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위대한 공적, '헤라클레스 12업' 속에 등장하는 큰 뱀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히드라는 아홉 개의 목을 가졌으며, 그 중의 하나는 죽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독은 강력해서 독이 몸 속으로 들어오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히드라를 퇴치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우선 독을 조심해야 하고, 아홉 개나 있는 뱀의 머리가 끝없이 걸어오는 공격을 잘 막아내야 한다. 또한 히드라의 목은 자르면 자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헤라클레스는 어떻게 히드라를 퇴치했을까?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퇴치하러 갈 때 사촌 ‘이올라오스’를 데리고 갔는데,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목을 자르고, 이올라오스가 히드라의 상처에서 목이 자라나기 전에 그 상처를 불로 지지면 지진 자리에서 목이 자라나지 않았다. 이렇게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아 차례차례 히드라의 목을 지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불사의 목까지 자르는 데 성공했다.
과거, 농업인들 중에는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은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말하기도 했고, ‘못 먹는 놈이 바보’라고도 했었다. 모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보조사업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은 재원을 투입하여 보조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FTA 등으로 수입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농업이 침체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국내 농업을 유지·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추진되는 보조사업을 일부의 사람들이 사업의 목적과 상관없는 곳에 쓰거나, 사업을 축소하여 보조금을 받아쓰기도 하고,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되어 있는 자부담을 투입하지 않거나 적게 투입하는 등 잘못된 사례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조사결과 이렇게 보조사업을 부당하게 추진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법령에 의하여 지원한 보조금을 회수함은 물론, 본인은 일정기간 보조사업에서 배제하고 시공(공급)업자는 2년간 보조사업 참여를 금지시키며, 관련 사실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심심치 않게 타 시군으로부터 접수되고 있는 문서 중의 하나가 ‘어느 지역의 모씨가 보조사업을 수행하면서, 시공업자와 결탁하여 자부담을 투입하지 않고도 투입한 것처럼 서류를 제출하여 보조금을 부당 사용한 사례가 적발되었기 때문에 보조금을 회수하고 앞으로 몇 년간 보조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 군에서도 최근 검찰의 조사결과 이러한 사례가 들어나서 보조금 회수와 보조사업 지원제외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것도 있다.
이렇게 보조사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보조금 환수 등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것은 보조금이 결코 ‘눈먼 돈’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시공업자 또는 공급업자 간의 견제, 시공업자와 농가간의 불화, 이웃 농가의 제보 또는 제3자의 신고, 감사원과 같은 사정기관의 조사 등 보조사업에 대한 조사가 언제, 어떤 계기로 이루어질지 모른다. ‘수 많은 감시의 눈’들이 있다는 얘기다.
농업인들 사이에서도 ‘보조병에 걸린 사람’, ‘보조사업 많이 하는 사람 치고 성공하는 사람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에게 반드시 필요하지 않더라도 보조가 있으면 받으려 하는 사람’을 ‘보조병에 걸린 사람’이라 하고, 이런 사람은 자립심이 약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보조사업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자부담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이 받으면 경영비 규모를 줄일 수 있어 ‘약’이 되지만, 필요성이 낮은 사람이 받으면 오히려 경영비 지출이 증가되고, 자칫 의타심을 키울 수 있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 농업인들이 ‘히드라의 머리’와 같은 ‘수 많은 감시의 눈’을 의식하고, ‘보조금’을 ‘히드라의 독’이라 여길 수 있는 경영철학을 마음에 새겨, 보조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되고, 성실하게 수행되도록 함으로써 ‘히드라와 같은 가난’을 퇴치할 수 있게 하는 ‘이올라오스의 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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