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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전은 조선 후기의 문신인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이 지은 한글소설이다. 비록 유복자로 자란 그였지만 평소 효심이 지극해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러던중 1687년(숙종 13년) 장희빈 일가를 둘러싼 상소사건에 연루돼 의금부에서 조사를 받고 옥에 갇혔다가 선천으로 유배되고 이후 선천에서 남해로 옮겨져 집에 갇히게 된다.
이전까지 《구운몽》은 남해 유배생활중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근래에 발견된 《서포연보(西浦年譜)》에 의해 선천 유배중에 지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귀양간 아들(김만중)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쓴 것으로 전문을 한글로 집필해 김만중은 숙종 때 소설문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특히 김만중은 ‘국문가사 예찬론’과 같은 논설문에서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을 통해 시문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며 한문을 다른 나라의 말로 규정했다.
이렇듯 그의 우리말 사랑이 가득 담긴 소설 ‘구운몽’을 바탕으로 그려진 민화가 한국민화뮤지엄 1층에 전시돼 있다. ‘구운동도’가 그것인데 8폭의 병풍으로 이뤄진 이 그림은 도화서에서 그린 석채와 금분을 이용한 하사품으로 추정되며, 국내 제일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민화를 풀어주는 남자 ‘윤광제 시조시인’이 구운몽도를 삽화 삼아 구운몽전을 들려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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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 태후, 난양공주와 양소유의 결혼을 허락하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일에는 마가 끼기 마련’이라고들 한다. 젊은 날 초고속 출세를 하고 있는 양소유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오는 그에게 시련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 첫 번째 시련은 태후가 난양공주를 양소유의 정실부인으로 앉히고 먼저 정혼을 했던 정 사도의 딸 정경패와는 파혼을 시키려는 것이었다.
태후는 이 문제로 고심하던 차에 난양공주에게 넌지시 물었다. “소유가 정 사도의 집과 정분이 돈독하여 쉽게 저버리지 못할 터이니 소유가 돌아오면 너와 먼저 혼례를 치르고 후에 다시 혼례를 치러 정녀를 첩으로 삼게 하면 어떠하겠느냐?
태후의 질문에 공주는 침착하게 답했다. “소녀는 살아오면서 질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정녀를 어찌 꺼리겠습니까. 양 상서가 처음으로 정녀에게 납채(納采:신랑측이 신부측에 혼인을 청하는 의례)하고도 첩으로 삼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정 사도의 가문도 누대에 재상을 지낸 집안이요 명문거족인데 귀한 딸이 남의 첩이 된다면 어찌 원통하고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국법에 제후는 부인이 셋입니다. 양 상서가 개선(凱旋)하고 크게 되면 왕이요, 적게 되어도 공후(公侯)가 될 것이니 두 부인을 두는 것 또한 흠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녀를 정실로 삼게 하는 것이 나은 줄 아룁니다.”
그러자 태후가 깜짝 놀라며 “너야말로 선제(先帝:선황제의 준말)께서 사랑하는 딸이요, 금상(今上:현재의 황제)의 누이이니 귀하디 귀하고 신분 또한 높은데 어찌 여염 여자와 어깨를 견주려 한단 말이냐. 안될 말이다.”
그러나 성품이 고결한 난양 공주의 굳은 결심 앞에 태후가 두 손을 들고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정녀를 한번 본 후 양소유의 정실부인으로 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첩으로 삼게 할 것인지 말이다.
며칠 뒤 난양 공주가 변복(變服: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 평소와 다르게 복장을 함)을 하고 시녀인 진채봉을 앞세워 정 사도의 집을 방문해 수족자 두 폭을 팔러 왔다. 이에 최씨 부인과 정경패, 춘운은 그 빼어난 자수 솜씨에 놀라며 난양 공주를 반겼다.
물론 변복을 하였기에 정사도의 집에서는 난양 공주의 신분을 알 턱이 없었다. 난양 공주가 그저 지방관의 여동생으로 병이 나서 오빠를 따라가지 못하고 외숙의 집에 머물었는데 외숙이 변고를 당하여 생활비라도 마련코자 수족자를 팔러온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정경패, 춘운, 난양공주, 진채봉은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서로의 빛나는 미모를 알아보고 서로 선녀를 보듯 존경하고 아꼈다.
난양공주로부터 정녀의 정이 돈독한데다가 성품이 어질고 훌륭함을 전해들은 태후는 “살아오면서 성품이 어질고 용모가 고운이는 오직 우리 공주뿐인 줄 알았는데 어찌 정씨 같은 여인이 있는 줄 알았겠는가? 양소유가 돌아오면 때를 기다렸다가 예폐를 보내게 하고 또 공주가 그의 부인이 되도록 할 터이니 그리 알라!”며 기분 좋게 하교를 내렸다.
몇 날이 지나고 태후가 정씨를 불러 황제를 알현케 했다. 황제는 정씨를 영양 공주로 삼고 난양보다 한 살이 많으므로 형으로, 난양을 동생으로 정했다.
황제는 또 ‘아기를 봐주려면 어미가 올 때까지 봐줘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는지 난양 공주의 시녀 진채봉을 떠올리고는 “태후께서는 진채봉에게 공주를 좆아 시집가서 잉첩(媵妾:귀인에게 시집가는 여자가 데리고 가던 시첩)이 되도록 하심이 어떠합니까?”라며 권하자 태후가 “과연 황상의 뜻이 옳소.” 하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양소유도 모르는 사이에 태후와 난양공주, 정경패의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소제목 : 2처 4첩의 양소유, 모친과 상봉하다
한편, 양소유는 토번의 찬보 등 반란을 일으켰던 장수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장안으로 돌아왔다. 황금투구, 황금갑옷을 입고 천리마를 탄 가운데 황제로부터 받은 백모 황월과 용봉 기치로 전후좌우를 옹위(擁衛)케 함은 물론 반란군의 수괴인 찬보를 함거에 가두어 진 앞에 세우고 토번 36군 제후들의 진상품(進上品)을 진(陣) 뒤에 따르게 하니 그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양 소유는 황제의 앞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머리를 조아렸고 황제는 친히 그의 팔을 붙잡고 일으키며 군공에 치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황제는 조정에 조서를 내려 원수에게 땅을 주고 왕으로 봉하는 등 상전(賞典:공로에 따라 장을 주는 방침)을 후히 했으나 양소유는 극구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진 황제는 양소유의 충의를 좇아 칙지를 내려 대승상으로 삼고, 위국공에 봉한데 이어 식읍을 3만호나 주었고 그 외에도 갖은 상급(賞給)을 덧붙였다. 그리고 황명으로 영양공주(정경패), 난양공주는 물론, 진 숙인(궁녀 진채봉)을 양소유에게 시집보낼 것임을 통보했다. 처음에 황공해 하던 양소유는 뜻밖의 결혼으로 인해 2처 1첩이 생기자 꿈 속에 있는 듯 황홀함에 취하고 말았다.
오늘은 영양공주, 내일은 난양공주, 모레는 진 숙인, 글피에는 춘운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름은 물론 체력 안배까지 고심해야 함을 직감하는 양소유였다.
꿈 같은 1주일을 보낸 양소유는 고향에 계신 모친을 모셔 오겠다며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이에 황제는 특별히 황금 1000근과 비단 800필을 하사하여 그 노모를 위해 아낌없이 쓰도록 했으며 노모를 맞아 속히 돌아오라 명했다.
양소유는 태후에게도 하직인사를 올리고 두 공주와 진 숙인, 춘운과 작별하고 이모가 계시는 천진교에 이르니 먼저 내려가 있던 계섬월과 적경홍 두 여자가 객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계섬월은 “상공께서 지위가 더 높아지고 공명이 더 크시니 첩 등의 영광 또한 100배는 더 합니다. 허나 상공께서는 이미 두 공부의 부마가 되셨는데 두 분 공주께서 첩 등을 용납 하실는지 알 수 없습니다.”하며 근심어린 이야기를 건넸다.
이미 마음이 딴 세상에 있는 양소유는 속도 없이 “두 공주가 사람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니 걱정할 필요 없소. 허허허!” 웃으며 답했다.
두 사람과 함께 다시 길을 떠난 양소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에 이르렀다. 양소유가 15세의 어린 나리에 모친을 떠나 장안에 갔다가 다시 어머니를 모시는데 대승상의 거마를 타고 위국공의 장복을 입고 부마의 위치에 올랐으니 4년 동안의 성취가 참으로 놀라웠다. 19세에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위치라니.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스펙이라는 고건 전(前) 총리(37세, 최연소 도지사), 안대희 전(前) 대법관(25세 최연소 검사), 김영삼 전(前) 대통령(26세 최연소 국회의원), 백선엽 전(前) 육참총장(31세 최연소 육군참모 총장), 김종필 전(前) 총리(45세 최연소 국무총리)도 양소유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양소유가 집으로 들어가 대부인께 큰절을 올리니 대부인이 그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으며 이르기를
“네가 내 아들 소유냐? 내가 보고도 못 믿겠구나.”하며 기쁨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소유는 자신의 짧지만 강렬했던 4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대부인은 또 한번 감탄하여 눈물을 흘리며
“네 부친이 늘 너더러 우리 집을 빛나게 할 것이라고 하더니만 네 부친과 영화를 함께 누리지 못하는 것이 한이로구나!”하였다.
소제목 : 심요연과 백릉파, 낙유원을 찾아오다.
양소유는 선산에 영분(榮墳:고대에 과거에 급제하거나 벼슬을 한 사람이 조상의 묘에 가서 그 영예를 고하는 행위)하고 일가친척과 더불어 잔치를 벌인 후 대부인을 모시고 장안으로 돌아왔다.
장안에 대부인을 모시고 나니 집안에 정연해지고 부인들과 첩들의 거처도 마련되어 하루하루가 화목하고 흥겹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황제의 아우인 월왕이 편지를 보내왔다.
“승상과 더불어 낙유원(樂遊園:왕족이 사냥을 즐기던 공원)에 모여 산양을 보고 풍악을 들으며 태평성대의 기상을 느껴보고자 하니 승상도 마음이 있거든 일자를 정해서 회답해주기 바라오”
이에 양소유는 계섬월과 적경홍에게 다음날까지 80명의 기생을 준비시키고 연회를 준비했다. 양소유가 준비한 80명의 기생과 주연(酒筵)에 월왕은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리고 월왕 자신도 그에 못지않은 기생을 불러 무술과 노래와 춤을 겨루게 했다.
그런데 홀연히 두 낭자가 수레를 타고 나타났는데 양소유가 가까이 불러보니 뜻밖에도 양주 심요연과 동정호 용녀 백릉파였다. 양소유가 둘을 찾으러 오지 않자 평소 당당하기가 남자을 능가했던 두 여인은 직접 양소유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마침 유희가 벌어진 때라서 심요연은 신묘한 칼춤으로, 백릉파는 기묘한 비파 곡조로 월왕을 감탄케 했다.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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