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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를 구분하는 방법은 민화의 용도와 기법, 재질, 주제 등에 의해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민화의 구분은 연구하는 사람에 따라 각각 그 방법과 내용이 달라지는데 이는 민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민화 연구가는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자용씨를 들 수 있는데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화를 문자민화, 길상과 연관된 민화, 전통적 화제의 민화, 정물민화, 도교에서 비롯된 민화 등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반면 조자용씨는 민화를 크게 한화(韓畵)라 하고 이를 순수회화와 실용회화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 상징별로 구분하면 수(壽), 쌍희(囍), 자복(子福), 재복(財福), 영복(寧福), 녹복(祿福), 덕복(德福), 길상(吉祥),벽사, 민족(民族) 등 열가지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화제별로 나누어 산수화(山水畵), 수석도(壽石圖), 화훼도(花卉圖), 소과도(蔬果圖), 화조도(花鳥圖), 축수도(蓄獸圖), 영수화(靈獸畵), 어해도(魚蟹圖), 초충도(草蟲圖), 옥우화(屋宇畵), 기용화(器用畵), 인물화(人物畵), 풍속화(風俗畵), 도석화(道釋畵), 기록화(記錄畵), 설화화(說話畵), 도안화(圖案畵), 지도화(地圖畵), 혼성도(混成圖), 춘화도(春畵圖) 등 20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고을신문에서는 조자용씨의 구분법을 적용해 최근 설화화(說話畵)에 해당하는 ‘구운몽도’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민화를 풀어주는 남자 ‘윤광제 시조시인’이 기록화를 통해 그림 속에 담겨있는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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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 임진왜란 발발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명나라를 정벌하여 영주들에게 땅을 분배해준다’는 조건으로 원정군을 편성하여 조선 침공을 명한다. 전쟁을 독려하는 자신은 나고야[名護屋]에서 원정군 지휘계획을 세웠으며, 대군(大軍)을 9번대(番隊)로 나누어 침략을 개시한다. 이때 각 대를 지휘한 주장(主將)과 병력은 다음과 같다.
제1번대는 주장 고니시 유키나가로 병력 1만 8700명이며, 제2번대는 주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로 병력 2만 2800명, 제3번대는 주장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로 병력 1만 1000명, 제4번대는 주장 모리 요시나리[毛利吉成]·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로 병력 1만 4000명, 제5번대는 주장 후쿠시마 마사노리[福島正則]로 병력 2만 5000명, 제6번대는 주장 고바야가와 다카카게[小早川隆景]로 병력 1만 5000명, 제7번대는 주장 모리 데루모토[毛利元之]로 병력 3만명, 제8번대는 주장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로 병력 1만명, 제9번대는 주장 하시바 히데가쓰[羽柴秀勝]로 병력 1만 1500명으로 구성되었다. 총 15만 8700명에 달하는 육군의 정규 병력이었다. 그 외에 구키 요시타카[九鬼嘉隆]·도토 다카도라[藤堂高虎] 등이 인솔한 수군(水軍) 9,000명이 해전에 대비했고, 구니베 나가히로(宮部長熙) 등이 이끄는 1만 2000명이 전쟁 전후로 바다를 건너 후방 경계 작전에 나섰다. 이밖에도 하야가와 나가마사[早川長政] 등이 부산에 침입하여 전투근무를 지원하는 부대도 다수 출동하여, 조선 땅을 밟은 병력은 20여만 명에 달했다.
일본이 침입할 당시에 총병력은 30여만 명으로서, 출정 병력을 제외한 군대는 나고야에 약 10만 명을 대기시켰고 3만 명은 일본의 수도를 수비하도록 했다.
‘왜적이 침입했다!’
척후병의 전언을 들은 부산진첨사(釜山鎭僉使) 정발(鄭撥)이 세 척의 전함을 거느리고 황급히 바다로 나가 보니 왜적의 배가 이미 절영도(絶影島) 앞바다에 가득했다.
이를 본 정발은 급히 성안으로 돌아와 농성을 준비했다. 동루에 올라 성을 둘러보니 온통 불안한 낯빛의 병사들과 백성들뿐이었다. 이에 정 첨사는 악사(樂師)를 누대에 올려 퉁소를 불게하며 성 안의 병사와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고 혼란을 막았다.
선봉에 나선 고니시 유키나가의 제1번대는 1592년 4월 14일 새벽 성으로 달려들었다. 병선 700여 척이 부산에 들어오자 부산진 앞바다는 온통 왜선으로 가득했다. 정발은 쉬지 않고 성을 돌아다니며 독전(督戰:싸움을 감독하고 사기를 북돋워 줌)을 하자 병사들이 더욱 힘을 내며 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수많은 왜군이 활에 맞아 죽으면서 순식간에 성 앞에는 시체 언덕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얼마 후 아군의 화살이 떨어지자 부장이 정발에게 다가와 일단 성을 버리고 후사를 도모하자고 하니 정발은 부장을 꾸짖으며 “대장부는 싸우다가 죽을 뿐이다. 다시 이런 말을 꺼내는 자는 내가 먼저 목을 치리라!”하고 다시 싸움을 독려했다.
정발의 독전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서서히 기울었고 적이 쏜 탄환에 정 첨사가 전사하자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며 성은 마침내 함락되고 말았다. 정발에게는 애향(愛香)이라는 첩이 있었는데 그때 나이 18세였다. 정발의 전사 소식을 듣자마자 공의 시체 옆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전의 기세를 앞세운 제1번대는 곧바로 동래성으로 향했다.
소제목 : 부산진 순절도
부산진성(釜山鎭城)은 지금의 부산 수정초등학교(水晶初等學校) 뒤에 위치하고 있었으므로, 당시에는 해안에 바로 접해있었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부감법을 사용했는데 그림의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해 성곽을 오른쪽 위로 밀어 올리고 해안선을 대각(對角)으로 끊으면서 바다를 가득 메운 왜선(倭船)의 이미지를 강하게 표현했고 잘려나간 왜선을 통해 그림 왼쪽에는 보이지 않는 수백 척의 왜선이 있음을 암시했다. 또한 왜선의 수를 강조하기 위해 배에 대한 그림은 단순화 했고 모든 배가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다.
왼쪽 상단의 상륙하는 왜군을 보자. 가장 앞에 성문을 부수기 위해 달려드는 도부수(刀斧手:칼과 도끼를 든 군사)가 보이며 이제 막 도착해서 하선하는 조총병들이 보인다. 즉 사극에서 보이는 왜군은 무조건 조총부대로만 묘사하는데 임진왜란 당시 조총부대는 전 병력의 1/10 정도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조총이 대단히 비싼 무기였기 때문에 전병력을 조총으로 무장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한 조총이 지닌 비 오는 날의 전투(水中戰), 단병접전(短兵接戰)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무장을 한 병력이 꼭 필요했다.
배에서 대기 중인 왜군(倭軍)과 접안(接岸)해서 상륙중인 왜군, 공성(攻城) 중인 왜군을 보면 끝이 안 보이는 전력(戰力)앞에 절의금도(節義襟度:절개와 의리로 남을 포용할 만한 장부의 도량)로써 침착하게 수성(守成)하는 성내의 소수 아군(我軍)들이 엄청난 대비(對比)를 이룬다.
또한 성 아래에는 도검(刀劍)이 난무(亂舞)하는 가운데 왜병이 온 땅을 뒤덮여 빈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주목할 것은 유난히 작은 왜병과 그 보다 머리가 2배는 큰 것 같은 조선의 군사들이다. 왜병을 왜소(倭小)하게 그려 신체적으로 더 작다는 뜻과 소수의 조선병사들과 비교해 엄청나게 많은 병력을 표현한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남문에 해당하는 정면의 모습을 보면 왜군의 모습이 뭔가 어지럽다. 바로 시체가 산을 이뤄 세 무더기로 쌓인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자세히 보면 멀리서 조총으로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 첨사도 이러한 조총부대에 의해 저격을 당하지 않았나 유추해본다.
이 순절도(殉節圖)는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와 함께 근년까지 동래(東萊), 안락서원(安樂書院)에 봉안(奉安)되었던 것으로 영조36년(1760)에 개모(改摹:다시 모사함)된 것이다. 숙종35년(1709)에 그려진 것으로 전하는 원본의 소재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민족의 수난과 국가수호의 정신이 오롯이 깃든 유작(遺作)인 부산진순절도(보물 391호)는 현재 육군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설명
1. 가장 앞에 성문을 부수기 위해 달려드는 도부수(刀斧手:칼과 도끼를 든 군사)가 보이며 이제 막 도착해서 하선하는 조총병들이 보인다. 왜군이 모두 조총병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부산진첨사 정발이 왜적을 맞아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성문 앞에 세 무더기가 보이는데 왜군의 시체가 산을 이룬 모습이다. 성문을 달려드는 도부수가 전투병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조총병은 멀리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3. 첨사 정발의 승리를 기원하던 첩 애향(愛香)은 정 첨사가 죽자 그의 곁에서 자결을 한다.
4. 보물 제 392호 부산진순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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