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가본다. -편집자 주-
|
 |
| 마도진성에 조성된 전망대에서 바라 본 까막섬. |
마량리와 까막섬
마량면을 찾는 사람들에게 첫 인사는 마도진성이 했지만 사실 마도진성의 모습을 흘려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첫 인사는 항구의 서쪽에 위치한 형제 섬, 까막섬이 도맡아 하고 있다.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이 되는 특이한 섬이다. 썰물이 되면 걸어서 섬에 상륙이 가능할 정도가 된다.
전남 강진군 마량면 마량리 산191번지에 위치한 강진 까막섬 상록수림 (康津 까막섬 常綠樹林)은 14,479㎡의 면적으로 1966년 1월 13일에 다양한 수종의 상록수가 자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172호로 지정됐다.
섬에는 후박나무를 비롯한 100여 종의 상록수가 자생하고 있는데 그 종류로는 자금우, 사철나무, 육박나무, 참식나무, 개산초나무, 사스레피나무, 광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 멀꿀, 송악, 마삭줄, 팽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초피나무, 쥐똥나무, 개산초나무, 구지뽕나무, 찔레나무, 산딸기, 수피딸기, 산딸나무, 자귀나무, 검양옻나무, 장구밥나무, 예덕나무, 푸조나무, 계요등, 노박덩굴, 배풍등, 댕댕이덩굴, 청미래덩굴, 청가시덩굴, 개머루, 인동덩굴, 소나무 등이 있다고 한다.
바닷가에는 갯개미취, 갯명아주, 나문재, 갯메꽃, 갯질경이 등이 자라고, 군데군데 돈나무가 자라고 있다. 희귀한 식물로서는 모새달의 군락이 있으며, 그 밖에 민땅비싸리와 풀싸리도 있다. 숲속에는 맥문아재비와 콩짜개덩굴이 나무줄기에 붙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섬은 두 개로 이뤄져 있는데, 큰 섬이 대오도(大烏島), 작은 섬이 소오도(小烏島)이다. 하지만 마량주민들은 사람들은 한자 이름인 대오도, 소오도 보다는 까막섬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1872년 지방지도’(마도진)에 오도(烏島)라는 지명이 나타나는데, 섬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이 오도라고 적혀 있다. 또 일제 강점 이후 1912~1919년 사이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된 1:50,000 신연활자판(新鉛活字版) ‘조선지형도(1890년 일본 참모본부에 의해 제작된 「구한말 한반도 지형도」 함께 일본식 지명의 초기 형태를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에는 일본에 의해 정리된 지명이 대부분 수록돼 있는데 여기에 대오도와 소오도가 구분돼 있다. 전자에는 ‘큰새 섬’, 후자에는 ‘작은새 섬’이라고 일본어로 병기했다
까막섬의 상록수림은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 물고기 떼를 해안으로 유인하는 어부림의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표적 상록수림의 하나로서 문화적, 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인정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까막섬은 상록수림의 보호를 위해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관리 및 학술 목적 등으로 출입하고자 할 때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좋은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까막섬을 보호하면서도 관광객들에게 상록수림 관찰 기회를 제공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까막섬 주변 데크 설치안’이며 까막섬에 직접 상륙은 하지 않고 까막섬에 최대한 근접해서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데크를 설치한다는 의견인데 군과 정부측에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실행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현행법에 있는 제한사항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이 이 안이 사장되고 있는 원인이 아닌가 판단된다.
한편 까막섬이 마량면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까막섬 전설이 그것인데 군에서는 이 전설을 알림판에 새겨놓고 관광객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움직이는 섬 까막섬
까막섬은 원래 적도 부근 남태평양에 있었는데 강진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남태평양에서 강진까지 온 이유는 육지가 되고 싶은 간절한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마침내 기나긴 여정 끝에 마량에 닿을 무렵이었다. 바닷가에서 까막섬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 업은 여인이 “발 없는 섬도 걸어 다니는데 내 아들은 두 발이 있어도 걷지 못하는 구나!”라고 땅이 꺼지도록 탄식하였다. 여인에게는 걷지 못하는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섬은 이 말을 듣더니 이동을 멈추고 지금 그 자리에 머물기로 하였다. 신기한 것은 섬이 멈추자 곧 여인의 아들은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까막섬은 육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왔지만 여인의 아들에게 걷는 능력을 주고 자신은 눈 앞에 육지를 두고 멈춰버린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정진해온 자신의 굼을 접는다는 것이 얼마나 갸륵한 일일까. 하지만 그로 인해 까막섬은 육지의 끝자락이 되지 못하고 타인의 꿈을 이뤄준 위대한 작은 섬으로 남았다.
까막섬을 바라보며 “잘했구나, 잘했어!”라고 말을 건네어 보라. 다리나 발이 아픈 사람이라면 까막섬이 낫게 해줄 것이다. (강진군)
다음주 계속
사진설명.
1. 윤광제 사진
2. 20-1. 3. 20-2. 까막섬은 육지로부터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4. 20-3. 위치에 따라서 까막섬은 형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5. 20-4. 썰물 때 까막섬 주변부가 드러나면 섬은 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