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가본다. -편집자 주-
|
 |
| 마량항 전경, (고금대교 앞쪽 빨간 등대는 동방파제 등대) |
한국의 나폴리 마량항과 등대 3형제
미완의 명품 관광지 까막섬을 뒤로하고 길 따라 내려오다가 좌회전을 하면 마량리에 도착한다.
마량리는 신마(新馬), 원마(元馬)1구, 원마(元馬)2구, 서중(書中) 등 4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되어 있는데 마량리가 역사서에 등장하는 것은 1789년 ‘호구총수’에 마도진(馬島鎭)으로 첫 선을 보이고, 1912년 ‘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에 마량리(馬良里)로 나타난다. 1923년 ‘강진군지’에는 마량리(馬良里)로, 1967년 ‘강진군지’에는 마량리(馬良里 : 新洞, 元馬, 書中)로 등장한다. 그리고 1987년 ‘행정구역일람’에서 신마(新馬), 원마(元馬)1구, 원마(元馬)2구, 서중(書中)으로 기록돼 현재에 이른다.
마량진의 지도를 보면 성내에는 동리와 서리가 있고 성 밖으로는 성상리, 성하리 외리가 있었으며 북에는 삼마산과 신당이 있으며 동에는 천우봉과 단두가 있다. 또 성 안 건물로는 동헌, 내아, 3문, 화약고, 환향고, 객사, 장청, 사령청, 이청, 군기고, 남문, 북문, 어변청, 집물고, 물고 등도 있었던 것으로 표기됐다. 처음에는 제주도를 오가던 관문이었다가 7세기 무렵부터는 중국과 일본에서 쳐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군사목적으로 개설했던 군항이면서 근처에는 나라에 바치기 위해 제주에서 실려 온 말들을 육지의 환경에 적응할 때 까지 임시로 방목하던 목마장 (牧馬場)도 설치됐다.
목마장에 대해 알아보면 고려 말 원나라가 탐라에 1279년부터 원나라의 군마(軍馬)를 키울 목적으로 목마장을 설치해 15년간 운영했다고 한다. 그 이후 고려에서 목마장 반환요청을 한 끝에 1294년에 되찾아 탐라를 제주(濟州)로 고쳤다고 한다. 이후 제주의 말을 탐진현의 마도로 싣고 와서 내리게 되면서 ‘말을 건네주는 다리’ 즉, 마량(馬梁)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현재는 좋은 량(良)자를 쓰는 마량(馬良)이다. 다만, 당시 목마장이 생기면서 ‘오마지간(五馬之間)’ 즉, 원마(元馬), 숙마(宿馬), 원마(垣馬), 백마(白馬), 음마(飮馬)의 지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한 말을 기를 때는 수컷 100필, 암컷 15필을 ‘한 떼’라고 하고 관리인은 군두(群頭) 1인, 군부(群副) 2인, 목자(牧子) 4인을 두고 말은 상등, 중등, 하등의 등급과 망아지, 반 성숙마, 성숙마로 구분했다고 한다. 마도의 총수는 1,000필을 기르고 총감독은 종4품의 감목관이었다고 한다.
 |
| 마량항 상설무대가 있는 하 방파제의 흰색 등대.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
마량의 옛 모습은 이러했고 현재는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답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데, 특히 3개의 방파제와 등대, 멀리 보이는 빨간색의 고금대교와 맞은편의 고금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배 만 있다면 일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마량리 일대는 물론 완도와 진도, 맑은 날이면 제주도까지 볼 수 있는 마량면 북산공원과 황포돛배를 연상시키는 마량항 상설무대 등이 마량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량면 주민은 아니지만 강진에서 사는 주민으로서 앞서 말한 보배들을 한데 꿰어 관광산업의 극대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현재 개발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첫째가 까막섬 개발이다. 이 부분은 지난 주에 말했으니 오늘은 다른 것을 말해보고자 한다. 마량에서 눈길을 끌지만 개발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또 하나는 바로 방파제에 조성된 3개의 등대이다. 정확한 명칭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1호 등대, 2호 등대, 3호 등대라고도 하는데 실제 고금대교 쪽 빨간색의 등대는 ‘동방파제 등대’이고 가운데 방파제에 있는 흰색 등대는 현재 운용되고 있지 않아서 이름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측 까막섬 앞 쪽에 있는 노란색 등대는 ‘중앙방파제 등대’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방파제 명칭들인데 조금은 밋밋한 것이 아쉽다. 더 멋진 별명이라도 지어서 관광상품화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 황포돛을 연상시키는 마량 토요음악회의 주무대.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이면 마량토요음악회가 열린다 |
그리고 진짜 아쉬운 것은 상설무대를 따라 걷다보면 흰색 등대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곳은 데이트 장소로,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으로 유명하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곳 임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숨어서 용변을 보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다. 낚시를 하다가 숨을 곳이 없어서 이곳에서 용변을 보다보니 등대 뒤쪽으로 가다보면 짠 바다 냄새 외에 다른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도 한다. CCTV를 설치해서라도 이곳을 쾌적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또 아쉬운 것은 상설무대 곳곳이 하나 둘 파손돼 가고 있다. 우리 집 물건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사용해줬으면 하는데 관광객들의 마음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은 관계로 그런 불미스런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보수관리에 대한 예산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때가 되면 관계공무원들은 한번쯤은 시간을 내서 부서진 곳을 둘러보고 조속한 시일내에 고쳐서 강진의 이미지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힘써 주기를 바란다.
탐진강의 원류를 따라 마지막 마을인 마량리에 도착하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탐진강 물길 따라 다 둘러봤다는 성취감도 생겼고 우리 고장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마량항에서 남해안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이제 탐진강 개발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볼 시간이다.
다음주 계속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