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인 아이는 말을 잘하게 되면서 곧잘 내가 하는 말들을 따라한다. 아이 때문에 화가 나서 “야, ooo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러면 나를 보면서 “야 ooo, 야, 야”를 하거나 “기다려” 이러면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기다려” 라고 얘길 한다. (좋은 행동보다는 부정적인 행동을 금방 배우는 것 같다.) 나를 따라하는 아이를 보며 참 얼척이 없다가도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아이는 나의 행동과 말들을 따라하고 있었다.
부엌에서 내가 요리를 하고 있으면 자기도 기어이 해보겠다며 뒤집개를 달라며 요구하고 후라이팬을 뒤적거리고,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으면 자기도 빗질을 하고 싶다고 빗을 주라고 성화다. 화장실에서 빨래를 빨고 있으면 자기도 들어와 고사리 손으로 빨래를 조물락거린다. 빨래를 널면 빨래 건조대 옆에서 빨래를 넌다고 하지만 실상은 빨래를 다 밑으로 잡아 당긴다. 설거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설거지를 한다고 의자를 갖다가 씽크대 앞에서 물을 틀고 물 범벅이 되도록 놀다가 끝내는 엄마에게 혼나고 내려오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아이는 엄마가 집중하는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인데 엄마들은 후딱 해버리고 싶은 마음과 집이 어지러져 청소하기 귀찮은 마음 때문에 처음부터 아이가 함께 하는 것을 원천봉쇄해 버린다. 나도 첨엔 아이의 발달을 생각해서, 경험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해 보라고 했는데 내 기분이 좋을 때는 하라고 했다가 내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하지 말라고 하는 일관성 없는 엄마다. 일관성을 가지고 아이 키우는 것이 좋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고민한다. 나도 아이를 낳고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었다. 처음엔 남들처럼 아동발달에 좋다는 놀잇감을 사주는 것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 영어 시디를 틀고, 문화센터를 다니며 자녀교육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부하였으며 발도르프교육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발도르프교육은 루돌프 슈타이너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담배공장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에서 출발한 대안교육이다.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전인적 교육이며, 인지적 영역에 치우친 교육에 반대하고 신체와 정신적 성장에 맞춘 의지, 감각, 사고의 조화로운 발달을 추구한다.
발도르프 교육에서 영유아기는 모방하고 따라하는 시기이기에 좋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행동을 따라 하는 아이를 보고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만 고민할 뿐,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을 통해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배운다. 아이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부모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잘하라고 말하기 이전에 부모가 이웃간 인사를 잘하는 모범을 보인다면 아이도 인사를 잘하리라 생각된다. 말로만 하기보다 좋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훌륭한 선생님의 모습이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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