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0년전에 유행하던 ‘공포의 쿵쿵따’ 라는 게임이 있었다. 3글자로 된 낱말의 끝말잇기 게임인데 늘 나오는 레파토리는 임창정, 정발산, 산기슭, 슭곰발, 발냄새, 새가슴이었다. 여기서 나오는 정발산이 바로 고양시에 있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고양시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보기로 했다.
고양시는 인구 102만이 사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명도는 구청소재지보다 덜 유명한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고양시를 아느냐고 물으면 그 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산’을 아느냐고 물으면 킨텍스와 연결시키며 신도시라고 바로 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일산은 구청소재지이고 고양시는 이 이름난 도시를 품고 있는 시청소재지였던 것이다. 고양시 입장에서는 지명의 하극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썩 유쾌해 보이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고양시와 우리 강진군이 무슨 공통분모가 있나 생각하겠지만 고양시의 랜드마크는 행주산성이다. 그 성곽의 활용법이 병영성 활용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 역사와 활용법을 연재하고자 한다.
|
행주산성
행주대첩과 함께 명성을 얻은 행주산성은 호국이 성지로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행주산성(幸州山城, 사적 제56호)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우리나라의 대부분 성곽처럼 석성(石城), 즉 돌로 만들어진 성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행주산성은 우리나라에 몇 개 남아있지 않은 토성(土城)이다.
현재 성곽 명칭에 토성(土城)이 들어간 유명한 토성으로는 서울특별시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백제시대 토성인 몽촌토성(사적 제297호)과 송파구 풍남동에 있는 또 다른 백제시대 토성인 풍납토성(사적제 11호)이 있는데 행주산성은 이들 토성에 비해 전적지로서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기에 현재도 보존이 잘 되고 있는 편이다.
행주산성의 전술적 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되는 부분은 바로 성곽이 석축이 아닌 토축이었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아기 돼지 삼형제가 지푸라기 집, 나무집, 벽돌집으로 각각 지었다가 마지막에 막내 동생 돼지네 벽돌집에 숨어서 늑대를 물리쳤다는 말처럼, 성곽도 방어력으로 치면 목책(木柵), 토성(土城), 석성(石城) 순으로 강한 편인데, 토성(土城)에서 그 정도 방어력을 유지했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성과였던 것이다.(참고로 현존 성곽 중 가장 강력한 방어력을 보일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수원의 화성이다. 수원 화성은 석성과 토성의 장점을 결합한데 이어 성곽의 최대 공격력을 발휘하는 포루와 공심돈 등이 벽돌로 촘촘히 쌓아올려져 포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점을 가졌다고 한다.)
행주산성은 지난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56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성내에는 충장공 권율 장군을 모신 충장사와 행주대첩비, 전사청, 대첩기념관, 충의정(영상교육관), 권율 장군동상, 행주대첩기념탑, 충훈정(궁도장), 덕양정, 진강정 등이 모셔져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산 26-2번지에 위치한 행주산성은 규모가 0.16㎢이며 주차시설은 승용차 500대 정도가 주차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행주산성에 올라 병영성을 떠올리다
행주산성은 1970년부터 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정화공사를 실시했고 권율 장군을 모신 충장사를 다시 지었으며 정자와 문을 추가로 설치하여 경계구역을 규모있게 조성했다. 이를 계기로 매년 3월 14일에는 행주대첩을 기념하는 제천 행사시 충장사에서 그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를 벌인다. 행주산성에 대한 고양시민들의 애정이 각별해 인근에 있던 서원도 특혜를 누리게 되는데, 행주산성 인근에 있던 행주서원도 해마다 춘향제례, 추향제례를 거행하고 축제와 관련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축제 행사장의 일부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행주산성이 축제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데 축제의 중심이 아닌 행사이더라도 반드시 거쳐가는 곳으로 활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양시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로는 고양시 행주산성 해맞이 행사, 고양행주문화제, 고양행주산성 학술대회, 행주대첩제, 고양 힐링누리길 전국걷기축제, 국제웰빙음식축제, 한여름 밤에 찾아가는 산성음악회, 행주산성 야간개장, 고양 600년 기념전시관, 국제꽃박람회, 궁도대회, 국궁민속체험, 전통민속놀이 한마당 등이 있다. 이 중에서 1년의 첫 행사는 당연히 해맞이 행사인데, 큰 산이 드문 고양에서 행주산성은 해맞이 행사 장소로 적격이다. 우리 강진군과 비교하면 저지대에 있는 병영성은 해맞이 행사로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장소로 보인다. 굳이 병영성과 연관을 짓는다면 수인산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시도해봄직 하나 그 공간이 협소하고 안전상 이유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 외에 행사는 우리 병영성에서도 충분히 적용할만하고 이미 적용되고 있는 사안도 있다. 고양 행주산성 학술대회의 경우, 우리는 병영상인 학술대회에서 병영성의 가치를 논한바 있다. 아직 병영성이 완공되기 전이라 제대로 된 축제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병영성 복원이 끝나면 그에 걸맞는 축제가 펼쳐지리라 믿는다. 성곽을 가진 도시 중 순천 낙안읍성이 전남에서 음식축제를 주도했는데, 고양에서도 이러한 음식축제를 하고 있었다. 평지성으로서 낙안읍성과 비슷한 형태를 띄는 병영성이라면 이러한 음식문화축제, 나아가 강진의 한식문화와 접목한 음식문화축제를 개발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본다. 사실 병영과 작천, 옴천 일대의 인구가 강진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고 하겠지만 병영성의 상징성을 감안해서라도 축제의 규모는 분명히 커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지자체 중에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성곽을 가진 지자체는 성곽을 배경으로 전통무예시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회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나마 수원의 화성(華城)에서 전통무예 시연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전통무예인들의 위안거리이다.
그렇다면 우리 강진이 병영성을 배경으로 이미 제1회 대한민국 무과대전이라는 타이틀로 전국대회를 출범시켰으니 지속시켜 1년 뒤 축성 6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무예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병영성 주변의 확장
병영성이 지닌 확장성의 한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다. 현재 병영성 일대는 농지가 넓게 분포돼 있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병영성 복원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병영성을 더욱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려면 병영성 일대의 농지에 병영성 600년 기념관, 무기박물관, 병영체험관 등 우리나라 병영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병영성 일대는 맞은편에 위치한 하멜기념관과 남성리, 동성리 일대로 개발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쪽 방향으로만 개발을 하게 된다면 주민들의 주거지역만 붕괴시키는 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군(郡)에서는 100년을 내다보는 지혜로 과감한 공간 확보에 정치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잘 관리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를 보면 문득 내가 사는 고장이 먼저 떠오르고 우리 고장도 이렇게 좋은 곳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부디 타지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변해 강진군이 더욱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빌어본다. 끝.
사진설명
1. 행주산성에서 해맞이 행사에 참가한 관광객들(고양시 제공)
2. 고양시 관계자가 해맞이 행사를 알리는 북을 치고 있다.(고양시 제공)
3. 행주산성 야간 개장(고양시 제공)
4. 행주대첩제 퍼레이드(고양시 제공)
5. 행주산성에서의 일출(고양시 제공)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