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강진방문의 해로 삼은 것은 강진에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다산의 가장 대표작인 ⌜경세유표⌟ 저술 4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을 하나의 메시지로 정했다. 목민심서, 흠흠신서와 함께 일표이서가 되는 ⌜경세유표⌟는 17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통해 경험한 것을 통해 그의 개혁론의 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경세유표⌟ 400주년 기념은 가히 강진방문의 해의 메시지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강진을 방문한다고 해서 ⌜경세유표⌟를 일독하겠다는 방문객은 없을 것이다. 물론 목민심서나 흠흠신서를 읽어보겠다고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다산초당을 찾는가? 왜 공무원들이 다산초당을 눈앞에 두고 교육을 받는가? 그것은 다산의 정신과 얼을 배우고 익히기 위함일 것이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의 평생 저서는 다산의 일생 정력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귀할 뿐 아니라, 그때 조선의 안과 밖이 다산의 눈을 통해 비로소 그 진짜 모습이 나타난 것이니 근세 조선을 알려고 하는 사람은 다산의 유저(遺著)를 찾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다산의 학문적 업적은 백두산이나 한라산 보다 높고 한 발 더 나아가 동양의 대표적 저술가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다산 정신을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다산초당이란 상징적 건물이 강진에 있다. 다산이 저술했던 현장을 봄으로써 다산정신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다산의 가장 대표적이 되는 ⌜경세유표⌟ 400주년 기념을 빛내자는 강진군의 발상은 매우 진취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다산은 저술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제자 양성에도 앞장섰다.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면서 다산 사후에 이름을 널리 떨쳤던 황상(黃裳)같은 인물은 특히 스승과 제자 사이의 좋은 본보기를 보인 1등 제자이다. 다산이 고향으로 돌아간 후 세 번씩이나 찾아간 제자는 황상 하나뿐이었다. 더구나 다산의 아들 학연 학유와의 교류도 가히 아름다운 우정의 모범적 관계였다. <정황계>를 맺을 정도였으니 그 관계가 어떠했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게다가 황상은 다산의 가르침대로 평생을 살다간 제자였다. 그러므로 황상은 다산의 분신이자 실천가였으므로 황상의 삶을 통해 또 하나의 다산을 재발견할 수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한양대 정민 교수를 통해 황상이 전국 독서층에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황상의 삶은 매우 특이하기도 해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정민 교수가 노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다산이 열복과 청복을 말하면서 유인의 삶이야말로 청복이라고 일렀을 때 황상은 단호히 백적산에 <일속산방>을 짓고 청복을 누렸다. 일흔이 넘는 노인이면서도 <장자>를 베끼고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청복은 예나제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청량제 같은 말이다. 높은 수레를 타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열복이라면 청복은 깊은 산속에 살며 맑은 못가에서 발을 씻고 고송)古松)에 기대어 휘파람을 부는 것이 청복이다. 이런 청복은 곧 귀촌인들이 가장 바라는 이상적 세계이기도 하다.
한 알 좁쌀만한 방 <일속산방>을 짓고 시 짓기와 남새밭을 가꾸며 살았던 황상. 그럼에도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과 교류했던 다산의 1등제자가 살았던 <일속산방>은 강진방문의 해를 앞두고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 <일속산방>을 찾는 사람이 많고 적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일속산방>의 복원은 또 하나의 다산의 얼을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이 될 것이고, 어떤 이가 찾아가 볼 경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황상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해양산림과에서는 올까지 임도를 뚫어 <일속산방>을 차량으로 갈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일속산방>의 복원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큰 돈이 드는 일도 아니요, 어려운 공사도 아니라면 강진군에서는 강진방문의 해에 때를 맞추어 복원을 서두르기 바라는 마음이다. <일속산방>이 완공되면 많은 학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귀촌하려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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