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두 눈에 흐르는 눈물
살아가면서 사는 이야기란 사람들마다 다 하지 않아도 알고 보면 한권의 소설책 같답니다. 그러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는 셈이지요.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인생살이 그 지나간 시간들을 모아놓은 세월의 무게란 참으로 무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사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갖가지 얽히고, 설키는 일들이 노출되다 보면, 누구나가 완벽할 수 없기에 허점(a blind spot)과 약점(a weak point)은 있기 마련이지요.
복이 많거나 부모의 재산을 많이 받아 호화호식하고 사는 사람에게도 깊이 들여다보면, 저 나름 눈물과 아픔의 애환이 있기 마련이고, 복을 작게 타고난 사람에게도 고단한 인생길의 연속이지만, 분복대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세상사를 완벽하게 여한(旅恨)없이 살다 간다는 그런 사람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지요.
오늘 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세상 같은데 어려웠던 6~70여년전 시절보다 행복지수나 살아가기가 더 급급하여 이혼, 자살률 사건, 사고들이 세계 1등 국가로 낙인찍혀 내일에 대한 불안과 불신감속에서 사람들마다 스트레스가 쌓여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분노의 감정들이 극에 달해 젊은이들은 그저 스마트폰에만 매달려 길을 걸어가거나 전철 칸에서나 심지어 집에 가서도 부모마저 외면하고 혼자만의 아픔을 풀어가는 작금(昨今)의 현실 사회에서 누굴 잡고 솔직히 고백하며 정을 나눠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 돼버렸습니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던 한 친지분이 얼마 전 아내를 잃고 홀로 전주 한 농가에 귀촌하여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위문 차 들린 일이 있습니다. 간밤에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룬 탓인지 핼쑥한 얼굴 모습을 보며 박 형!! 사모님 떠나보내고 견디기 어렵지요? 라고 물어보니 이분 말이 밤이면 이승에서 떠나라고 등 떠밀고, 저승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떠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버티고 살고 있는 모진 목숨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뒹굴다 보내는 날들이라 산송장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김빠진 맥주병같이 영혼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답니다.
아! 그래요. 그럴 땐 그러지 마시고 적막한 깊은 밤이니 하나님에 매달려 대화의 기도를 한번 나눠 보시거나, 그래도 답답하면 일어나 밖에 나가셔서 밝게 빛나는 별 하나를 고정해놓고 아내라 생각하며 즐거웠던 추억의 대화를 나눠보시지요? 한결 몸이 가벼워질 것입니다.
사실, 아내가 마지막 가는 날, 제가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었더니 식물인간으로 움쩍도 못하던 사람이 한 순간 안간 힘으로 눈을 번쩍 한번 떠보더니 그만 숨을 멈췄던 그 환영(幻影)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편히 가라고 눈을 감기며 무언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답니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자식 둘 장가 보네고, 남은 돈으로 귀농하여 시골 논 밭떼기를 사 농사라고 지으며 봄이면 잎이 무성한 감나무를 보면서 아내는 오히려 도시생활보다 농촌생활이 좋다며 허구한 날 논밭 일에 매달려 나갈 땐 오토바이 등 뒷자리에 타서 가던 어느 날 사람을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나를 꼭 잡았던 아내가 그만 잡은 손을 놓으며 뒤로 넘어져 뇌를 다친 후 뇌수술을 받았지만, 그 길로 혼수상태의 식물인간이 되어 버렸답니다.
그러기를 3년간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던 해 오랜 병수발 효자 없다고 자식들은 지내들 살기 바빠 오질 못하고, 귀농한 곳에서 오직 홀로 아내를 그리워하며, 하늘나라로 보낸 아내에 죄 값을 뉘우치며 기도드리고 있답니다. 며칠 전 수확한 단감 두 접을 오토바이에 싣고 아내가 떠난 요양원을 찾아 수고한 담당의사 간호사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돌아왔다면서 지금은 아내의 빈자리를 홀로 밤마다 그려볼 뿐이랍니다.
필자가 대화삼아 위로의 말마디를 나누면서 해준 말 중에는, 삶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아슬아슬하지요. 불안과 걱정이 없는 날 없고,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게 없는 인생사잖아요.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잠시 뒤나 내일을 알 수 없고, 늘 오늘도 흔들리기 십상이니까요. 말로는 남 앞에서 난 당신에 비해 행복하다, 기쁘다고들 하지만, 돌아서서 속으로는 남모르는 신상과 사정으로 신음하고 고민하기 마련인데 과연 얼마만큼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간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하는 그 해답을 못하는 우리 인생이겠지요. 결국 마지막 어디로 찾아가는 목표인가를 생각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젠 내 몸을 의탁하는 곳을 찾아 길 떠나는 나그네 일뿐이므로 하나님은 우리들이 처한 일들을 다 알고계시잖아요.
인생살이가 속고 산다지만, 그래도 그게 아닌데.......하면서 지나놓고 나서 후회나 기쁨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밖에 별 도리가 없습니다. 무엇을 찾아다니느냐고요? 그 고통, 갈등, 불안 허전함 모두는 나와함께 동반하는 인생사 과정에서 필수적 존재랍니다. 그러니 사람마다 얽히고, 설키는 일들뿐이지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치고 아무 목적 없이 태어난 사람 없듯 남의 삶을 살아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자기생존을 위한 삶이지요. 살아가면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니까요. 그러기에 어떤 이는 인생을 멋진 한편의 파노라마라 같은 환희(delight)라고도 표현합니다. 행복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가 진정 한 생의 삶에서 만들어지는 자기 나름의 역사이지요.
부부의 만남이 처음 20점과30점에서 다시 100점을 향해 가는 길이 아닙니까? 채우려는 길이지요. 그래서 서로가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은 부부랍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서로의 허물을 서로가 덮어주면서 살아가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태어난 자식들에 빚을 갚는 게지요. 그러니 함께 있다 한사람이 떠나간 빈자리는 너무 크고 허전합니다. 저는 아직 겪지 못했답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들 중에 만난인연은 인연 중에 인연이니 소중이 다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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