 하겠느냐고 묻자 할 수 있으면 하지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백일기도를 한 번 해보자고 권했습니다. 백일기도라고 해서 법당에 들어가 백일간 부처님께 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네 번을 시어머니께 찾아가라, 토요일에 가서 하룻밤 바고 일요일에 돌아와라, 그리고 가서 무조건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하고 절을 하되 삼배를 해라. 삼배는 부처님께만 하는 것. 그러나 시어머니가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그리 절하라, 그렇게 석 달간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여인은 내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의 엉뚱한 행동을 보고 너, 미쳤구나 하면서 펄펄 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삼배를 하고나서 10만원, 혹은 20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공손히 내밀기까지 하는 며느리의 계속된 행동에 시어머니는 미움의 마음을 풀고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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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군동면 금곡사 주지로 취임한 보각스님은 늦깍기 스님이다. 법랍이 지에 10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곡사 주지로 발탁된 것은 수행과 포교에 대한 인정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불교 태고종 전남광주교구 말사인 금곡사. 어지간한 암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경내와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금곡사다.
보은산이 그 산줄기를 멈추면서 거대한 옹이처럼 기암괴석을 만들었는데, 금곡사는 그 기암괴석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다. 군동면 파산리 143번지. 말사이긴 하지만 보물 제829호인 고려시대 3층석탑이 있어 역사가 오래된 절임을 짐작케 한다. 총 높이 5.6m. 지대석은 4매의 판석으로 상면에 1단의 괴임을 하였고, 중석은 6개의 면석으로 결구하였는데, 각 4면의 모서리 기둥이 각출되지 않은 것이 특이한 3층석탑이다.
구절양장처럼 생긴 까치내재를 올라가다 보면 숨이 마악 차오르는 순간 마주치는 금곡사. 누구나 거대한 기암괴석과 서 있는 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탐진바다와 장흥에서 발원한 탐진강물굽이의 모습에 아, 하고 탄성이 신음처럼 흘러나온다. 이렇듯 특이한 풍광 때문에 방랑시인 김삿갓도 발걸음을 멈추고 읊조렸다고 해서 <김삿갓시비>가 입구에 있다.
청곡 윤길중 선생도 한 편의 시를 읊조렸으니 석문에 들어서기 전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유서 깊은 금곡사에서 지내게 되어 무엇보다도 큰 인연을 생각하게 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소승이지만, 그러나 인연되는 사람마다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강진지역 발전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기암괴석이 자리잡은 경내 입구 범종각
삼층석탑 쉴새없이 토해내는 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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