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인생살이 먼 길을 돌아오다 보니 검은 머리 하얗다못해 세월이 다 빼먹어버리고 대머리만 반질반질합니다. 주름진 얼굴이 먼 길 돌아온 한숨들로 깊숙이 골이 패었네요. 그 곱던 당신의 얼굴이 이젠 거울 앞에 서기가 싫어지네요. 이러나저러나 이날까지 견뎌온 안쓰러운 마누라의 모습이 더 시려 보입니다. 여보! 마누라 미안 혀.......뭐가 미안 허데 유?
우리가 먼 길을 돌아 오다보니 한 가지 꼭 배운 게 있는 데 “어디 가서나 고개 숙이면 부딪히는 일이 절대 없다”는 걸 말이요. 그에 비유한 다음에 이야기를 들어 보시지요.
옛날 열아홉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맹사성”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지요. 어느 날 무명선사를 찾아가 묻기를 스님이 생각하기를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할 좌우명(one`s motto)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었답니다.
이 때 무명선가의 말이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면 되는 게지요” 라고 말하니 맹사성이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돌아온 내에게 고작 그게 해주는 전부의 말이란 말이요? 아주 거만한 어투로 반문하며 일어서 나가려하자, 무명선사가 그렇다면 이왕 온 길이니 녹차라도 한잔 드시고 가라며 붙잡았답니다.
그는 못이기는 척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스님은 찻물을 넘치도록 자꾸만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맹사성이 스님! 찻물이 방바닥에 넘칩니다. 중단하십시오. 그 말을 못 들은 척 계속 붇습니다. 잔뜩 화가 난 맹사성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스님이 말하기를“찻잔이 넘쳐 방바닥에 적히는 것은 보이고, 지식이 넘쳐 인품(character)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나가려는 때 문턱에 머리가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지요. 아이고........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기를 “고개만 잘 숙이면 부딪히는 일이 없습니다.”했다는 실례입니다.
이 나이토록 필자도 마음 다 비우고 살아오다보니 세상도 많이 변해 어리떨떨한데 그러나 정말 허허실실(虛虛實實)이 너무 많은 세상 같아 몇 마디 들먹여 봅니다.
빌딩건물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만 가는데 인간들의 인격(人格)은 더 낮아만 가고, 고속도로는 넓어져 씽씽 달라는데 시야(視野)는 잘 보이질 않고, 먹고 쓰는 소비(消費)는 늘어나는데 인간미의 정(情)은 더 메말라가고, 대궐 같은 집들은 많아졌는데 가족은 뿔뿔이 떠나가 버렸네. 사는 거야 편해졌다지만, 시간에 쫓겨 날밤세고, 집안에 챙겨둔 가구는 엄청난데 내 소중하게 간직할 족보는 보이질 않고 허례허식(empty formalities and vanity)만으로 가득하네.
고학력자나 전문가는 늘어나고 많아 졌는데 갈수록 상식이하의 불효자식 세상이고, 해결할 문제는 더 많아졌는데 스트레스만 쌓여 판단력이 흐려지고, 의학은 첨단인데 암환자는 병원마다 만원이고, 법망은 잘도 만들어놨는데 왕파리들은 유유히 잘도 뚫고 나가버리는 무전유죄(無錢有罪)의 세상. 돈 버는 법은 배웠지만, 도둑질하는 법만 배우고, 나누는 법을 잊어버렸네. 보기 좋은 색깔 불량 인스턴트 산성체질 중독성 식품으로 비대인간은 늘어나는데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라니 어설프게 의미(意味)조차 잃고 살아가는 허수아비 같은 노인네들....... 현대생활에 우리들 삶이 마치 껍질만 번지르르하게 둘러쓴 포장만으로 둔갑된 세상이네요.
달나라에 갔다 오는 세상에 비둘기 집속에 사는 이웃아파트에는 도대체 도둑이 사는지, 선비가 사는지 얼굴도 모르고 정담(a friendly talk)이 사라진지 오래랍니다. 공기는 날로 오염되어 정수기, 정화기로 살아가야하고, 우리들 영혼조차 오염돼 버려 가장 신성시돼야할 종교계까지 기복신앙으로 인간차별하고, 자유세상이라 잘못하다간 왕따로 돌림 빵 당하기 일쑤라 남의 눈치 살피며 살아가야하는 세상, 스트레스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오던 시대에서 지금은 제일 큰 병중에 하나임을 알게 되어 어떨 땐 독한 술에 파묻어 하루를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아사리 판 세상, 살기가 더 버거워진 속에는 지식층 인간들이 성회 롱을 장난 깜 취급해 버리고, 나라를 지키라는 군인들이 방산비리로 국민의 혈세를 1조원이나 돌라먹다 떨어진 별만 25개나 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고, 남녀가 따로 없이 동성연애를 허용해 호머쌕스로 즐기라니, 참으로 세상이 완전히 썩어버린 요지경 세상 말세랍니다.
이제 필자도 세상 볼 장 다 봤으니 마지막 약속 없는 기차 여행이나 떠나보려 합니다. 살아온
인생 험한 파도에 실려 흘러 흘러서 오다보니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땅에까지 오고 말았네요.
이제 남은 구겨진 승차권(ticket)하나 돌려 줄 날만 남았답니다. 젊은이들 당신들도 너무 자만(self~conceit)치 말고, 뜻있게 살다가 값진 보람을 남기다보면, 뭐 잔은 날 언젠가는 당신들도 그런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을 테니까요. 번쩍번쩍 가는 날들 아껴 쓰세요.
때로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매서운 밤길이며, 고독의 막막한 사막에서 길을 잃어도 승차권만은 꼭 쥐고 다시 가다보면 강아지풀이 손 흔드는 들길도 나오고, 푸르른 숲으로 둘러진 높고 낮은 산길이며, 금빛 모래사장 눈부신 해변을 걷기도하고, 마지막 황혼길 언덕에서 아내와 손잡고, 바다로 빠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추억(recollection)의 인생을 이야기 하겠지요.
중도에 하차하는 짓은 참 어리석은 짓입니다. 인내하며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십시오. 하나님은 당신의 용감한 인생을 보며 따뜻이 손 내밀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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