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경제학의 공식을 허무는 감성타재 실전지식
--왜 소득불평등이 발생했는가? 재산의 불평등한 분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재산은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는가? 극단적인 평등주의자들은 ‘훔친 결과’라고 대답한다. 미국의 시인이요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칼 샌드버그는 그의 시 <민중, 오 예>에서 이러한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이 땅을 나가 주시오.”
“무슨 이유로?”
“그 땅은 내 것이기 때문이오.”
“당신은 어디서 그것을 얻었소?”
“나의 아버지로부터요.”
“당신의 아버지는 어디서 그것을 얻었소?”
“그의 아버지로부터요.”
“그는 어디서 그것을 얻었소?”
“그는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웠소.”
“그렇다면 나도 이 땅을 갖기 위해 당신과 싸우겠소.”
본문 중에서
미국 FAU 경제학과 종신교수이자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윤기향 교수의 세상과 돈의 흐름을 꿰뚫는 아주 특별한 경제 독법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을 빌리는 것이 가장 좋을 듯싶다.
--우리는 매일 경제 문제와 맞부딪친다. 사소하게 점심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보다 복잡하게는 주식시장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판단에 이르기까지 매순간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매일의 삶은 경제적 의사결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경제적 의미에서 항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우리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경제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어도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더라도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듯이. 우리는 경제학의 도움이 없더라도 가게를 운영해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처음 가는 길을, 그것도 안개가 짙게 깔린 캄캄한 밤에 운전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의 운전길은 위험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내비게이션이 일러준 정보에 따라 운전하는 경우에는 목적지까지 더 쉽게 더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위험한 길, 막히는 길을 미리 알게 해주고 피하도록 안내해 준다. 경제학도 삶의 현장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해서 마치 안개 자욱한 거리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경제학 안내서이다. 일반 독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위한 내비게이션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좋은 내비게이션이라면 우선 스크린의 정보를 확인하기 쉬어야 하고, 정보 내용은 풍부해야 한다. 구성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 책이 지향하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 설명은 쉽게, 내용은 알차게, 표현은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자 목표이다.
이 책은 시장에 나와 있는 여느 경제학 책들과 차별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가 있는 경제학’이라는 제목대로, 경제학을 시에 접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학 책들의 형식과 틀을 과감히 파괴한다. 경제학을 시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이 책은 총 16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1강은 과거의 경제위기를 개관한다. 경제는 유기체와 같이 살아 움직이지만 그것은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와 같아 순탄하게 흐르지만은 않는다. 경제위기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자본주의 밑천 과정의 한 특징인 것이다. 3장부터 5장까지는 근대경제학의 출발점인 고전학파 경제학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한 케인스학파 경제학, 그리고 다시 테제로 회귀하려는 신자유주의 경제사조를 다룬다. 6강과 7강에서는 경제규모와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경제지표를 논의한 다음 현대판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로 등장한 소득불균형과 복지문제를 살펴본다. 8강부터 9강까지는 경제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저축과 투자, 그리고 경제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논의한다. 10강은 경제정책을 사용하여 경제의 두 질병인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치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한다. 11강에서는 경제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의 기능과 역할을 살펴본다. 돈을 잘 쓰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잘못 쓰면 경제의 질병을 키울 수 있다.
12강과 13강에서는 경제의 동적인 과정을 살펴본다. 경제는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그래도 경제는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봉우리를 향해 성장해간다. 15강에서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 글로벌 차원에서 경제를 바라본다. 여기에서 우리는 국제무역과 금융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16강에서는 앞으로 닥쳐올 불확실성의 시대를 전망해본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다룬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은 시가 있는 경제학인가?
저자 윤기향 교수는 최근 한국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실업과 복지, 소득불균형등의 문제를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듯이’ 숲 여행을 할 때 나무 하나하나에 정성껏 살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인용하였고,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해서 이전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양적 완화라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20세기 국민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인용했다. 일단 사냥감을 발견하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라일납스 개가 절대로 잡히지 않는 테우메소스 여우를 잡으려고 한다는 자체를 두고 이율배반을 설명하기도 하고, 탐욕적인 투기에 대해서는 롱펠로의 <잃은 것과 얻은 것>의 시를 인용해 합리적 이윤추구를 벗어난 부는 결국 없어지고 만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멕베스의 비극>이 인용되기도 하고, 휘트먼의 시 <오 나여! 오 생명이여!>의 시가 등장하기도 하며, 이 세상에서 여태껏 가장 많은 재물을 누린 것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도 마지막에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탄식했으니,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 미국의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그건 엄청난 기쁨이야>는 가지려고 움켜쥐기보다 과감히 버릴 때 우리는 엄청난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며 우리 안에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가슴앓이가 심한 한국의 사회를 빗대어 롱펠로의 시 <비오는 날>에서 ‘각 사람의 삶에 얼마간의 비는 꼭 내리는 법. 어둡고 쓸쓸한 날들이 얼마간은 반드시 있나니!’하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소개했고, 일본 열도를 감동의 물결로 넘치게 했던 시집 <약해지지 마>의 주인공 시바타가 99세 때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만들었는데 출판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내용도 시와 함께 소개했다.
김춘수의 시 <꽃>,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를 그린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그림, 도종환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까지 소개한 이 책은 분명 경제문제로 인해 피폐되고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을 위무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실 돈 문제처럼 심각한 일은 없다. 돈 때문에 울고 웃는 것이 인생이요, 삶이다. 저자는 이러한 돈(경제) 문제를 형이상학적인 면까지 제시하며 따뜻하고 아름답게 경제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596쪽 김영사 발간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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