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와 흥덕왕과의 의기투합
1200년 전 841년 11월 장보고는 청해진의 본진이 있는 완도군 장도(將島)에서 부하 염장의 칼에 죽고 만다. 장보고를 배신하고 떠났던 부하 염장은 거짓 투항을 한 후 연회장에서 장보고를 칼로 찌르니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조선시대 사서인 <동국통감 권 11 신라기>에서 이렇게 적혀 있다.
“장보고가 모반하였다는 말만 있고 모반한 실상이 없으니 그의 공을 시기하고 이익을 탐하는 무리가 없는 사실을 꾸며 임금과 신하 사이를 이간하지 않았는지 어찌 알겠나이까.”
그러나 <삼국사기>에서는 ‘청해진 장보고는 왕이 자신의 딸을 왕비로 맞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청해진에서 모반을 하였다’고 말하고 있어 누명을 쓴 게 아니냐는 의심이 아니라 반역자로 취급을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당시 장보고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이를 견제하려는 귀족들의 음모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실 장보고는 흥덕왕으로부터 1만명의 군사를 받아 청해진을 세웠다. 그리고 단기간에 해적의 세력을 물리쳤다.
학계에서는 10살의 장보고가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은 장보고의 부친이 여비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활을 잘 쏘았기 때문에 궁복(弓福)이라 불렀는데, 신라에서는 평민인 탓에 성이 없자 활 궁(弓)자를 응용해 장(張)씨 성을 택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장보고와 흥덕왕은 절묘한 만남을 이루었다. 선대 왕이었던 현덕왕 때부터 신라는 재앙과 왕권다툼으로 인해 잘못하다간 망할 수도 있을 만큼 쓰러져 가고 있었다. 이에 흥덕왕은 신라를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개혁을 하고자 했던 군주와 개척 정신을 가진 장보고가 파격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당시 신라는 <삼국사기>를 통해 살펴볼 때 170여 명이 중국으로 건너가 양식을 구하고자 했고 기금이 심할 때는 자식까지 파는 일도 있었다. 장보고는 이미 중국에서 무역 상인으로 성공을 했기 때문에 흥덕왕은 그의 역량과 지혜를 믿고 군사 1만 명을 주며 ‘청해진 대사’라는 특별한 직책을 내려주었다. 그 군사 또한 당나라에서 노예로 있던 사람들이었으므로 장보고로 보나 흥덕왕으로 보나 대단한 관계 설정이었다. 흥덕왕은 국가 재정이 어려움을 감안해 신라 군사가 아닌 노예를 줌으로써 장보고로 하여금 훈련을 시키게 했고 나중에는 해적을 소탕케 했다. 장보고 역시 흥덕왕이 내려준 ‘청해진 대사’라는 직책을 얻음으로써 대외 무역을 활성화 할 수 있었다.
흥덕왕은 당시 대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때였다. 해적도 해적이지만 홍수와 기근이 심했다. 811년부터 824년까지 모두 13차례나 826명의 신라 사람들이 일본 열도로 건너갈 정도였으니 흥덕왕으로서는 장보고와의 만남이 정치적으로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물론 장보고가 대외 무역을 활성화 시키자 도자기 생산이 늘어난 것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었다.
장보고가 성공한 것은 신라 배 때문이었다
바다는 배가 있어야만 건널 수 있다. 배는 중요한 교통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신라배가 없었다면 장보고 역시 해상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추측이다. 그만큼 신라배는 첨저형(尖底型)에 가까운 원저형(圓低型)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엔닌 승려는 <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 ‘신라 배는 규모가 작으나 날렵하고 파도에 강한 배다’라고 표현했는데, 배가 빨리 달리고 파도를 잘 헤쳐 나가려면 배의 형태가 V자 형태여야 한다.
어쨌든 신라 배는 튼튼했고 견고했을 뿐 아니라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해상을 제압하는 데 무리는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기까지는 다섯 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첫째는 역풍 항해였다. 배 바닥은 V자 형태로 돛을 돌려가며 지그재그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와 반대로 배 바닥이 평평하면 역풍에 떠밀려 갈 수가 있었다.
둘째는 쾌속항해를 할 수 있었다. 배 속도를 높일 때에도 역풍 항해를 할 때에도 돛이 2개나 필요한 법이었는데, 신라 배는 돛이 두 개였다. 셋째는 ‘수밀격벽구조’로 선실 칸막이를 여러 개 만들어 배 일부가 파손되어도 계속 항해를 할 수 있어 파손시 침몰이 안되었다. 넷째는 배 바깥에 나무판 끝부분을 겹치게 제작했기 때문에 V자형 밑바닥이었으므로 파도를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다섯째는 물의 깊이나 색깔을 파악해 위치를 알아냈으므로 해류와 바람이 다를 수밖에 없는 남중국까지 다니는 수문 항법을 이용했다.
그러므로 장보고가 이용했던 신라 배는 단순한 배가 아니라 형태와 건조기술이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배였다.
장보고가 해상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신라 배의 장점도 있었지만 항해술의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보고 선단은 밀물과 썰물이 심한 사해안과 대한해협의 강한 물살, 청해진 지역의 조수간만의 차이 등을 잘 파악하는 항해사들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문 항법과 천문 항법, 그리고 수문 항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해 거친 바다를 무리 없이 항해했던 것이다. 따라서 장보고야말로 항해술의 천재였음을 느끼게 한다.
고려청자가 아니라 신라청자가 정당
왜 우리는 고려청자가 아니라 신라청자라고 단정 지을 수가 있을까. 장보고는 분명 신라 시대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완도 장도란 섬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상왕으로서의 활동을 해왔다.
문제는 청해진이 강진의 대구면과는 불과 1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대구면에는 9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청자 가마터가 180곳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왜 대구였을까? 대구는 정수사 앞까지 갈 수 있는 훈정강이 있어 나무도 풍부했고 운송도 용이했다. 또한 사당리 앞까지는 바다였기 때문에 자기를 옮길 때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가장 자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흙과 물이 좋았다. 산수가 뛰어난 곳이기 때문에 흙과 물이 나쁠 리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대구에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누가 뱃길을 개발했을까? 자연히 장보고가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강진에서나 청해진의 본거지 장도에서 발견된 해무리굽 형식의 자기 파편이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해무리굽 청자란 중국 웨저우 지방에서 5세기부터 생산된 도자기의 이름인데, 강진 도요지에서 웨저우요 방식으로 생산된 자기는 장보고가 청해진을 중심으로 활동한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장보고가 당나라, 신라, 일본을 연결하는 중계무역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 생산 기지를 대구에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중국의 도자기 학자들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의 해무리굽 청자의 밑도리는 중국 웨저우요에서 위비디라 부르는 형식의 것으로 웨저우요 청자 제3기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보고는 중국의 웨저우요 기술을 신라로 들려와 청자 기술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이미 신라시대에 강진 청자가 만들어져 당으로 수출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 근거로는 초기 고려청자의 특징이 중국과 일본에서 출토되는 자기의 특징과 거의 같다는 점이다.
장보고에 의해 중국의 유민이 된 신라인들을 다시 신라로 데려와 강진 용운리 일대에서 청자를 만들었던 그 시절, 그러나 장보고가 암살됨에 따라 계속 발전되지 못한 채 겨우 명맥만 유지되다가 고려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청자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처음으로 차를 들여온 장보고
학계에서는 828년을 우리나라 최초의 차 재배 연도로 여기고 있는데 그 때는 장보고가 청해진 대사로 임명된 때이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때 차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고 <삼국사기>는 말하고 있으나 직접 재배했다는 기록은 없다. 장보고가 해상무역을 할 때 김대렴이 차를 들여왔는데, 중요 무역품이었던 옥벽저 찻잔이 완도의 장도와 경주 안압지 등에서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당나라 청자와 비슷한 도자기가 백여 개 출토되었다. 결국 장보고가 교역을 할 때 차도 중요한 물품 중의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승려들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차를 마셨고 신라시대 승려와 귀족들은 차와 도자기를 필수품으로 여겼던 것이다.
장보고가 당나라를 드나들 때 항구 주변이 고급 차를 생산했거나 인접해 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나라에서도 보통 집에서도 다기 세트가 있을 정도였다면 장보고에 의해 차 재배 기술과 도자기 생산 기술을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 보급했을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해안 일대는 차 재배가 용이한 지역이란 점에서 재배한 차를 일본의 귀족들에게도 팔았을 가능성조차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장보고는 완도 청해진에 본거지를 두고 신라와 당나라, 일본의 바다를 종횡무진 다닌 글로벌 종합상사였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적을 소탕했고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활동을 했으며, 청해진과 강진 등에서 도자기를 생산한 그야말로 힘을 지닌 해상왕 그대로였다.
중국의 법화원
적산법화원은 산동 위해시 영성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 지역의 돌이 적색이어서 적산이라고 불린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법화원은 건립할 당시 천태종과 고승이 불교 법화경을 송독하여 법화경이라고 했다 한다. 장보고가 세웠다는 법화원은 한꺼번에 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큰 절이었다. 연간 500석의 곡식을 수확했다고 전해지는 법화원은 그만큼 많은 장전(莊田)을 소유했다. 그런 규모였으니 장보고의 재산이 얼마쯤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500석의 곡식이 소작료였다고 가정할 때 장전 규모는 13만 평의 두 배 정도로 보아야 한다.
장보고는 가난에 못이겨 20세 쯤 되었을 때 친구이자 후배인 정년과 함께 당나라로 건너가 군인이 되었다. 그래서 고구려의 유민 이정기가 세운 반당(反唐) 세력 토벌에 나섰다. 활을 잘 쏘았던 장보고는 30세에 무녕군(武寧軍)의 군중소장(軍中小將)이 되었는데 지금으로 따져본다면 1.000여 명을 거느릴 수 있는 연대장급이었으므로 신라인으로서는 대단히 큰 출세를 한 셈이었다.
반당이 토벌되고 군대가 구조조정이 되자 장보고는 군대를 떠나게 되었을 때 정년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장보고는 출세한 신라인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재당 신라인들을 조직화했고 큰 상인으로 성장해 갔다. 정년은 크게 성공한 장보고를 찾아가 자신의 몸을 맡긴다.
장보고는 청해진을 설치한 후 중국과 일본에 교역 사절단을 파견하며 무역을 시작했는데, 당나라에 대해서는 ‘대당매물사’, 일본에 대해서는 ‘회역사’라는 이름으로 교역사절단을 파견했다. 이렇게 시작된 교역은 일본의 경우 1회에 곡식 2만 6.000석 정도로 쌀로 따지면 1만 3000석이었다.
지금도 적산법화원은 장보고 기념관이 있는데 높이가 8m가 되는 장보고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당시 적산법화원은 단순한 절이 아니라 산둥성 일대 신라인들이 모이는 결집소였다. 또한 무역사무소이자 신라를 오고 가는 관리들의 영빈관 역할도 하였다.
장보고는 특히 불교를 통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갔는데 장보고가 지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구산 선승의 승려들이 신라 정계의 인사들과 교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화원 경내에는 2005년 5월 12일 오전 11시 장보고 공적비 제막식이 열렸다. 그 공적비에는 장보고 대사의 업적이 새겨졌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해진 대사 장보고 공적비
장보고(790~841년) 청해진 대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이시며, 바다를 개척하신 세계적 인물이시다.
통일신라 말기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시고, 성년이 되어 중국 당나라로 건너가셨다. 그 후 당(唐) 헌종 원화 2년(807, 애장왕 8년)경에 서주(徐州) 무녕군에 입대하셔 탁월하시며 용맹스러운 지휘관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워 무녕군소장이 되셨다.
장군은 당나라 목종 장경 4년(824, 현덕왕 16년)경에 산동성 영성시 석도진 일원에 흩어져 살던 신라인을 통합하셔 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자 적산 법화원을 창건하셨다.
흥덕왕 3년(828)에 신라로 돌아오셔서 왕으로부터 칭송을 받게 되어 완도 청해진을 설치하므로 대사(大使)에 임명되셨다. 그리하여 당시 바다에 준용하던 해적을 소탕하시니 비로소 바다는 평온하게 되었다.
그 뒤 나라에 큰 공이 있어 감의군사(感義軍使) ․ 진해장군(鎭海將軍)이 되셨다. 그리고 충용과 훈업으로 ‘주석지신(柱石之臣)’이라는 명예를 받으셨던 장군이 문성왕 3년(841년)에 정쟁에 휘말려 비극적인 최후를 마치셨다.
문성왕 13년(851년) 청해진은 폐쇄되고, 장군은 반역자의 누명을 쓴 채 1.200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의 기억 속에 묻혀져 왔다. 이제 우리는 해상왕 장보고의 후예란 긍지를 가지고, 장군께서 이루어 놓았던 ‘해상왕국’을 빛내야 한다.
장씨대종회에서는 이 어른의 숭고하신 조국애와 민족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이에 우리는 이 조상님의 얼을 이어받아 거울삼고, 같이 빛내기를 다짐하며, 이 비를 새웁니다.
서기 2005년 5월 10일
대한민국 장씨대종회
회장 장세기
당시 장씨대종회 회장인 장세기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제막식에서 “위대한 해상왕 장보고 대사의 후손으로 그분의 찬란하고 빛난 업적을 머리 숙여 경배한다”고 말하고 “1.200년만에 다시 떠오르는 동아시아의 해상 무역 활동이 그분의 공적을 표본 삼아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보고를 재조명한 사람들
청해진 장보고 대사는 중국과 일본의 정사에 기록된 유일한 한국인인데 우리는 그를 반역자로만 알고 있다. 고려시대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은 <본기>에서 반란자라 평가했으나 <열전>에서는 <신당서>의 기록을 인용하며 “진(晉)의 기해(祈奚) 또는 당나라의 곽분양에 비견되는 위대한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김유신 열전 편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비록 을지문덕이 지략이 있고, 장보고가 의리와 용맹이 있었다 할지라도 중국의 사서(史書)가 아니면 그 자취도 없어져 위대함이 알려지지 못할 뻔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기록에서 그들을 알아줬다는 얘기다.
장보고가 활동했던 때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번천문집(樊川文集)>에 장보고에 대한 최초의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장보고를 일러 “지혜가 뛰어나고 동방의 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엔닌은 일본의 수도승으로서 당에 건너갔을 때 9년 반 동안 머물면서 장보고 밑에서 일하는 신라인들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엔닌은 <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 신라인들의 활약상을 기술했고 14명의 무역상을 언급했는데 그 중 12명이 당에 있던 신라인 무역상임을 밝혔다. 결국 엔닌의 일기로 인해 장보고는 그 이름이 서구에 알려진 결과를 가져왔다.
장보고를 조선시대 이후 가장 먼저 알렸던 이는 육당 최남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29년 잡지 <괴기>에 <일천년 전 해상왕 장보고>라는 제목으로 장보고를 소개할 때, ‘신라 해운의 영광을 표상하는 천고의 위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상기 전 서울대 교수는 1935년 장보고 관련 논문을 발표했을 때 ‘해상 왕국의 건설자’라고 칭하면서 ‘장보고야말로 황해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해협의 해상권을 장악하는 일면, 해외 신라인의 세력 배경이었으며, 한편 동아 해상의 패자로서 무역과 교통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을 수행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에 들어 국내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장보고에 큰 관심을 갖고 ‘해상왕’이라 칭하면서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국, 동남아까지 활발히 다녔던 장보고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유신 말기, 유신 때부터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100억 달러 수출, 1.00억 달러 소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이용한 무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뭘 만드느냐가 중요하지만 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바닷길이 필요하고 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백제시대 때부터 바다를 이용한 무역을 활발히 해 장보고 시대에는 세계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 장보고가 불행히도 죽어 애석하고, 그 후예들을 길러내지 못해 조선시대에 왜구의 침탈에 시달리고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참 아까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셨다. 이 회장은 ‘청해진 해상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중국을 넘어 동남아까지 패권을 쥐었던 사람이고 귀족 출신도 아닌 사람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했다. 아마도 해군으로 보면 최초의 제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산동성에 있는 신라방도 장보고가 장악했다는 걸 알고 계셨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데 반해 해군력이 지금도 너무 약하다고 했다.
이 말은 이병철 회장 비서팀장을 맡았던 전준명 전 삼성재팬 사장의 증언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장보고의 재조명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장보고기념사업회를 발족해 끊임없이 장보고를 연구해 왔다. 그는 1998년 학계 및 관련업계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해상왕 장보고 재조명 평가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장보고 되살리기에 힘을 썼다. 그는 ‘장보고는 세계화를 실천한 한국 제1호 종합무역상사이자 무역입국 전략을 실천에 옮긴 전략가’라고 평했다.
김 회장은 작가 최인호 선생으로 하여금 <해신(海神)>을 집필하게 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해 대히트를 치게 한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보고는 고려청자를 발전시킨 장본인
강진청자가마는 청해진개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이곳 포구와 섬을 지나 김대렴 대사가 가져온 차씨앗이 들어왔고 중국 선종(禪宗)이 들어왔으며 장보고가 피살되고도 그가 뿌린 씨앗으로 하여금 강진 일대의 토호집단이 중앙진출의 경제적 기반을 닦았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1990년 10월 19일 강진군청에서 열린 ‘강진의 역사와 문화심포지움’에서도 9세기 말 이미 해무리굽계 녹청자가 신라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장보고 해상활동이 청자기술 도입에 양향을 끼친 것 같다는 것이었다.
또한 완도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했던 양주(揚州)의 주강(朱江) 선생(강소성고고학회부이사장)은 ‘양주지방에 고려자기 파편이 많은 것을 보면 양주지방
의 지역역사와 견주어 살필 때 고려 이전인 신라 때 반입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으며 양주에서는 신라자기라고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다.
결론적으로 학계의 많은 사람들이 장보고의 해상활동으로 강진 고려청자가 탄생되었다고 판단할 때, 장보고는 완도 등지에서 활동을 한 해상왕이 아니라 강진고려청자의 시조라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장보고와 연계된 강진청자축제의 구상도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정리: 송하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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