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어깨를 누르는 남다른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 군의원이란 직함을 달고 강진군의회 입성한 나날의 소회가 그렇다. 배우고 탐구하는 심정으로 나날이 새롭고 분주하다. 드디어 제 7대 의회가 원 구성되고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뜻 깊은 시간이다. 4박 5일의 일정의 국외연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소중한 기회, 이를 통하여 전반기 의회 원구성에 따른 의원 상호간 화합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책대안을 연구하며 강진군 의정을 충실히 할 것을 다짐하라 책정된 귀한 시간이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연수 길에 올랐다. 비록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연수기간이었지만, 두 지역이 서로 상생하고 서로 접목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배워가겠다는 부푼 생각과 열정으로 바빴다. 쿠릴열도와 사할린, 그리고 우리의 동해와 태평양을 접한 일본 최북단에 자리한 섬이 홋카이도다. 일본 열도에서는 두 번째로 크고 세계에서는 21번째의 면적인 거대한 섬이기도 하다. 겨울의 평균 기온이 영하 8도 최저 기온은 영하 40도를 육박하지만 그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역이용해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곳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의 여정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삿포로에서의 이야기를 소개해보겠다. 홋카이도의 도청소재지인 삿포로에 들어서자 우선 반듯한 건물들과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삿포로 시의회는 68명의 의원으로 구성 되어 총 10개의 지역구에서 선출된다고 하니 한 지역구당 6.8명의 의원이 선출 된 셈이다. 적지 않은 숫자의 의원들이니 제 맡은 구역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보다 세심히 살피지 않을까. 시의회 담당직원의 안내로 본회의장과 각위원회 위원장실을 안내 받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지한 담화가 오고 갔다. 그동안 독도문제니, 종군 위안부 문제, 또한 빈발한 양국 간 반목의 골이 깊다면 깊던 한일 관계의 껄끄러움, 그 우려는 저 멀리 사라졌다. 마지막 친교의 자리에서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는 양국 의원들의 표정은 따뜻하다.
걸어서 몇 분 안 되는 거리에 오오도리 공원이 있었다. 오오도리 공원에 도착하자 적당한 습도의 시원한 가을바람이 우리를 반겼다. 유난히 시원한 여름 날씨로 전국의 피서인파가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삽상한 가을 날씨에다 오오도리 공원의 잔잔한 풍광이 우리의 피로를 저만큼 달아나게 했다. 명실상부 홋카이도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이며 1.5km의 길이를 자랑하는 공원길은 도시경관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삿포로의 랜드 마크 인 오오도리 공원은 이미 국제 도시 삿포로의 상징으로 등극되었다. 꽃, 미팅, 프런티어, 오아시스, 교류 등 5개의 테마 존으로 구성된 공원에서 구역별 조각들과 분수를 살피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캐나다 앨버타 주,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러시아의 사할린, 그리고 우리나라의 부산과 경상남도와 자매 결연을 맺어 활발히 교류 중인 홋카이도의 상징인 오오도리 공원은 계절마다 열리는 축제를 자랑하는 곳이며 일본의 다양한 축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눈 축제가 매해 2월마다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다.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얼음조각이 전시되어 관광객이 모여드는 삿포로의 백미를 직접 볼 수 없어서 유감이었다. 그동안 사진과 지인들의 여행담으로만 익히 들었던 오오도리 공원의 눈 축제, 그 규모와 아름다움의 위용을 직접 감상할 기회가 된다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해 보리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오오도리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자 147.2m의 높이를 자랑하는 TV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밤에는 조명을 비춰서 야경이 대단하다는 TV타워는 삿포로의 상징적 존재이기도하고 현재 시간을 보여줘 지금 여기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한 번 더 되돌려 생각해 보게 했다. 다음 코스는 붉은 벽돌로 되어있는 도청 구청사로 500년 전 건물 그대로란다. 기념관 역시 50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모습이 놀라웠다. 역대 장관과 시장, 도지사들의 사진들에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고 보전한 모습들, 너덜너덜한 오래된 광목천으로 덮여진 의자에서 그곳의 역사가 생생히 보이는 듯했다. 새롭고 깨끗한 것만 선호하는 우리의 전형적인 특성과 달리 일본인들의 전통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긍지, 그리고 신념에 가깝도록 옛 것을 수호하는 깨인 정신이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했다.
다음으로 이동 도착한 곳은 오타루 운하이다. 오타루는 20세기 초반까지 무역중심지였던 곳으로 지금은 그 역할이 미미해졌지만 유리공예, 운하, 오르골당 등등으로 인한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거리의 분위기로 가족단위 여행객을 위한 단골 휴양지란다. 1 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의 오타루 운하 산책로는 운하의 보존을 위해 한쪽만 매립해 산책로로 활용되는데 이것으로 오늘날의 국제적인 관광지가 만들어졌다니. 게다가 오타루 시 운하주변 살리기는 누구보다 주민이 중심이 되어 지금의 관광의 명소인 오타루 시를 만들었다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운하는 그대로 지키면서도 그곳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편리함을 도모한 오타루 운하, 그 산책길을 걸으며 우리 강진군에서도 옛 것을 다듬어 랜드 마크로 내세울 천혜의 관광자원은 없는가 고 골똘한 혼자생각에 빠졌다.
대한민국의 남쪽 강진군과 일본 열도의 최북단의 섬 북해도는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성을 갖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삿포로에서 머무는 동안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해놓은 내 작은 수첩을 펼쳤다. 채 정리되지 않았지만 깨알 같은 메모들이 여행의 소중한 밀알처럼 오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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