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령을 받아 강진으로 가는 길!
영암에서 풀치재를 넘으면서 아치에 쓰여진‘강진은 날씨보다 마음이 더 따뜻한 고장입니다’라는 문구를 보고서 정말로 강진이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훈훈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강진을 향해 좀 더 들어오니‘경포대’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보인다.‘월출산 경포대’라는 안내 표지판을 보고서‘응? 웬 경포대?’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강진에도 경포대가 있네?’ 상당히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월출산 경포대라는 이름을 보고 언뜻 강릉 경포대가 생각났지만 후에 찾아보니 한자가 달랐다. 나도 그렇지만 아마 사람들에게는 강릉 경포대가 더 귀에 익을 것 같다. 동해안에 있는 강릉 경포대와 이름이 같아 간혹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금릉 경포대는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첩첩산중에 있는 계곡이다.
'경포대'라는 것은 여름밤의 밝은 달과 담소의 맑은 물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는 데서 유래되었는데 여기에 강진의 옛 이름인 '금릉(金陵)' 을 써서 '금릉경포대'라 이름짓게 되었다 한다. 또한 이곳 경포대(鏡布臺)는 월출산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뜨려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월출산은 아쉽게도 영암 월출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월출산의 남쪽은 강진이다. 강진군 성전면에 위치하고 있는 금릉 경포대가 남쪽 월출산의 산행기점인 것이다. 월출산의 천황봉과 구정봉에서 발원하여 약 2km에 걸쳐 흘러내리는 경포대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맑은 물과 곡류 그리고 폭포수가 어우러져 그 경관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여름에는 계곡에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가을에는 온갖 울긋불긋 단풍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흘리고 있으며 남도의 명산인 월출산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 강진의 무릉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이곳 경포대 계곡 주변에는 천년고찰인 무위사와 월남사의 옛 도량이 있던 곳이다. 지금도 옛 영화를 보여주는 국보 제13호의 무위사 극락전 벽화를 위시한 보물급 문화재(무위사 선각대사편광탑비, 월남사지 모전석탑, 진각국사비)가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경포대를 가는 길에 또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광활한 녹차밭이었다. 녹차밭 하면 보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강진에서 그보다 더 푸르른 다원을 볼 수 있다니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촉촉이 내리는 빗속에서 보는 녹차밭은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뒤로는 험준한 월출산의 바위들이 차렷 자세로 도열해 있고 앞으로 차밭이 융단처럼 펼쳐진 광경은 지금까지 여행했던 세계의 어떤 명승지의 풍경보다 더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차에서 내려 찻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명이 약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보니 청자의 고장으로만 알고 있었던 강진은 이제 차의 고향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지금까지 단순히 고려청자의 고장,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집필지 등으로만 알고 있었던 강진에 대한 나의 지식은 한낱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제부터는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강진의 참모습을 천천히 음미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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