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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가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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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량항 전경 |
마량면 마도진 만호성지에서
마량면(馬良面)은 원래 대구면에 속했던 곳이다. 그런데 1982년 5월 1일 출장소가 개설됐고 1989년 4월 1일 마량면으로 승격되면서 대구면에서 완전히 분리된다. 현재는 5개 법정리(수동리, 상흥리, 원포리, 수인리)와 12개의 자연마을(산동, 영춘, 상분,하분, 원포, 연동, 숙마.신마, 원마 1구, 원마 2구, 서중, 수인)로 구성돼 있다.
평소 마량을 찾을 때는 대구면 방향에서 수인마을 옆을 통과한 후 마량교차로를 지나 영동삼거리에서 직진을 해서 작은 언덕을 넘는 것이 나의 주된 이동로였지만 이날은 제재소 우측길로 빠져 나왔기에 마량초등학교와 마량농공단지를 통과해서 마량 입구에 들어섰다.
일반인이 마량면에 들어선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넓게 펼쳐진 바다, 빨간 고금대교, 의좋은 형제처럼 나란히 앉아있는 대오도와 소오도, 빨간색-흰색-노란색의 세 등대, 대형 돛단배 형태의 마량항 특설무대가 우선 떠오르겠지만 사실 외부인을 맞는 첫 번째 시설은 강진 마도진 만호성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성벽의 일부 구간이 길 옆에 늘어져 있고 완벽하게 복원돼 있지 않기에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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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진성에 조성된 전망대에서 바라 본 까막섬. |
강진 마도진 만호성지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 179호(전남 강진군 마량면 마량리 988-5)로 지정된 곳으로 우리나라 서남해에 위치해 고려말 이후 영호남에서 세금으로 낸 곡식을 실어나르는 조운선이 통과하는 지역이다.
이 곡식을 약탈하려는 왜구를 막기 위해 조선 연산군 5년(1499)에 축조된 석성으로 종사품(從四品)의 만호가 파견됐다. 성의 규모는 ‘증보문헌비고’에 석축 890자, 높이 12자, 치첩 300, 곡성 6개라고 기록돼 있다.
만호성지의 해상의 전면에는 고금도, 까막섬, 노리묵 등이 이중, 삼중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육지쪽으로는 말머리 산의 능선을 휘감으며 자리잡고 있어 외부로부터 은폐·엄폐돼 군항(軍港)으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마도진은 서남해와 내륙을 잇는 요충지로써 조선 초기에 설치된 이래 1499년 진성을 축성하고 을묘왜변과 임진왜란 당시에 방어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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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기요람. 1808년에 서영보(徐榮輔)·심상규(沈象奎) 등이 왕명에 의해 찬진(撰進)한 책. 이 책은 ＜재용편 財用篇＞과 ＜군정편 軍政篇＞으로 되어 있으며 18세기 후반기부터 19세기초에 이르는 조선왕조의 재정과 군정에 관한 내용들이 집약되어 있다. 사진속의 책은 1967년에 발간된 국역본 |
마량(馬良)이라는 지명이 최초로 역사기록에 나타난 것은 1429년 4월 12일 이다. 마량면은 봉대산을 중심으로 산줄기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산골과 바닷가를 주위로 민가들이 들어서고 어족자원이 풍부해 선사시대부터 살아왔던 흔적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살기가 좋아서 사람도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왜구의 침입도 잦아 극심한 시달림을 받았다고 하며 이 때문에 500년 이상 이곳을 이어온 성씨가 없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 수군만호가 주둔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조선 초기부터 전라도 서남해안 지역에는 좌·우수영이 각 1개소와 만호진 15개소가 설치된다. 원래 강진의 만호진은 탐진포(강진읍 남포)에 있었으나 1417년 병마도절제사영이 강진 병영으로 옮겨오면서 마도(馬島, 지금의 고금도)로 전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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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진성의 성벽 우측에는 잊지 못할 치적을 남긴 훌륭한 관리를 기념하고자 세운 영세불망비가 있다. |
이 만호성은 정확한 연장길이를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5km~2km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1895년 동학동민혁명 당시 크게 파괴됐다가 해방전후를 기점으로 원형이 거의 없어져 버리거나 무너져 그 본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육지의 출입구이자 삼국시대 중국과 문물의 교역로로 이용되고 이후 청해진 장보고 전성기 시대와 청자의 수송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수군진이 있을 당시 제주도, 노화도, 완도, 소안도 등 주변의 섬에서 기른 말을 이곳에서 받아 한양으로 올려 보냈는데 배에서 내린 말들에게 먹이를 먹이던 곳이라서 마량이 됐다고 한다. 마량은 원래 말 마,기장 량을 쓰는 마량(馬粱)으로 표기 되다가 량(粱)자가 량(良)자로 바뀐 것이다. 량(粱)이란 뜻은 해안의 돌출부에 위치한 것으로 ‘촌이나 군사기지’의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왜 이곳 만호를 마량만호라고 하지 않고 마도만호라고 했을까?
‘처음에 고금도에 병선을 주둔하고 마도만호라고 하였다가 왜구의 침입이 줄어들고 또 도서에서의 선상 생활이 불편하므로 병선을 원포를 거처 1429년 마량으로 이전하였으나 명칭은 마도만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원래의 마도(馬島)는 고마도(古馬島, 고금도)라 부르게 된 것이다’ 고 구전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편에는 수군처치사영이 무안현 대굴포(지금의 함평군 학교면) 좌수도만호, 선박처가 보성군 동쪽 여도량, 관내의 만호가 8명(내례포, 돌산, 축두, 녹도, 회령포, 마도, 달량, 어란)이다. ‘마도(馬島)는 강진현 남쪽 원포에 있으며 중선(中船) 8척과 군사 510명, 뱃사공 4명을 거느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후 규모가 축소돼 ‘만기요람 호남읍지’ 중 ‘강진현 여지승람’에는 ‘방선 1척, 거북선 1척, 사후선 1척, 군병 약 280명 추정’으로 기록된 사실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거북선 1척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강진 마도진 만호성지에서 머물렀던 나는 까막섬을 바라보며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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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나들이에 나선 부부가 마도진성을 둘러보고 있다 |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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