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미래 심자
21세기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조경수 집중화단지 조성
온난화 현상으로 조경수 빠르게 북상 중, 시장 흐름 읽어야
서울, 강원도까지 시장 개척할 수 있어 엄청난 부가가치 노릴 수 있다
강진은 여타의 지자체에 비해 농업의 의존도가 높은 지역으로 일찍이 유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농사를 짓는 농가는 물론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설재배 농가 역시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빼도 박도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강진지역은 견인차역할을 할만한 산업단지나 시스템이 없고 지역경제는 물론 농민, 농촌의 미래는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쌀 소득 직불금 파문에서 보았듯이 농업관련 지원예산은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고 있고,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식으로 마구 퍼주기에 급급했다. 효율성보다도 예산쓰기에만 열중한 농업정책은 급기야 거기에 맛 들여 시늉만 하는 농민 아닌 농민을 양산해 냈고, 오히려 농가는 빚만 느는 결과를 가져왔다. 돈을 썼으되 일회성 혹은 소모적 지원으로 인해 도· 농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결과로 농촌은 이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근래 농업의 희생을 담보로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농가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정책이 있었고,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었음에도 어느 곳에서든 뚜렷한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화를 위한 교육 부재와 새로운 작목 재배 농민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적 지식 교육부재, 시장 흐름과 유통 및 소비자의 기호 등에 따른 발 빠른 교육부재도 한 몫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배나 배추 등의 가격폭락은 생산자들의 도산은 물론 생산력 소진으로 인해 농촌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농촌에 나무를 심어 미래를 가꿔보자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난대수목의 생산이다. 강진은 지난 날 제주도에서만 성장 가능했던 난대수목이 잘 자랄 수 있는 기후와 토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제주도에서만 조달되고 있는 각종 남부수종의 생산단지를 조성할 경우 무한한 시장 개척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부 해안 벨트에나 식재가 가능했던 각종 수목들이 중부 이북지방에도 가능해짐에 따라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남부수종의 비정상적인 가격 폭등은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릴 만큼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배롱나무의 경우 전북 이남지방에서나 식재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서울 경기는 물론 강원도까지 가능해졌다. 그러므로 재배지와 수요처의 불균형으로 인해 약 20년간 꾸준한 가격 상승세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 수종이다”제주도에 많은 량의 수종을 심어놓은 후 내년 봄까지 3만본 정도는 우선 강진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는 최모(45)씨의 말이다. 더군다나 제주도에 있는 수종을 구입할 경우 강진과 비교하면 아예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고 조경업자는 말하고 있다. 나무 한 트럭을 가져올 경우 운임비가 1백만원이 들고, 비행기를 두 차례를 타야하며 숙박비 등을 따지고 나면 그 격차는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30년간 나무를 심어온 김 모(54)씨는 “그동안 나무만 심어왔지 팔지를 몰라 몇방구의 논에 심어놓은 나무가 이제는 자랄 대로 자라 천덕꾸러기가 되었다”면서 “사실 홍단풍 같은 나무를 잘 가꾸어놓고도 판로가 없어 아예 베어버린 농가도 많다”고 실토했다. 김모씨는 이어 “만일 남부수종 집중화단지를 만들 경우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집중화단지의 장점은 예를 들어 반송 A급이 여천에 있고 반송 B급이 강진에 있는 경우, 대부분의 나무를 강진에서 사가지고 갈 때 여천까지 가지 않고 B급의 나무를 사가지고 가기 마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5년간 종사해온 또 다른 조경업자는 “나무를 묘목에서부터 성묘에 이르기까지 키워서 팔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실패는 물론 고생도 많았다”고 전제하고 “집중화단지를 만들 경우 단계별로 키워야만 훨씬 돈의 회전도 빠르고 일도 수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중화단지를 만들려면 적어도 1천명의 농가가 동참했을 때 가능한 일이며, 그러했을 때 강진에 가면 남부수종 모두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새로운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꿈같은 얘기지만 10년 후면 1조원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지금 강진에 남부수종을 심어 미래농업의 패러다임을 갖고자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취재 송하훈 기자
제주도에서 가져온 홍가시나무를 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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