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초, 연(蓮)을 재배하고 있거나 재배를 희망하는 농업인들과 같이 일본을 다녀온 일이 있다. 일본의 연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우리보다 앞서있는 연산업 기술을 배워 오기 위한 것이었다. 3박4일의 짧은 일정 때문에 깊은 속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다.
우리가 방문했던 지역은 일본 제일의 연근 생산지인 이바라키현과 구마모토, 사가 지역으로 이바라키 지역은 일본 연 재배면적의 39%, 사가 지역은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방문한 이바라키현의 연근 주산지는 들판이 온통 연으로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 일본에 그렇게 넓은 평야지가 있는 것에 놀랐고, 그 넓은 들판이 연 재배포장이라는데 놀랐다.
‘일본에는 넓은 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군 작천에서 병영으로 이어지는 들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더 넓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연근은 연근밥, 튀김 등의 요리재료로 이용되는 것을 기본으로 연근차, 연근분말, 연근우동, 아이스크림, 연근소주 등 가공제품으로 생산되기도 하며, 연근가루는 김치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폭넓게 이용되고 있었다.
생산과 유통체계를 보면 재배농가에서 가공과 유통까지 일관되게 추진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재배농가에서 수확하여 연근센터나 유통회사로 출하하면 연근센터 등에서 세척·선별·가공·포장하여 유통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일본에서 연근이 일반인들이 즐겨 먹는 대중적인 채소이지만, 옛날부터 재배되어온 전통작물은 아니었고, 1970년대 들어 ‘연근이 몸에 좋은 작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와 재배가 늘어나 현재와 같이 산업화 되었다고 한다.
연은 항암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거나 단백질의 소화촉진 및 위벽보호, 콜레스테롤 저하, 혈당조절, 스트레스나 신경안정, 기력회복 등의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으로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소비량이 늘고 있는 작물이다
일본에서는 연근을 채소와 같은 성질의 식품으로 이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근은 기본이고 연잎, 연꽃, 연밥(연의 씨)과 심지어는 연의 줄기까지 연의 모든 것을 이용하며 채소의 측면보다는‘약용(藥用)’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단순히 연근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일본이 우리보다 활용도가 높고 다양하지만, 연의 이용 부위와 쓰임새까지 생각한다면 우리나라가 훨씬 다양하다.
이 글의 제목을‘한국의 연(蓮), 일본의 연근(蓮根)’이라고 붙인 이유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연근을 이용한 요리와 가공식품 소비량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일본의 연 재배면적은 7천㏊정도로 우리나라의 10배 정도 많은 면적이다. 일본의 인구는 1억2천7백만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에 비해 2.5배 많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연근을 일본만큼 소비한다면 우리나라의 연 재배면적은 산술적으로 2,800여㏊ 정도로 증가되어야 한다.
물론 1인당 연 소비량이 일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하고 추산한 수치이다.
연산업 관련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의 소비량은 매년 늘고 있고 앞으로도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산업의 전망이 그만큼 밝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의 연산업을 일본과 비교하면 소비수준에서 볼 때 이제 걸음마단계나 마찬가지이다. 연의 소비가 일본만큼 일반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과 강이 끝이 없어 보인다.
일본에서도 연이 현재 수준으로 소비되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홍보와 다양한 소비전략을 펼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어려서부터 연을 먹어야만 성인이 되어서도 먹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전략까지 펼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연산업이 일본을 능가하려면 재배기술 향상과 소비증진, 조리법의 개발·보급, 가공제품의 다양화, 유통주체의 설립·육성 등 재배농가와 행정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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