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자식사랑은 끝내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빠뜨렸다. 한 어미의 자식사랑이 왜 대한민국을 흔들고 대한민국 국민을 울분에 차게 만들었으며 참으로 살맛나지 않게 했을까?
원숭이처럼 미운 자식의 얼굴도 어머니 눈에는 예쁘게 보인다는 말, 틀린 말이 아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여운 법이어서 못생긴 자식의 얼굴도 오히려 예쁘게 보일 것이다. 멧돼지며 쇠고래, 표범, 코끼리 등의 동물들이 자식에게 위기능력을 가르치고 홀로서기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식을 향한 가없는 사랑은 하등에 다를 바 없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도 자식 사랑에 있어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실력도 없는 자식 하나를 출세시키기 위해, 그것도 대한민국의 1등 자식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1류 대학이 움직였고, 대기업이 움직였으며, 대한민국의 정부와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까지 움직였다. 그리하여 나라가 망할 뻔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찌 되었는가. 최순실의 자식사랑은 결국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아 직무가 정지되고, 열 사람도 넘는 사람들이 재판을 받게 되었으며, 온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 시위와 함께 비탄에 빠지게 만들었다. 박대통령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지만 정작 자괴감을 느낀 것은 국민이었다.
그래서 예부터 자식사랑에 빠져들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었다. 중국 북제(北齊) 사람 안지추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사람이 자식을 사랑하는데 균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예부터 자식으로 인한 폐단이 많았다. 현준한 자는 상을 주면서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고, 어리석고 둔한 자라 할지라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서 사랑에만 빠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측량할 수 없는 화를 초래하게 되어 적게는 부모를 죽이고 가정을 망치며, 크게는 군중(軍中)을 소란케 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그랬다. <안씨가훈>에서 나온 말처럼 최순실의 자식사랑은 측량할 수 없는 화를 초래하였고, 나라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해상왕 장보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천민으로 태어났지만 중국으로 건너가 무령군 소장으로 오르는 등 출세를 하였고, 귀국해서는 신라정부로부터 1만 명의 군사를 지원받아 청해진 대사가 된 인물이다. 장보고는 무역의 천재였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나 해상무역으로나 바다를 장악한 그 시대의 최고 인물이었다.
그러나 왕권에서 실패한 신라의 귀족 김우징이 몸을 의탁해 왔을 때 받아주었고, 다시 신라왕을 치러 갈 때 5천의 군사를 빌려주었다. 귀족 김우징은 왕위에 오르면 장보고의 딸을 왕비로 삼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김우징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4개월 만에 승하하고 만다. 그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니 문성왕이다. 문성왕은 선왕의 유지를 받들어 장보고의 딸을 차비(次妃)로 맞아들이려 했으나 조정중신들의 반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자 분노한 장보고는 군사를 일으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신라조정을 치려고 하자 신라조정은 염장이란 자객을 시켜 장보고를 살해하고 말았다.
장보고 역시 반드시 자신의 딸이 왕비가 되어야 한다는 자식사랑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니 <안씨가훈>만 생각했더라도 청해진대사로서 그 권위와 힘을 오래토록 이어기지 않았을까?
세상사 굵은 일이 여자 때문에도 일어나지만 자식사랑이 빚어낸 비극은 많다. 최순실도 딸자식 하나 1류로 만들려다 대통령까지 권좌에서 끄집어 내린 장본인이 되고 만 것이다.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 발단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키우던 개에서 발단되었다는 보도가 있고 보면 결국 딸이 키운 개 한 마리로 인해 대한민국이 거센 파도를 넘어가는 형국이 아닌가.
자식도 함부로 사랑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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