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30년이 되는 해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올해 2016년까지 ‘한불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우리와의 인연 탓인지 프랑스에서도 파리의 한 지하철역에는 대형 관광안내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다고 한다. 또 파리 에펠탑에서도 점등행사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호교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프로그램에 강진산(産) 고려청자도 한 몫을 한다는 좋은 소식도 들려온다. 프랑스 내에서도 한국의 해가 지난해 9월부터 지정되어 오는 8월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양국간의 우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한편 한국에서의 ‘프랑스의 해’는 3월부터 12월까지인데 이와 발맞춰 3월부터 프랑스 태생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 특별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세기 중엽의 저명한 프랑스 평론가이자 철학자인 롤랑바르트 탄생 100주년 기념전, 씨댄스 프랑스 포커스 7개팀 공연, 예술의 전당에서 파리 오케스트라의 공연,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에서의 프랑스 영화 특별전 개최 등 90여가지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뜬금없는 프랑스 얘기에 다들 궁금해 할 것 같다. 도대체 왜? 이 시기에 프랑스 얘기냐고.
사실 강진이라는 지명이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 봤을 때 대단히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아름답고 재미있는 일화를 생산하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농촌지역이라 외국인의 교류도 그만큼 드문 곳인데 프랑스와 인연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어서 그 인연을 실마리 삼아 프랑스 얘기를 꺼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진을 이야기하면 연결되는 외국인은 딱 두 사람이다. 한 명은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던 네덜란드 호르큼시(市) 출신 하멜이고, 다른 한 명은 그 사람의 발자취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던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다.
그런데, 이름은 밝혀진 적이 없지만 우리 강진을 돋보이게 한 사람이 또 있었으니 그가 바로 프랑스 사람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그의 이름은 밝혀진 적이 없다. 다만 그의 직책이 꽤 대단했다는 이야기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 프랑스의 대표적 일간지인 <르몽드>지 편집국장이 '한국의 세 가지 보물'로 맑은 가을 하늘과 고려청자의 비취빛, 다산 정약용의 정신을 꼽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강진을 칭찬하는 말 중에 백미로 꼽히는데 그 편집국장이 누구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이 이야기는 근거가 있는 말인지 늘 궁금했다.
그렇다면 일단 르 몽드(Le Monde)라는 일간지가 어떤 곳이기에 저렇게 일개 신문사 편집국장의 말에 호들갑을 떨었는지 확인해보자.
르 몽드(Le Monde)는 프랑스어로 ‘세계’라는 뜻으로 스위스의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및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더불어 유럽 대륙의 대표적인 신문으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파리가 나치스 점령에서 해방된 1944년 12월 18일 드골이 이끄는 새 정부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에 대한 필요한 의견을 수렴하는 수단으로 창간되었다.
타블로이드판(우리나라로 치면 중앙일보 또는 교차로 신문 사이즈)으로 사진이나 만화를 싣지 않았으며, 첫 편집주간은 《르 탕 Le Temps》지의 편집장 위베르 뵈브메리였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논설 방침의 자주성 확보를 위한 그의 노력에 힘입어 창간된 지 5년이 채 안 되어 15만 부 이상의 발행부수를 확보했다. 국제문제에서는 프랑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인도차이나 전쟁, 알제리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기자들은 자유롭고 소신있는 견해를 피력하며 일관된 이념적 색채는 띠지 않는다. 외국 관계의 기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세계 각국에 40여 명의 특파원이 주재한다.
일간 《르 몽드》의 기사를 발췌한 주간 《르 몽드》와 월간 《디플로마티크》를 발행하고 있는 외에 영국의 《가디언》지와 제휴하여, 《가디언 위클리》에 《르 몽드》의 발췌문을 영역하여 싣고 있다.
- 르몽드 [Le Monde] (두산백과)
백과사전의 안내를 받고 보니 르 몽드 지(紙)는 꽤 대단한 신문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그런 대단한 언론사의 편집국장을 지낸 분이 이 얘기를 했다고 하니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모 신문사에서도 이 이야기의 출처를 찾아 확인에 나섰다고 하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가을에 나온 이야기이다.
강진문화회관에서 “실학의 변혁사상과 다산 정약용”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됐는데 그 곳에서 다산학의 최고 권위자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오래전부터 인용해온 얘기”라며 운을 뗀 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자랑거리는 첫째 푸른 가을하늘, 둘째는 고려청자, 셋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있는데 강진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고 말하면서 강진군민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말이 되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김옥희 전 호서대학교 교수(신부)가 1980년대 초 프랑스에 유학을 갔을 때 르 몽드지의 전 편집국장이 한국을 몇 개월간 기행하고 난 후 기고문을 실었는데 그 내용 중에 한국의 자랑거리 세 가지를 적었고 그 세 가지가 앞서 얘기한 고려청자와 다산, 푸른 가을 하늘이었다”는 것이다.
전해들은 얘기를 다시 전하다보니 그 당시 편집국장을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어쨌거나 강진의 위신을 한껏 치켜세워준 그 편집국장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프랑스와의 인연이 작년에 다시 이어졌다면 믿겠는가?
한국의 전통무예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프랑스 아가씨들 이야기가 고을 신문에 실리면서 프랑스에 우리 강진이 다시 알려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라병영성 앞에서 검술 수련 자세를 잡았던 그 여성들이 제2의 하멜이 되어 우리 강진을 프랑스에 소개했다는 이야기였다.
하멜은 전라병영성에서 옥살이 한 것으로 한국을 알렸지만 이 프랑스 여성들은 전통무예수련과 강진의 맛, 전라병영성의 아름다운 자태와 파란 하늘을 통해 한국을 알렸다.
당시 프랑스 무예단체의 첫 방문이었지만 그 기사 한 꼭지가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올해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강진을 찾는다고 하니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다.
프랑스와의 최초 인연이 병인양요(1866)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조불수호통상조약(1886)으로 발전했고, 60년여 년이 지난 후에는 남북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었던 6.25 전쟁(1950)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전도 했다.(해군 소형 구축함 그랑디에르 1척, 육군 3개 대대 3,421 명 파병, 전사 262명, 부상 1,008명, 실종 7명, 포로 12명) 그리고 각종 교류를 통해 한불간의 우호가 증진되고 있다. 아직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프랑스에 보관되어 있고, 강화도 외규장각에 있던 도서를 대여 형태로 반환 받은 것은 풀어야할 숙제이지만 혈맹의 나라로서 서로 발전하고 우의(友誼)가 한층 두터워지길 기원한다. 그리고 그 우정을 연결하는 끈이 강진에도 오랫동안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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