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 ‘노심초사’
통·폐합 대상 전남 지역구 운명도 안갯속
“내 지역구를 어떻게 지킬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구 미달로 선거구 통합 대상으로 거론된 전남의 한 국회의원이 전국지도를 보며 한 말이다. 지역 의석수를 줄이지 않는 선에서 인구 하한선을 넘기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동료 의원의 이웃 지역구를 가져와 인구 하한선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외나무다리 대결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처럼 올해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선거구 재획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올해 말까지 ‘2대1’로 재조정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가 ‘분할’ 또는 ‘통합’되는 지역구는 모두 60곳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다.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는 인근 선거구와 통합돼 사라질 수 있어 현역 의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본지가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인구 하한(13만9380명) 미달 선거구는 24곳에 이른다. 이 선거구들은 이웃 선거구와 통합되거나 다른 선거구의 일부 지역을 가져와 합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선거구가 재획정 대상이고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까. ‘외나무다리’에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의원들이 있고, 같은 당 동료 의원끼리 칼끝을 겨눠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놓인 의원들도 있다.
물론 일부 선거구는 이웃 선거구의 ‘면(面)’을 가져와 통합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면’을 내줘야 하는 이웃 선거구에선 못마땅한 눈치다.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가 인근에 있는 전남의 한 의원은 “인구 미달 지역구 두 곳을 하나로 합치면 끝날 문제를 왜 굳이 멀쩡한 선거구의 지역을 헌혈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다.
한편,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 문제를 다룰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0월 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획정안은 11월 13일까지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운명의 시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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