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며 무수한 인연들을 맺으며 살아가지요. 상대가 고마워서 만나는 사람, 싫어서 자리를 피하는 사람, 그런 인연들 속에는 고마운 인연이 있는 대신 피하고 싶은 악연(惡緣)도 있게 마련이지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도움이 되거나 행복이 함께 충족돼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지만, 언제나 괴로움을 줘 만나기가 꺼려지는 거북스런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상대에 과연 어떤 인상을 심어주었을까?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사람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인생살이 처신이란 뭣 보담도 꾸밈없이 정겨운 믿음이 주는 그런 참신한 모습이 상대에 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입니다. 다시 말해 과장함이 없고, 잔꾀 같은 거 없으면서 온유하고 양보심이 많아 나눠가지려는 소박한 성품이 언제나 물씬 품겨 따뜻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인간미를 갖기란 쉽지 않지만, 저 나름 선행하는 신뢰가 우선이겠지요.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자존심(pride)같은 것 하나 버려버리면 상대도 내게 다가와집니다.
인간의 자존심이란 마치 양파와 같아 한 껍질 한 꺼풀 속 알을 벗 껴내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 잘난 놈의 자존심 같은 것 응어리전부를 과감히 버리고나면 정말 못난이 취급받겠지만, 그래도 홀가분해진 마음에 하늘을 날것만 같아져 실로 그 결심하기까지의 수양이야말로 참으로 피나는 노력과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건 그 사람의 마지막 보루이기때문이지요. 죄를 지은 사람이 숨어살다 자수하고 나면 심신이 가벼워 홀가분해지듯 말입니다. 그처럼 피치 못하게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 오직 자신과의 싸움만이 자존심을 무너뜨릴 수 있답니다.
그 깐 놈의 자존심하나 때내는데 한평생 무덤까지 짊어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지요. 아마도 속은 다 문드러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집부리거나, 화내고 지지고 복고 싸우고 불평하면서 지내다보면 한 세상 허송세월만 다 가고 맙니다. 부부관계에서나 부자간 그리고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떳떳이 나서지 못하는 아픔을 참기란 여간 어려워 극기하는 집념과 시간이 절대 필요하지요. 자신의 고집을 꺾는다는 것이 마치, 반평생은 버티는 자존심싸움이고, 나머지 반평생은 허물어뜨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그건 누가 자기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고난의 기간이 될 것입니다.
살아가다보면 자존심이 목숨과도 같아 그 것 하나 떼 내 버리면 시체라고 표현하지요. 자신을 가둬두는 자존심을 허물어뜨릴 수는 없을까? 그걸 허물고 나면 만사가 해결되듯 만나지 못했던 사람도, 하지 못했던 일도 할 수 있어 차분히 정신이 정리될 수 있어 자신을 숨기기 위해 고민하거나 긴장할 필요도 없어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눠지고 상대도 내게 다가와 소통이 돼 조화((harmony)를 이룰 수 있어 좋습니다.
자신의 자존심보다 더 나쁜 것은 교만인데 이 교만(arrogance)은 실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자에게서 나옵니다. 마치 자신이 이정도 돈 벌었거나 출세해 떵떵거리는데 감히 어떤 자가 내 게 덤벼하듯 어중간이 설익은 졸부 같은 자로 자만(自慢)에서 혼자우월한 자 인양 이성을 잃고 우쭐해져 오만한 언사로“감히 너 따위가”라는 말을 쉽게 쓰지요. 다시 말해 자기 혼자 잘난 체하여 뽐내고 버릇없는 이런 자가 나중에는 교만 때문에 겸손(modesty)함을 잃어 결국 타락의 늪에 스스로 빠져버리고 말기에 과감히 자신의 쌓인 벽을 허물고 넓은 세상으로 나와야합니다. 돈이란 보이지 않는 눈과 귀가 있어 이런 자에게서 소리 없이 나가버린다고 하지요. 배운 사람이나 익은 사람은 남 앞에 자신이 먼저 낮추고 정도를 지키며 상대를 언제나 편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입니다.
자존심을 최후까지 지키는 그런 옹고집쟁이가 결국 패배자로 전락되기 쉽기에 스스로를 추하게 만들거나 부정적인 인식은 양파껍질을 홀라당 다 벗겨 까버리고 나면 자기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따뜻한 웃음으로 대해 줄 것입니다. 성인들의 말씀에 화(禍)는 마른 솔잎처럼 조용히 태우고, 기쁜 일은 꽃처럼 향기롭게 하며, 남 돕는 일은 내 스스로 조용히 표시 없이 행하고, 도움 받는 일은 힘겹게 구하라했고, 자존심이나 과욕이나 질투는 남을 시기하는 짓이기에 칼과 같아 몸을 해하니 욕망이지나치면 몸과 마음이 망가져 망친다고 했다지요.
내 삶이 비록 상처투성이일망정 자책하면서 현실을 깨닫고 마음다짐을 바르게 하며 오늘하루를 반성 자신의 분수를 지켜나가는 것이 참된 길이 될 것입니다.
필자가 어느 해 추운 겨울 한해가 저물어가는 세모에 사돈 분의 병 문안차 서울 국립의료원 갔다가 모처럼 나들이를 마치고 목포행 야간열차를 타기위해 지하철1호선 종로3가를 가던 지하 통로에 늦은 밤인데도 한쪽 모퉁이에 박스와 신문지를 깔고 잠들어있는 노숙자나 한쪽에서는 서너 명이 둘러앉아 술에 곤죽이 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몇 분이 모인자리에가 위로도 겸해 소주 두병과 오징어를 사들고 함께 합석하며 사유를 들어보니 이들 대부분이 배운 분들로 심지어 명문대 출신이나 사업실패자, 심지어 교회 장로 분까지, 그중 한분은 자식 둘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홀로 학비조달이 어려워 사채업자에 돈을 빌려 회사까지 그만두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며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눈물 흘리던 기러기아빠로 한참 가정을 즐겁게 꾸려갈 나이의 가슴 아픈 분들이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지금의 고난과 좌절의 아픔을 “마지막 남은 자존심하나만이라도 지켜야겠기에 사투한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야간 밤 열차 차창에기대어 이들을 기억해보며 인생살이가 고난의 연속이지만, 누구나가 지 뿔도 아닌 자신의 자존심하나 때내어 버리지 못한 탓에 저 고통의 늪에서 해매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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