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마저 거부한 사랑, 영혼은 살아있다.>입니다.
한 인터넷 싸이트에 올려 진 의사의 실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라서 여기에 옮겨봅니다. 지금으로부터7년 전, 자신이 전주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로 뇌를 다친 한 26세의 젊은이가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이미 그의 얼굴과 머리는 아주 심하게 손상되어 원래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서둘러 최대한의 응급조치를 했으나 살 가망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식물인간 된 상태나 마찬가지인 그가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날 아침,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심전도를 체크하는 기계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의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규칙적이고도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나타내던 심전도(ECG/Electrocardiogram)곡선이 갑자기 웨이브 파동(V)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힘차고 반복적이며 정상적인 인간의 박동에서 점차 약해지며 잃어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그것은 죽음을 가까이 옴을 의미한다. 보통 이러한 ECG의 곡선이 나타난 이후 10분 이상을 살아있는 이는 나는 본적이 없었다. 긍의 운명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느낀 나는 중화자실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환자가 운명할 때가 되었으니 임종을 지켜보라 일렀다. 이미 가족들은 환자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포기한 채 그의 죽음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젊은이의 부모님과 일가친척인 듯한 몇몇 사람이 슬피 울며 이미 시체나 다름없이 누워있는 그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중환자실을 나오면서 간호사에게만 심전도파동이 멈추면 곧바로 영안실로 옮기라고 일러두었다. 다른 환자를 보고 잠시 후 다시 그 중환자실을 지나치면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시간이 지난 아직도 긍의 심장 박동이 느린 웨이브파동을 그리면서 살아있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를 나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날 오후는 쏟아지는 응급환자를 돌보느라 더 이상 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응급실을 거의 매일 전장의 야전병원 같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왠지 갑자기 생각이 들어 다시 그 중환자실에 가 보았다. 물론 지금쯤은 아무도 없는 빈 침대이거나 다른 환자가 누워있으리라는 당연한 생각이었지만, 왠지 긍의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음은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었다. 방에 들어선 순간 나는 다시한번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그가 있었다. 더없이 나약하지만, 끊이지 않는ECG곡선을 그리며, 그의 영혼은 아직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나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왠지 이 세상에서 그가 쉽게 떠나지 못할 그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것은 과학적, 의학적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어떤 존재를 그 순간 무의식중에 감지했던 것 같다.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고, 긍의 심전도가 웨이브 파동을 그린 지 장장 이틀이 지났다.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중환자실에 가 보았다. 긍의 신체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지만, 영혼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더없이 미약하게나마 이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었다. 심전도를 나타내는 모니터 화면이 그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고, 나의 예사롭지 않은 느낌도 그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에 들어왔다. 어제까지 보호자 중에 없었는데, 멀리서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온듯했다. 젊은이의 애인이듯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제대로 환자를 처다 보지도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있게 나는 옆으로 비켜주었다. 젊은 여인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까스로 침대 옆에 갔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심전도 파동이 한순간 사라지고 마치 전원이 꺼진 것 같은 한줄기 직선만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틀간 미약하게나마 뛰어왔던 긍의 심장이 바로 그때 멈춘 것이다. 그 순간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왠지 모를 거대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젠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난 그와 그의 곁에 남겨진 여인을 두고 나는 중환자실을 빠져나왔다. 그의 마지막임종소식을 전하고 나는 보호자중의 한사람에게 방금 온 그 녀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내게는 그녀가 긍의 삶을 오늘까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장시킨 어떤 존재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녀는 결혼 한지 3계월에 접어드는 그의 부인이었고, 뱃속에 아기를 임신 중이었다.
놀라움과 마음속 깊숙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옴을 느끼며 나는 그 순간 내가해야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해주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당신과 뱃속에 아기를 만나기 위해 그가 얼마나 시간을 기다렸는지, 얼마나 힘겹고 가슴이 아픈 영혼의 기다림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부인과 긍의 아기에게 전하는 그의 이 세상 마지막 메시지라고, 그것은 바로 사랑의 작별인 거라고!!........
듣고 있던 그 녀의 눈에서 넘치는 눈물을 바라보며 그 영혼의 마지막까지의 죽음을 거부하며 기다란 영혼의 두려움과 함께 어떠한 경외심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한 영혼이 바로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존재를 믿을 뿐만이 아니라 생생이 느꼈고 경험했다. 그리고 그 존재를 이끌어주는 가장 큰 힘이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 역시.........
우리에게 가장 없어서는 안 될 영혼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위해 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나는 요즘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한다.
이분의 실화를 읽으며 필자가 과거“케빈 코스트너”주연과 죽은 애인의 영혼을 그린 미국영화 ”늑대와의 춤을“(1980년)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영혼의 대화가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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